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 측 제안, 단 한건도 통과 못해
핵심쟁점 꼽히던 박철완 배당안, 찬성률 35.6% 그쳐
본인 사내이사 선임건 집계 중에는 주총장 떠나기도
주총장 열기, 한 때 소란…9시 시작해 2시 넘어 마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기자]
경영권 분쟁 1R로 불리던 금호석유화학 주총이 박찬구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박철완 상무가 제안한 안건은 본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건을 포함해 모두 부결됐다.
26일 금호석유화학은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제44기 정기 주주총회 개최하고, 회사 측 안건과 박철완 주주제안 안건을 의결했다.
9시 시작된 주주총회는 양측 의결권을 법인 검사인 입회하에 검표하는 과정을 거쳐 11시 40분에서야 시작됐다. 그나마도 정족수 확인을 이유로 중간에 추가 정회했다. 분쟁 중인 만큼 중복 의결권 등을 확인하고 유효한 의결권을 확인하는 과정에 다소 시간이 소요됐다.
제1호 의안인 제44기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의 건이 통과되고, 직접 표대결인 1-2호 안건이 시작된 건 12시 30분.
이날 투표에 부쳐진 안건은 총 22건. 결과는 박찬구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안건은 양측 제안 모두 부결됐고, 나머지 표대결은 모두 박찬구 회장 뜻대로 흘러갔다.
핵심쟁점 중 하나로 꼽히던 배당안이 첫번째 표대결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최대주주(보통주 현금배당 주당 4000원)를 제외하고, 보통주 현금배당 주당 4200원과 우선주 현금배당 주당 4250원을 제안했다.
박철완 상무 측은 보통주 현금배당을 주당 1만1000원, 우선주 현금배당을 주당 1만1050원으로 높이자고 요구했다. 박 상무는 발언을 통해 "과다한 현금을 사내에 유보하기 보다는 적정한 규모에 배당하는 것이 주주와 회사 모두에 이익"이라며 "배당성향이 동종업계에 비해서도 낮은만큼 자신의 제안에 힘을 싣어달라"고 요청했다.
금호석화는 두 의안 모두를 동시에 표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박찬구 회장 측 제안이 찬성률 64.4%로 가결됐고, 박철완 상무 의견이 찬성률 35.6%로 부결됐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자는 양측의 제안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관변경의 경우 특별결의 사항으로 75%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가결된다. 박찬구 회장 측 안건이 55.8%, 박철완 상무 측 안건이 44.9%의 찬성률을 보이며 두 의안 모두 부결됐다.
다만 이사회내 위원회 신설건에 대해서는 박찬구 회장 측 의견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이사회 내 ESG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가 신설된다.
박철완 상무 측이 제안한 내부거래위원회 구성과 보상위원회 구성 건은 박 상무가 앞서 제안한 이사회 내 위원회 신설 안건이 부결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박철완 본인 사내이사 선임안 조차 '부결'
패배 예상? 본인 선임건 집계 중 주총장 떠나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1명 선임의 건에서도 박찬구 회장 측이 추천한 황이석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선임안이 69.3%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박철완 주주가 제안한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 대표 선임 건은 찬성률 30.5%로 부결됐다.
가장 박빙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박철완 상무 본인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 조차 실패로 끝났다. 박찬구 회장이 추천한 백종훈 금호석화 영업본부장(전무)의 사내이사 선임 건이 찬성률 64%로 가결된 것. 박철완 상무 선임 건 역시 찬성률이 52.7%에 달했지만, 백 전무에 비해 득표율이 적어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박철완 상무는 본인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에 대해 집계하는 과정에서 추총장을 떠나면서 눈길을 끌었다. 본인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 투표 이전 자신이 추천한 사외이사에 대한 설명은 미리 마친 후였다.
사외이사 3명을 선임하는 건에서도 박찬구 회장 측의 완승이 이어졌다.
박찬구 회장 측이 추천한 최도성, 이정미, 박순애 후보가 각각 찬성률 68.4%, 67.0%, 74.0%의 찬성으로 가결된 것. 박철완 상무가 추천한 Min John K과 조용범, 최정현 후보는 각각 32.2%, 25.4%, 28.1%의 찬성표를 얻어 모두 탈락했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1명을 선임하는 건에서는 사외이사로 선임된 최도성 후보에 대해서만 투표가 진행됐다. 그 결과 총 68.8%의 찬성표를 얻어 가결됐다.
마지막 안건이던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역시 76.8%로 가결됐다.
금호석화 "회사 측 안건 대부분 가결"
"현 경영진 인정한 것…분쟁 종식 기대"
박철완 측 "끝이 아닌 시작"…2R 예고
"본인 사내이사 건 52.7% 지지 획득"
주총 직후 금호석화 측은 "주총 결과 회사 측 안건이 대부분 가결됐다"며 "현 경영진의 경험과 능력, 진정성을 주주들에게 인정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경영권 분쟁을 종식하고 실적과 기업가치로 평가받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찬구 회장은 "주주들의 성원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저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기업가치 제고와 ESG 강화를 통해 주주가치 향상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박철완 상무는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며 2R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상무는 "주주제안 안건 중 본인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52.7%를 획득하는 등 주주총회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고, 주주들의 높은 지지를 획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아쉽게 이사회 진입이 좌절됐지만, 오로지 기업 및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진정성을 갖고 제안한 저의 구체적인 계획들에 공감하고 지지해 준 모든 주주에 감사하다"며 "이번 주주총회를 계기로 회사도 경영 및 거버넌스 측면에서의 개선 필요성을 인지하고 나아가 실천에 옮기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역시 주총 이후에도 금호석화의 경영권 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상무 측이 모친과 함께 금호석화 지분 매입에 나서는 등 지분 늘리에 들어간 탓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박 회장 측 우호 지분은 14.84%, 박 상무 측 우호지분은 10.12%다.
한편, 오전 9시 시작한 이날 주총은 오후 2시 10분께 마쳤고, 금호석유 주가는 현재 5% 넘게 상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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