[시사텔링] 열성 친문 지지자, 정권 재창출에 득일까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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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열성 친문 지지자, 정권 재창출에 득일까 실일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10.04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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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유권자, 문재인 정권과의 차별화 용인 않아…여당 후보, 중도 확장 가능할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친문 지지층은 문재인 정부의 든든한 지원군이었지만,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연합뉴스
친문 지지층은 문재인 정부의 든든한 지원군이었지만,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YTN이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수행해 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40.4%를 기록했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 임기가 채 반 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지율 40%를 상회하는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권 재창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흘러나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대통령의 인기가 높을수록 정권 재창출 가능성도 올라가는 게 당연하니까요. 하지만 한편에서는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친문(親文)’ 지지층의 성향 탓입니다.

친문 지지층은 임기 내내 문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를 가능케 한 든든한 지원군이었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놓지 않았고,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면서 국정운영의 동력이 됐죠. 그러나 다소 교조적(敎條的)인 성향을 보이며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조차 허용하지 않아 우리 정치의 극단화를 유발했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여당 후보들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뉴시스>가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지난달 22~23일 수행해 26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내년 3월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5.6%가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를, 38.5%가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헤럴드경제>가 의뢰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달 26~27일 실시해 2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과반인 51.3%가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1.3%였습니다. 현재 지형에서 여당 후보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문(反文) 유권자 일부를 끌어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전통적으로 여당 후보가 ‘중도 확장’을 하는 방법은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겁니다. 성공한 정책은 계승하되, 실패한 정책에 대해서는 변화를 약속해야 현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품을 수 있습니다.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이 공식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선출될 여당 후보는 이 루트를 따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친문 지지층이 무려 40%에 달하는 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의 친문 지지층은 ‘문재인 노선’에서 이탈하는 그 누구도 용인(容認)할 생각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발언으로 지지율이 폭락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례만 보더라도, 여당 후보가 함부로 중도 확장에 나설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40%만 보고 갈 수도 없습니다. 정권 교체론이 과반인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계승’만 외치는 건 패배의 낭떠러지로 직행하는 꼴입니다. 결국 친문 지지층의 지지율을 그대로 흡수하면서 반문 유권자의 표를 얻을 수 있어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의미인데, 그 어떤 때보다도 정치적 극단화가 심화된 현 시점에서 이 ‘줄타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문 대통령은 열성 친문 지지자들의 맹목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역대 최고 지지율 대통령’으로 퇴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여당 후보는 열성적 지지자와 열성적 비판자로 양극화된 정치 지형에서 양쪽의 표를 모두 얻어야 하는 ‘고난도 미션’을 수행해야 합니다. 과연 문 대통령의 ‘확실한 지지 기반’인 열성 친문 지지자들은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될까요 걸림돌이 될까요.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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