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권력 사유화 도 넘어, 선거로 심판해야”, “보수 세력, 이미 콘크리트처럼 똘똘 뭉쳐 있어”
“정파‧정당 초월 보수대연합 이상으로 통합해야”, “황교안 종로 출마에 내가 양보해야 한다 생각”
“내 신념은 캐치 올… 영-호남 소모전 끝내야”, “현 정국은 좌편향 2% vs 다수 98%의 대결…”
“대통령병 걸린 사람들이 문제, 빅텐트 걸림돌”, “한국당, 호남 홀대론으로 보수 망가뜨려 와…”
“호남인 마음 얻어야 수도권 승리, 집권 가능”, “박주선 등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 모셔 와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 답하지 않겠다”, “차기 대선 슈퍼스타K처럼 국민경선제로 가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조서영 기자)
무소속 이정현 의원. 인터뷰는 지난 10일 여의도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가졌다.
<정권 심판과 빅텐트>
- 정권 심판론에 가장 많은 목소리를 내는 분 중 한 명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무엇을 문제 삼고 있나.
“지긋지긋하다 할 정도로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사유화하고 있다. 거의 독재에 가깝다. 국민을 편 가르고 미래세대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3정을 문란 시키고 있다. 내가 말하는 3정이라는 건 조세를 문란 시키고, 법치를 문란 시키고, 인사를 문란 시키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나라의 근간과 근본을 뒤집고 있다. 대한민국 미래가 어두워지고 있다.”
- 예를 든다면.
“대법원장을 코드인사화했다. 법관 인사 상당수는 물론 헌재 등 독립기관 인사 추천까지 비슷한 코드화로 이어지면서 법원 판결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 독립기관의 중립성에도 큰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청와대 중심국가로 국정을 편향성 있게 잘못 운영하고 있다. 검찰, 경찰, 국세청, 금감원 등 권력 기관이 특정 성향으로 변질됐다. 이런 것들이 권력 사유화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다음으로 이념과 지역 간 대립, 계층 간과 세대 간 편 가르기가 극심하다. 여기에 경제 둔화로 정부 재정수입은 줄고 각종 기금 납부액은 선거를 의식해 못 올리고 있다. 씀씀이를 엄청 늘리고 있다. 기금이 고갈되고 국가 부채나 의무 지출이 늘면 지금의 10·20·30대인 우리 미래 세대들은 20~30년 후 거의 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 특히 원전 폐쇄나 경제인들이 경제 하기 싫은 나라를 만든 것도 큰 실정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저지시키고, 회초리를 들고, 폭주하는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가장 합법적인 방법은 투표밖에 없다.”
- 정권 심판론을 위해 김무성 전 대표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전광훈 목사 등 모두와 ‘묻지마 통합’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공감하나.
“다른 분들 말씀에 논평할 입장도 생각도 없다.”
- 어쨌거나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 보수대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보수대통합? 용어 자체가 틀린 말이다. 왜 틀린 줄 아나. 보수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이미 통합하지 말라고 해도 콘크리트처럼 똘똘 뭉쳐있다. 보수를 두드려 깨고 쪼개는 잘못된 보수 지도자들이 문제지, 보수 세력들은 어느 누구보다 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며 똘똘 뭉쳐 있다.”
- 조원진 대표의 우리공화당 측이 통합의 걸림돌 아닌가. 유승민 전 대표도 불출마 선언을 한 마당에 공화당은 '유 전 대표가 정계은퇴를 해야 한다’, ‘종로에서 독자 후보를 내겠다’ 하고 있다.
“나한테 누구를 비판하게 하거나 비난하게 하지 말아 달라. 나까지 나서면 어떻게 하겠나. 나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간섭할 이유도 없고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일절 언급하지 않겠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정권 심판론을 위한 야권 정계개편과 관련해 생각하는 구상을 말해 달라.
“보수대연합 이상의 통합 정치를 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을 끝장내야 하는 것에 동의하는 세력들은 정파를 초월하고 정당을 초월하고 한 당 안으로 들어오든, 선거 연대가 됐든 하나로 힘을 합쳐야 한다. 그러려면 보수가 스스로 대변혁 하고 대개혁을 해야 한다. 비문(非문재인)에 동의하는 세력들을 다 끌어안을 수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게 어려운 건가? 과거 선배들은 다 한 일이다. 92년 3당 합당(김영삼+노태우+김종필)이나 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수준의 숫자가 왕창 느는 플러스 연합 같은 비문 연대 혹은 자유민주세력…. 더 솔직한 표현을 하겠다. 종북 좌편향 세력을 제외하고는 전원 큰 천막 안에 들어와야 한다. 기존 집 나간 보수 세력들은 말할 것도 없고 호남 기반의 전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도 최고의 예우를 해서 다 빅텐트 안에 들어와야 한다. 몇몇 탐욕에 찌든 지도자들을 제외하고 지지하는 세력과 의원들은 다 끌어안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253개 지역 모두 문 정권이 내세운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대표선수라면 무조건 가리지 말고 그 사람을 내보내자는 것이다.”
‘호남 기반의 전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까지…?’ 그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현재 바른미래당 내 박주선 통합추진위원장 등 호남 정치인들은 대안신당, 민주평화당과 통합 논의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손학규 대표가 당권을 내놓지 않으면서 통합 논의가 순풍을 타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함께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선거지형 셈법 적으로는 비현실적인 얘기로 들려왔다. 좀 더 궁금했지만, 쟁여두고 다른 질문부터 이어갔다.
<종로와 험지출마>
얼마 전 정치 1번지 종로를 두고 보수 쪽에서 한참 주춤할 때였다. 이 의원은 종로에 도전장을 내고 유력 대권주자 인 이낙연 전 총리와의 맞대결을 선언했다. 그런데 지난 7일(금요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장고 끝에 종로를 정권 심판의 1번지로 만들고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출마 선언을 공식화했다.
- 황 대표의 출사표 어떻게 봤나.
“당 대표를 지냈던 사람으로서 황 대표가 출사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고뇌를 이해한다.”
이 의원은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당 대표였다.
- 이후 단숨에 불출마 사퇴를 선언했다. 단일화 논의 등 어느 정도 줄다리기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굉장히 빠른 결정이었다. 결정적 이유는 뭐였나.
“문 정권에서는 이낙연이라는 단일 후보의 대표선수가 이미 나와 있다. 우리는 안 그래도 벅찬데, 예선전까지 치르면 소모전이 상당하지 않나. 과정이야 어쨌든 최종적으로는 대표 선수 한 사람이 이 후보를 상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제1야당 대표가 출마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전임 당 대표를 지낸 내가 양보를 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조직을 이끌어가면서 제일 중요한 건 권위다. 기왕 물러날 바에야 현 대표에게 부담을 가장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덜어드리는 게 낫겠다 싶어 빨리 결정했다.”
- 이후 황 대표와 이야기했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
- 많이 아쉽겠다.
“내가 출마 선언할 당시에는 (보수 야권에서) 종로에 아무도 출마하려 하지 않았다. 또 그 부분에 대해 보수를 향한 언론이나 여론의 독촉이 심했었다. 상대 후보는 이미 뛰고 있었고, 어려운 지역일지라도 누군가는 솔선수범해 대표주자로 나서야 한다고 봤다. 다른 지역에서도 용기를 갖고 나설 수 있도록 롤 모델을 제시하고 싶었다. 종로에 출마한 이유였고, 그 롤 모델이 내가 됐다.”
- 안 그래도 중진들 중심의 험지론 출마 얘기가 많다.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이제 정치를 갓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수도권에 나가라고 할 수는 없다. 어려울 때 중진들이 다소 쉬운 지역은 후배들에게 양보하고 어려운 지역을 돌파해야 한다고 본다.”
- 본인은 어디를 생각하고 있나.
“그건 뭐….”
- 한국당 문제긴 하지만, 홍준표 전 대표는 수도권 대신 영남에서의 출마를 고수 중이다. 어떻게 보나.
“내가 말할 사안이 아니다.”
- 김무성 전 대표도 만약 보수통합이 성공한다면 호남행 출마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과감한 행보라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좀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나.
“답하지 않겠다.”
화제를 돌려 다시 종로 유세 활동 당시에 대해 물었다.
- 직접 돌아다닌 결과 실제 민심은 어땠나. 여론조사처럼 이 전 총리가 유리하다고 보나.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알고, 선거 결과는 투표함 뚜껑을 까 봐야 안다. 총리로 있을 때와 후보는 다르다. 그분이 대권 여론조사에서 계속 1위다. 그러면 대통령 선거를 나가야지 않겠나. 1년 반 뒤 국회의원 그만두고 대선 운동 나서면 종로구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종로 유권자들을 단물 빨아먹고 뱉어버리는 껌 취급하면 안 된다.”
이 대목에서 같은 유력 대권주자인 황 대표도 마찬가지 상황이 아니냐고 되묻고 싶었으나 물어볼 타이밍을 놓쳤다.
<통합신당과 98 vs 2>
- 통합신당에 참여하게 되는 건가.
“그것에 대해서는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 통합신당으로 들어갈지 아니면 별도의 방법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본인부터 솔선수범해 함께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사실 지금은 머릿속이 하얀 상태다. 워낙 내 혼신의 모든 것을 바칠 각오로 종로를 선택했다. 선택한 그날 바로 방을 얻어 주소를 옮기고 다음날 이사를 갔다. 이후 완전히 종로에 쏟아붓고 있다가 이런 일을 당한 거다. 아직 어떤 것도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 근데 참여를 망설이는 진짜 이유가 뭔가.
“참여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는 크게 쇄신해야 한다. 기득권을 사정없이 깨버려야 한다. 과거 행태, 의식, 방식 모두 확실하게 깨야만 한다. 혁신통합위(혁신통합추진위원회)라고 해놓고 구태정치 계승위원회, 구태정치인 집합소가 되면 정말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다.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가 아니라, 미래 세대들과 전문가 그룹을 최대한 끌어들여 미래지향적인 정당으로 크게 탈바꿈하기를 주문한다.”
- 그래도 참여를 해 힘을 보태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합류에 필요한 조건 등이 있다면 뭔가.
“당장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공천이 돼야 한다. 한국당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려면 외교관 출신들, 안보 전문가들, 환경·노동·재정·조세 전문가들, 과학자 출신들, 대·중·소기업 전문가들을 비롯해 탈북자나, 장애인, 외국 교포 선구자들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을 삼고초려해 공천을 해야 한다. 시간이 없으니 이미 지역민들의 심판을 받아 당선된 바 있는 기존 의원들은 큰 무리 없으면 존중해주고 말이다. 진심으로 종북 좌편향 세력만 아니면 하나가 되자고 호소하고 싶다.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기꺼이 앞장서 서포터가 되겠다.”
이 의원의 역할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가늠됐다. 통합신당에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나 문병호 전 의원,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물론 김중로 의원까지 안철수 전 대표의 옛 국민의당 인사들도 참여하는 만큼 향후 더 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를 수 있는 중재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 앞으로 가교 역할에 적극 나설 계획인가.
“본래 내 신념은 캐치 올(catch-all)이다. 진보가 됐든 보수가 됐든, 영남이 됐든 호남이 됐든, 청년층이 됐든 노장년층이 됐든, 계층에 있어서도 중하위층 혹은 중상위층이 됐든 정말로 하나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이젠 진보와 보수를 구분 짓는 게 전혀 의미가 없다. 나도 그렇지만 대한민국에서 진보가 뭔지 보수가 뭔지 제대로 설명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나. ‘진보와 절대 함께 할 수 없다’ ‘보수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실체가 없는 진보-보수, 영-호남으로 나뉘어 싸우는 소모전은 끝내야 한다.”
- 그래서 빅텐트를 강조했던 이유인가.
“지금은 98대 2 국면이다. 국민 중 종북 내지는 완전한 좌편향은 50만에서 아무리 잡아도 100만 명 정도다. 5000만 명 중 1% 내지 2%다. 이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국민들은 합리적이고, 양보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함께할 수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각자의 세력이 우리 세력도 한번 집권해야 한다고 봐, 사람 중심의 집권 전략이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었다. 특정 인물로 나눠 경상도나 전라도를 기반으로 묻지마 투표를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다들 집권을 최소 한번씩은 해봤다. 민주화 세력도, 집권했고, 산업화 세력도 했다. 주사파 세력도 해봤고, 실물 경제인도 집권했다. 각자 자신들이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했다고 하는 모든 세력이 최고지도자를 내본 것이다. 이제는 그 모든 걸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도 뚜렷이 영남을 대표하거나, 호남을 대표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념도 무슨 대단한 보수, 진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 의미가 없는데, 왜 갈려 소모전을 펼치느나. 말하자면 2%의 종북 좌편향 인사를 제외한 나머지 98%는 지금 뭉쳐야 할 때다.”
<정치권의 기생충>
-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까.
“걸림돌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 내가 메시아다, 라고 하는 대통령 병을 가진 사람들이다. 지지율도 얼마 안 되면서 조금만 유명해지고 언론에 많이 나오면 전부 대통령 꿈을 꾼다. 저마다 세력을 만들고 보스가 돼 대통령이 되려고 편을 가른다. 추구하는 바, 가치도 비슷비슷한데 다들 자기중심으로 뭉치자고 한다. 심지어는 자기 존재감을 위해 상대방을 향해 공격하는 게 아니라 아군 진지에 수류탄 던지고, 공격하고 비판한다. 선거철만 되면 지분부터 내놓으라고 한다. 아주 어리석은 짓이다. 이거야말로 기생충, 바이러스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이 있다면 이제는 보수 세력에서 쫓아내야 한다. 왜 말 같지도 않은 이들한테 끌려 다녀야 하나. 옛날에는 보수 지도자가 ‘말’이면, 보수 세력들이 마차였다. 끌려 다니는 존재였다. 지금은 달라졌다. 마차를 끌 수 있는 ‘말’, 지도자가 없다. 이제는 보수 세력이‘말’이고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마차가 됐다. 바퀴가 고장 났다? 갈아치우면 된다. 마차가 고장 났다? 자체를 바꾸면 된다. 보수 세력이 주인이다.”
- 아까 문제라고 한, 대통령병 걸린 유형들은 누굴 타깃으로 말한 건가.
“구체적으로 이름을 나열하지 않겠다. 단지 큰 틀에서 하는 말이다. 내가 싸움을 하자는 건가. 보수를 또 깨자고 그러는 건가. 정말로 잘해보자는 건데, 누굴 공격하고 비난하고 싶지 않다.”
- 걸림돌 두 번째는 뭔가.
“보수가 전혀 자기 진단을 하지 않고 있다. 계속 참패하고, 국민들로부터 욕을 먹음에도 아직까지 故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산업화 팔이에 취해 있다. 우리가 경제를 일으켜 부응하지 않았느냐, 안보를 지키지 않았느냐, 수십 년 전 선배들이 해온 업적을 팔고 앉아 있다. 이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국민 눈높이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데, 한 번도 보수는 ‘우리가 뭐가 문제지?’ ‘플러스 정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정식으로 진단을 해본 적이 없다.”
<한국당의 호남 홀대론>
이 의원은 “(보수가) 그 진단을 했다면 호남을 저렇게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호남이 고향이자, 호남을 지역구로 둔 보수 정치인으로서 지역주의 타파에 부단히 노력해온 그이기에 기존 보수당의 모습이 뼈아픈 일인 듯했다.
“왜 호남 사람들을 멀어지게 하는 부족한 정치, 마이너스 정치를 하나. 호남은 故김대중 전 대통령을 통해 ‘이제 우리도 대통령을 갖겠다’고 한 목표를 실현한 바 있다. 호남에 대해 문을 활짝 열고 성심성의를 다하면 얼마든지 마음을 얻을 수 있음에도 현실은 어떤가. 아주 극소수의 몇 사람들이 자기 (영남) 지역에 서면 ‘그때 시원하게 말 잘했다’ 요 소리 한마디 들으려고 나머지 보수를 고립시키고 있지 않나. 수도권에서 보수의 입지를 좁히고, 호남에서 한 석 얻기도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자기 지역구에서 딱 한 소리 ‘시원했습니다’ 들으려고 호남에서 애쓰고 있는 사람들을 짓이겨버린 것이다. 보수를 망가뜨리는 이런 정치를 계속해야 되겠나.”
사실 그런 점들 때문에 호남 내 반(反) 한국당 정서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와중이다. <시사오늘>의 정세운 평론가도 YS(김영삼) 문민정부 때만 해도 역대 역사 바로 세우기, 5‧18 특별법 제정, 관련자 처벌 등에 앞장선 성과가 있지만, 정작 지금의 한국당은 퇴행적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이다.
- 박정희 전 대통령을 계속 어필하거나 5‧18 북한군 개입 망언 등은 지역주의 타파를 역행하는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당의 호남 홀대론, 반성할 지점들이 많다고 보는데 어떤가.
“(문민정부 제외의) 한국당과 대다수의 전신 정당들은 호남 포기 전략을 전략 삼아 왔다. 호남을 비하하고 호남 출신 정치인들을 비난하고 호남지역 특유의 사안이나 정서에 대해 얄밉게 힐난하고 부각해 비판해왔다. 아주 나쁜 사례다. 가장 보수를 망친 사람들이다. 국민을 편 가르고 이간질시킨 사람들이다. 공천이 됐든, 집권 시 중앙부처 인사가 됐든, 호남 관련 예산이나 집단민원에 대해서 오히려 더 성의껏 임했으면 김대중 대통령 집권 이후 호남 민심을 얻었을 것이다. 호남 출신들이 많이 사는 수도권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몇몇 정치꾼들이 호남인을 얕잡아 보고 홀대하는 발언을 일삼아 지역감정 골을 키워 온 점이 없지 않음을 고백한다. 이제라도 한국당은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집권할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이 작은 나라에서 특정지역 사람들을 배제하는 집단은 집권할 수도 없고 집권해서도 안 된다. 한국당이나 한국당 지지자들 역시 호남 폄하나 호남인들의 마음 상처를 건드리는 발언을 하지 말아 달라. 상처는 감싸는 것이지 들쑤시는 것이 아니다.”
- 말처럼 한국당이 확 바뀐다면 박주선, 주승용 의원 같은 중도개혁 실용노선의 호남 정치인들도 빅 텐트 안에 들어올 수 있겠다.
“얼마든지, 얼마든지,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정말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김동철, 박주선, 주승용, 황주홍 의원 등 전부 꽃가마 보내서 모셔 와 하나 될 수 있다고 여기는 분들이다. 그분들과 대화 한 번 해봐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안보, 한미동맹, 외교 등 생각이 다른 분들이 아니다.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지역주의 타파의 길>
- 그런데 어떤 계기로 보수에 입문하게 된 건가.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나는 친박이고 그 박은 박정희의 박이다. 나는 시골 두메산골에서 자라면서 동네 형들이 머슴 살고 여동생들이 식모 살러 떠나면서 우는 장면을 정말 많이 봐 왔다. 나는 가난을 극복하고 근대화 산업화돼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풍요가 인권이고 민주화고 평등이고 공정이고 정의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부분들을 정상화시키고 법치를 확립하고 인간다운 삶으로 변화시키는 개혁과 혁신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처음부터 보수정당에 소신을 갖고 몸담은 배경이고 이유다.”
이 전 대표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한국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배지를 달았지만, 국회 입성 도전은 17대부터 시작됐다. 보수 후보로 광주서구을에 출마한 그는 지역주의 벽을 넘지 못하고 1.0%만을 얻는데 그쳤다. 다행히 19대 총선에서는 같은 서구을에서 비록 떨어지긴 했지만, 전과 달리 39.7%까지 득표하며 2위를 거둬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19대 보궐선거를 통해 순천시 곡성군에 출마해 당선됐다. 지방선거 시의원 도전까지 합하면 호남에서만 4번 출마 끝에 비로소 당선되는 기쁨을 누린 셈이다. 또 20대 총선에서는 고향인 곡성군이 순천 선거구에서 떨어져 나가 불리한 조건이었음에도 보수정당 후보로서는 소선거구 이후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하는 이변을 낳았다.
- 21대 총선에서 순천에 출마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다른 애정과 고마움이 있을 줄 안다. 이참에 지역주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게는 어머니가 두 분이다. 나를 낳아준 곡성 고향 집에 사시는 생모와 정치적으로 나를 키워준 순천 시민이다. 내가 받은 은혜를 생각하면 감히 내가 뭘 했노라고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고 죄송스러울 뿐이다. 순천시민은 나를 키워주신 어머니다.”
이 의원도 한때 호남 출신의 대망론에 불을 지핀 대표 인물로도 평가되고 있다. 진정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도 보수 야권에서 호남 출신의 대통령이 나온다면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 호남 대망론. 여전히 그 꿈을 꾸는지, 또 눈여겨보는 호남 출신의 후배 정치인들이 있다면 누구누구인지 궁금하다.
“대통령은 하늘이 내는 자리다. 나는 내 위치에서 갈고닦을 뿐이다. 우리 정치에 정말 나쁜 관행은 총리나 비서실장이나 당 대표나 원내대표,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를 지낸 사람들은 누구나 대권주자라고 나선다는 것이다. 교만이고 오만이다. 대통령은 국민이 나서 달라고 열화와 같은 지지가 있을 때 나서는 자리다. ‘000 사모’만들어 미리부터 설치기만 하는 사람은 그 자체가 자격 미달이다.”
- 여전히 호남에서 노력하는 보수야권 후배 정치인들이 있지만 빛을 못 보고 있다. 고질적인 지역주의 벽을 깨는 데 성공한 정치인으로서 조언해줄 부분이 있다면.
“진심이다. 어려운 말일 것이다. 그래도 답은 진심이면 통한다는 것이다.”
<朴心의 의중>
이 의원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얘기 안 할 수가 없다. 탄핵 국면 당시 단식 투쟁을 불사하면서까지 이에 반대하며, 원박(원조 박근혜) 사람들 중에서도 뚝심 있는 의리파로 평 되고 있다. 지난 2007년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약한 이래 2012년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비서실 정무팀장 등 ‘박근혜의 입’으로 불리며 지근거리에서 도왔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는 청와대에서 정무수석, 홍보수석 등을 거쳐 2016년 8월에는 최초의 호남 출신 새누리당 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정유라‧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이 휘몰아치면서 그해 12월 정부 여당 실정에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또 이듬해 당 쇄신 요구가 커지자 당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며 탈당해 무소속으로 남아 있다.
- 홀로 떨어져 박 전 대통령 구속, 장미 대선을 통한 문 정부 탄생, 6‧13 보수 참패 등을 지켜보며 여러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가장 괴로웠던 것들은 무엇이었나.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 요즘도 박 전 대통령과 소식을 주고받을 것 같다. 보수 내에서는 탄핵의 강을 건너자, 못 건넌다, 여전히 분분하다.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 의중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답하지 않겠다.”
이 의원은 최근 대법원에서 방송법 위반으로 KBS 세월호 보도에 부당 개입했다는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이에 상당히 억울하지만 사법부 판결에 승복한다고 발언한 점이 인상을 남겼다. 이에 대해서도 물었다.
“재판 관련 내용은 법정 안에서 하는 것이다. 내가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나에게 있다. 법정 밖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사법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세력들과 지지자들은 자기편에 불리하면 검찰도 사법부도 공격한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 국민 편 가르기고 법치 무력화다.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슈퍼스타 K처럼>
- 평소 정치개혁을 강조하며, 2040 중심의 정당 창당도 모색한 바 있다. 최우선 정치개혁을 위해 강조하고 싶은 바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king이다. 왕이다. 군주제 같은 대통령 권한을 공화정에 맞게 뜯어고치지 않는 한 정치개혁은 전부 거짓말이다. 개헌을 해 국민 헌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정치권이 미래 세대들의 고민과 과제에 대해 지나치게 무관심하고 소홀한데 이를 개혁해야 한다. 현재 20대 국회의원은 한 명도 없고 30대도 각 당에 한 명씩 있어 목소리를 제대로 못 내고 있다. 20·30·40대가 적어도 60% 즉, 180명 이상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경험한 전문가들이면 더 좋겠다. 다양한 분야면 더 좋겠다. 이런 당을 추진해왔고 이번에 안 되면 다음 국회에서라도 꼭 그렇게 됐으면 한다.”
- 정치인의 덕목으로 꼽는 최고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서번트(servant) 의식, 즉 섬김 자세다. 머슴은 주인이 시키기 전에 찾아서 일한다. 주인을 부르지 않고 주인을 찾아가서 듣는다. 책임을 완수해야 대가를 받고 재계약을 한다. 주인이 편하게 잠잘 때도 일하는 것이 정치인이 해야 할 서번트 정치다. 국회의원은 발 뻗고 자고 국민은 밤새워 일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나는 목에다 힘주지 않고 무릎에다 힘줬다. 무릎으로 기었다.”
이날(10일)도 이 의원은 지역 순천에 있다, 인터뷰 약속 때문에 부랴부랴 서울로 왔고 다시 또 현안 문제로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바쁜 와중에도 현장 답변은 현장 답변대로, 서면 답변은 서면 답변대로 충실했고 배려가 묻어났다. 오랜 관록의 공보 출신다운 면모였다.
다음의 심층 인터뷰를 기약하며 마지막으로 이 말을 던졌다.
- 초반 발언한 구상대로 정말 빅 텐트가 쳐진다면 대선후보 경선도 더욱 스펙터클 해질 것 같다.
“난 대선은 무조건 <슈퍼스타 K>나 <미스터 트롯>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똑똑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나. 누구든지 다 참여해 무지막지하게 토론을 거치는 거다. 1만 5000명 중 3000명->120명 ->30명 ->12명->3명 등 적어도 1년 이상 토론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대통령 되고 나서도 국민들과 더 잘 소통하고, 설득할 수 있지 않나. 이런 과정 없이 대통령이 되다 보니 북미 정상회담 할 때도 A4용지 꺼내 읽고 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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