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이 남긴 것…시스템과 사람들, 그리고 兩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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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이 남긴 것…시스템과 사람들, 그리고 兩李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0.09.2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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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의 문제작, ‘시스템 공천’…‘절반의 성공’인가, ‘책임 회피’인가
이해찬의 정치, ‘비주류 살리기’…“親文 ‘문자 테러’에도 당 자산이라면”
이해찬의 사람들, ‘이해찬계’…“실권 여전하지만 이낙연 행보 주목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월 당권을 넘겨주며 사실상의 ‘정계 은퇴’를 선언했으나, 정계에서는 여전히 그의 영향력을 견제하며 ‘이해찬 상왕설(上王設)’까지 떠도는 모양새다. ⓒ뉴시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월 당권을 넘겨주며 사실상의 ‘정계 은퇴’를 선언했으나, 정계에서는 여전히 그의 영향력을 견제하며 ‘이해찬 상왕설(上王設)’까지 떠도는 모양새다. ⓒ뉴시스

사람은 떠나도 흔적은 남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이야기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월 대표직 임기를 마치고 이낙연 현 대표에게 당권을 넘겨주며 사실상의 ‘정계 은퇴’를 선언했으나, 정계에서는 여전히 그의 영향력을 견제하며 ‘이해찬 상왕설(上王設)’까지 떠도는 모양새다. 〈시사오늘〉은 이 전 대표가 민주당에 남긴 흔적을 쫓았다. ‘시스템 공천’부터 ‘비주류 구하기’까지, 그가 집권 여당에 남긴 명암(明暗)은 차후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해찬의 문제작, ‘시스템 공천’…‘절반의 성공’인가, ‘책임 회피’인가


이해찬 전 대표의 ‘정치 유산’으로는 ‘시스템 공천’이 꼽힌다. 그는 수차례 시스템 공천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새로운 공천 시스템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리는 모양새다. ⓒ뉴시스
이해찬 전 대표의 ‘정치 유산’으로는 ‘시스템 공천’이 꼽힌다. 그는 수차례 시스템 공천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새로운 공천 시스템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리는 모양새다. ⓒ뉴시스

이 전 대표의 대표적인 ‘정치 유산’으로는 ‘시스템 공천’이 꼽힌다. 

그는 21대 총선 1년 전부터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통해 공천하겠다”고 공언하면서 △현역의원 ‘경선 우선’ 원칙 △전략공천 최소화 △정치신인 최대 20% 가점 △청년·여성·장애인 후보 최대 25% 가점 △당무감사 하위 20% 현역 최대 20% 감점 등 새로운 ‘공천 룰’을 확정했다. 공천 기준을 체계화해 계파 갈등과 사익 추구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21대 총선 결과, 새 시스템에 대한 당 내외의 반응은 부정적인 편에 가깝다. 심지어 당 일각에서는 ‘시스템 공천’이 ‘골칫거리’로 전락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민주당의 전 당직자는 지난 1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의 품성과 당 공헌도와는 별개로 시스템 공천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신인에게 유리한 시스템, 공정한 시스템이라고 선전했지만 ‘현역 물갈이’ 비율은 통합당보다도 낮았다. 수치로만 따져도 (물갈이 비율이) 오히려 20대 총선보다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양정숙·김홍걸·윤미향 등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들의 자질 논란 역시 ‘시스템 공천’의 실패로 거론된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21일 통화에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당이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공천 실패고, 이 전 대표가 책임 당사자다. ‘시스템’ 핑계는 곧 본인 책임은 회피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도 지난 21일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시스템 공천’만이 공정하다는 이미지를 박아놓았다. 이걸 없애면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사람처럼 됐다”면서 “없애면 없애는 대로, 유지하면 유지하는 대로 당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례대표 공천’의 실패를 ‘시스템 공천 전체의 실패’로 봐선 안 된다는 반박도 나온다. 지역구 공천에서는 큰 잡음 없이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는 주장이다.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지난 21일 통화에서 “민주당이 서둘러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비례대표 검증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라며 “최근의 논란은 ‘위성정당의 난립’이 근본 원인이지, 지역구 공천까지 실패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해찬의 정치, ‘비주류 살리기’…“親文 ‘문자 테러’에도 당 자산이라면”


이해찬 전 대표는 비주류이자 친문 지지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구명하기 위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름하야 '이재명 구하기' 행보다. ⓒ뉴시스
이해찬 전 대표는 비주류이자 친문 지지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구명하기 위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름하야 '이재명 구하기' 행보다. ⓒ뉴시스

이해찬 전 대표의 정치 행보를 두고 ‘탕평 정치의 대가’라는 긍정적 의견도 제시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15일 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확실한 계파(친노무현계)가 있었지만 당권을 잡았을 땐 계파 간 줄타기를 잘 했다. 그 나름의 ‘탕평 정치’”라면서 “그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게 비주류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살린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이른바 ‘혜경궁 김씨’ 논란으로 친문(親文) 지지자들의 ‘이재명 탈당 요구’가 불거졌음에도 “정무적 판단을 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거부한 바 있다. 이 지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을 때도 앞장서 탄원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앞선 관계자는 “계파 하나 없이 성공한 사람은 당의 자산이다. 대권주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중간의 몇%의 표를 당에 끌어올 수 있다”면서 “문자 테러, 실질적 압박 등 친문들의 반발에도 끝까지 이 지사를 내치지 않은 것은 이 전 대표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지난 4월 기자와의 만남에서 “이 전 대표는 친노와 친문, 정부와 국회 등 모든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이라 그런지 ‘계파 줄타기’에 유독 뛰어나다”면서 “어느 쪽 손을 확실하게 들어줄지 알 수 없다는 게 이해찬의 리더십이 아니었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이해찬의 사람, ‘이해찬계’…“실권 여전하나 이낙연 행보 주목해야”


이 전 대표는 떠났지만, 이해찬계는 국회 및 당 요직에 남았다. 이들이 차후 이낙연 현 대표와의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뉴시스
이 전 대표는 떠났지만, 이해찬계는 국회 및 당 요직에 남았다. 이들이 차후 이낙연 현 대표와의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뉴시스

한편, 이 전 대표는 떠났지만 ‘이해찬계’ 의원들이 당의 실권(實權)을 쥐고 있다는 점도 이 전 대표의 그림자로 꼽힌다. 

이 전 대표가 직접 후원회장을 맡았던 홍영표(4선) 의원을 비롯해 김태년 원내대표, 검찰개혁 최전선에 있는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 모두 ‘이해찬계’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한 홍익표 의원, 당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김성환 의원, 이해식 의원 등도 ‘범 이해찬계’로 분류된다. 

일각에서는 이낙연 현 대표와 이해찬계가 당권을 놓고 본격적인 ‘세(勢) 싸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이낙연 대표는 의원들을 향해 ‘말조심’을, 이해찬 전 대표는 ‘적극적 추미애 방어’를 지시했다”면서 “전·현직 당대표의 메시지가 서로 어긋났다. 이낙연 대표는 허수아비, 이분(이 전 대표)이 실제 민주당 대표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역시 지난달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해찬 전 대표가 상왕 노릇, 섭정을 할 것 같다는 시각에 굉장히 공감한다”고 동의를 표했다.

다만 앞선 여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낙연 대표가 최근 불거진 김홍걸, 윤미향, 양정숙 등의 공천 실패를 빌미로 당무감사에 들어갈 수도 있다”면서 “이 대표가 대권 행보를 위해 동교동계, 비주류를 품고 세를 확장하면 현재의 권력 지형이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상호 국민대 교수도 지난 21일 “당 안에서 할 수 있는 일과 당 밖에서 할 수 있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면서 “당권도 결국 집권 가능성 높은 사람이 갖게 된다. 친문은 대세론을 형성한 자, 즉 살아있는 권력에게 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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