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가 한번에 풀릴 수 있나’ 의문… 실제 시장 유동성 공급 방법은 다양
국내선 한국은행이 발권계획 후 조폐공사가 제조…‘충분히 복잡한 과정’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경제'는 영화의 좋은 소재 중 하나다. IMF를 다뤘던 '금융위기의 날'이 그랬고,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다룬 '빅쇼트'도 호평을 받았다. 또한 주가조작 사기극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빠른 전개와 스토리로 한눈 팔 겨를 없는 영화로 손꼽힌다. 여기에 최근 넷플릭스를 필두로한 OTT의 공세로, 이제 관객들은 언제 어디서나 영화, 드라마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매주 일요일에 만나는 '출발 비디오 여행'의 '김경식'처럼 화려한 언변(言辯)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꼈을 법한 궁금증과 상상을 기사로 소소하게나마 풀어준다면 독자들은 '경제' 소재의 영화를 더욱 쉽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이에 금융·경제를 다룬 영화에 대한 나름의 리뷰를 시작한다. 내용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으며, 다소 진지할 수 있으니 이 점 유의하기 바란다. <편집자주>
스페인 드라마, 지속 인기…국내선 한국은행·조폐공사 화폐 제조 이원화
'종이의 집'은 넷플릭스를 통해 2017년부터 방영되고 있는 스페인 드라마로, 3일 네번째 시즌이 공개됐다. 소위 영드, 미드와 다르게 생소한 나라와 주제지만, 빠른 전개와 심리전으로 구독자들의 인기를 꾸준히 얻고 있는 작품이다.
이 드라마의 전개는 단순하다. 8명의 강도는 스페인 조폐국을 침입했고, 이 안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전체 시리즈를 아우른다. 독자·관객들이 기존에 알고 있는 선악개념이 아니라, 곳곳에 반전들이 숨겨져 있으며, 역순 구성을 통해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한 나라의 중앙은행 혹은 조폐국을 침입하는 범죄·오락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된 적이 있었다. 2004년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으로, 영화진흥위원회 기준 전국 관객 수 213만명을 기록한 바 있다.
이 영화의 최창혁(박신양)과 서인경(염정아)은 한국은행이 기존에 보관하고 있는 화폐를 훔쳤다. 이와 함께 김 선생(백윤식)과 끊임없이 대립하는 모습이 더해진다. 반면, 종이의 집에 등장하는 8명의 무장강도와 1명의 교수는 힘을 모아 조폐국에 침입해 직원들을 인질로 삼았고, 결국 약 10억 유로를 직접 만들어냈다. 범행 강도가 더 높은 것이다.
그런데, 화폐는 이렇게 무작정 찍어낼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종이의 집'처럼 강도가 침입하는 비상 상황은 없겠지만, 기본적인 화폐 제조 과정은 충분히 복잡하다고 한다. 최근 한국은행과 한국조폐공사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발권계획을 세우고 한국조폐공사는 이에 따른 제조를 담당하고 있었다.
3일 한국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은행에서는 매년 연말이 되면 다음해 화폐계획을 수립한다"면서 "계획을 세울 때 △통상적인 화폐수요 △폐기해야할 화폐 △급격하게 수요가 필요한 화폐를 나눠 분석한 후 전망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분기별로 발주계획을 세운 후, 한국조폐공사에 의뢰를 요청한다"면서 "만약 계획보다 화폐가 많이 유통되거나 적게 나가면 초과되는 부분을 갖고 있거나, 모자르는 부분은 추가로 발주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니까, 매년 전망을 내놓더라도 상황에 따라 화폐공급 조절을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커뮤니케이션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실, 최근에는 화폐의 수요가 급격하게 변하지 않는다"면서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 화폐들이 활성화되면서 실물화폐 변동은 크게 없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제조과정도 은행권(지폐)의 경우, 총 8단계로 나뉘는데 이날 한국조폐공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보통 은행권 제조과정은 △평판인쇄 △스크린인쇄 △홀로그램 부착 △요판인쇄(뒷면) △요판인쇄(앞면) △전지검사 △활판인쇄 △단체 포장 등을 거친다"고 짧게 설명했다.
"화폐가 한번에 풀릴 수 있나"…시장에 장·단기 유동성 공급 방법 다양
또 하나의 궁금증은 9인의 무장강도가 훔친 10억 유로에서 시작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조3319억5000만원'인데, 이같은 액수가 시장에 나오면 어떻게 될까. '종이의 집'에 등장하는 강도들은 이 금액을 훔쳐 나눠 가졌지만, 이번 기사에서는 중앙은행이 시장에 돈을 푸는 '유동성 공급'으로 그 의미를 확장시켜보겠다.
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은 이달부터 3개월간 일정 금리수준 하에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없이 공급하는 주단위 정례 RP(환매조건부 채권) 매입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 방법은 보통 장기적인 유동성 공급을 위해 사용되는 방법으로,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 방안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그는 지난 2일 통화에서 "한국은행이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조치는 RP(환매조건부 채권) 매입 이외 단기적으로는 △공개시장운영 △여·수신제도 △지급준비제도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여기서 '공개시장운영'이란 한국은행이 금융시장에서 금융기관을 상대로 국채 등 증권을 사고 팔아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의 양이나 금리 수준에 영향을 도모하는 정책을 말한다.
또한 "이중 가장 많이 쓰이는 제도는 '여·수신제도'로 이중 '금융중개지원대출'이 대표적"이라면서 "이는 금융기관을 통해 중소기업들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제도며, 나머지 방안은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을 위해 진행하는 조치로, 은행들이 긴급하게 유동성을 메꿀 때 사용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나머지 지급준비제도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지급준비금 적립대상 채무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중앙은행에 지급준비금으로 예치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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