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보다 돈도 별로 없는데…두나무, 상장에 뜨뜻미지근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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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보다 돈도 별로 없는데…두나무, 상장에 뜨뜻미지근한 이유는
  • 박준우 기자
  • 승인 2024.04.20 11:1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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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성자산 약 4조 2563억 원…고객예치금 제외 시 5685억 수준
지난해 14개 종속기업 中 11곳 적자…빗썸에 점유율 뺏기기도
가상자산법·비트코인 현물 ETF 등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가능성↑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두나무 로고. ⓒ사진제공 = 두나무
두나무 로고. ⓒ사진제공 = 두나무

가상자산 시장이 활황과 함께 제도권 편입을 앞두고 있어 업계 큰형님 격인 두나무의 상장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보유한 현금이 많다는 점에서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적어 보일 수 있지만, 고객예치금이 현금의 대부분을 차지해 마냥 그렇지만도 않다. 더욱이 경쟁사 빗썸이 최근 상장 준비에 나서면서 두나무 소액 주주들의 불만 역시 커진 상태다.

 

보유 현금 대부분 고객 예치금…자회사 대부분도 적자


2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별도기준 지난해 말 두나무의 현금성 자산은 4조2563억 원으로, 풍부한 현금 보유량을 자랑한다. 상장의 주 목적이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이라는 점에서 현금이 두둑한 두나무의 상장 의지가 크지 않을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두나무가 보유한 실질적인 현금은 이보다 훨씬 적다. 두나무의 현금성자산은 총 세 종류, 즉 보통예금과 기타예금, 고객예치금으로 나뉜다. 이 중 고객예치금이 3조9486억 원을 차지하고 있어, 두나무가 보유한 실제 현금은 3077억 원에 그친다. 여기에 단기금융상품 2608억 원을 합할 시 두나무가 보유한 실탄은 5685억 원이다. 보유 현금이 충분해서 상장 의지가 약해질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두나무가 수천억 원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투자 여력이 마냥 충분하다고 볼 수만도 없다. 자회사 대부분이 적자 상태기 때문이다. 두나무는 지난해 14개의 종속기업을 뒀다. 이들 중 11곳에서 지난해에만 총 23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이 발생했다. 두나무글로벌과 캡스톤일반부동산사모투자회사3호전문, 두나무씨엑스의 경우에는 재무상 매출이 잡히지조차 않았다.

당장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과 자회사 전체 적자를 비교했을 때 유동성 우려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적자 중인 자회사가 늘거나 적자 규모 자체가 커지기라도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두나무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투자했던 ‘르’와 ‘오토매닉스’의 적자가 이어지자 결국 지난해 두 회사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사업다각화를 통해 매출 구조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지난해 매출의 97.12%가 거래플랫폼 수수료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두나무 거래플랫폼에는 업비트와 증권플러스,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이 있다. 두나무는 재무제표상 업비트와 증권플러스의 손익을 구분해 놓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실제 업비트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두나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익 역시 업비트에서 발생한 수익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가상자산 시장에 불황을 맞을 경우 실적 하락을 넘어 자칫 존폐 위기라는 극단적 상황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 점유율 및 주가 하락세…늘어가는 주주 불만


두나무의 상장 시점을 두고 소액주주들의 불만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두나무의 소액주주 수는 지난해 말 기준 7973명으로, 전체 주주 가운데 99.84%를 차지한다. 이들 소액주주가 보유한 지분율은 20%를 웃돈다. 두나무 최대주주인 송치형 회장의 지분율은 25.57%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두나무 주가는 지난 19일 오후 3시 30분 기준 11만6000원이다. 이는 지난 2021년 11월 22일 최고점(54만 원) 대비 약 80% 하락한 액수다. 두나무 주가는 최고점을 찍은 날로부터 지금까지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7만 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그나마 반등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가상자산 시장의 호황과 더불어 두나무가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주가가 반의 반 토막 나는 사이 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의 점유율이 쪼그라들었고, 동시에 경쟁사 빗썸에선 상장 준비 소식이 들려왔다. 두나무 소액주주들로선 속상한 일들의 연속이다.

앞서 빗썸은 업비트에 쏠린 가상자산 시장 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했다. 현재 업비트와 빗썸의 점유율은 각각 70%, 25%다. 수수료무료 정책 시행 전 13%였던 빗썸의 점유율이 12%포인트 오른 반면, 90%에 육박했던 두나무의 점유율은 되레 20%포인트 줄었다.

이후 빗썸은 상장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돌입한 데 이어 시장으로부터 적정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인적분할에 나서면서 두나무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더 커졌다.

결국 두나무 비상장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은 지난 3월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와 주주 간 소통창구가 부족하다”거나 “빗썸처럼 왜 상장 안 하냐”며 소리를 높였다.이에 남승우 두나무 CFO는 “(상장)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기대감에 상장 기대감도↑


향후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의 입성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은 두나무의 상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애초 가상자산업계가 가상자산과 관련된 신사업을 벌이지 못 했던 가장 큰 이유가 제도권에 들어서지 못 했다는 점이었기 때문이다.

정치권 소식에 정통한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업계가 가상자산과 관련된 신사업을 펼치려면 증권화는 물론 관련 법들이 나와야 한다”며 “법을 만들거나 바꿀 수 있는 이른바 ‘힘’있는 사람들 중 가상자산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이가 몇몇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상자산 제도화가 속도감 있게 나서지 못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최근 가상자산 제도화에 적극적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다시금 업계의 기대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월 말 가상자산 제도 재정비, 연계상품 제도권 편입, 증권형토큰 법제화 등의 내용이 담긴 ‘디지털자산 제도화’ 공약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추진 과제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 발행·상장·거래를 허용, 매매수익을 금융투자상품과 손익통산·이월공제 등이다.

올 7월에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가상자산법은 공개 중요정보 이용, 부정거래 등 가상자산 관련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한다. 만약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최대 무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2배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다.

가상자산에 부정적이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에 우호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 금감원장은 지난 3월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트코인 현물 ETF와 관련해 올 하반기 정도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할 것”이라며 논의 방법에 대해서는 "공론화의 장을 여는 방법을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들어서게 된다면 두나무 입장에서 신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돼 자금 조달을 위해서라도 상장에 적극 나서게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향후 가상자산이 제도권 안에 편입된다면 증권성을 인정받게 된 것이기에 신사업 추진에 있어 긍정적”이라며 “두나무는 가상자산 관련 사업과 부동산 등 다른 분야의 사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상장 의지가 갈수록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증권·핀테크 담당)
좌우명 : 닫힌 생각은 나를 피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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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의도 2024-04-22 23:38:57
코인만 팔아도 1.5조 현금 이익잉여금이 얼만데요.

무슨 의도 신가요? 의도가 없다면 그냥 바. 라는건데..

비비빅 2024-04-21 18:49:32
장난하십니까.. 대충 계산해도 하루에 100억 이상 수수료로 들어오는데..
재무제표 볼줄알면 이런 기사 안쓴다고 생각함
예치금 외에 무형자산으로 잡힌 코인만 1조 이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