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경기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부동산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분양시장에서는 신규 물량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인근 매매시장에서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
5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계룡건설산업의 '고덕 리슈빌 파크뷰'는 지난달 31일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0.12 대 1을 기록했고, 이어진 2순위 청약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총 728가구 모집에 청약 건수는 1, 2순위를 합쳐 불과 136건에 그쳤다. 수도권 거주자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접수를 받았음에도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달 초 청약을 실시한 코오롱글로벌의 '고덕 하늘채 시그니처'도 총 409가구 모집에 1, 2순위를 합쳐 87건의 청약만 접수돼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고덕리슈빌 파크뷰에 비해 고덕신도시 외곽에 위치해 입지가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미달물량이 나올 줄은 몰랐다는 게 해당 아파트 조합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5월 공급된 라인건설의 '고덕 파라곤 2차' 역시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고덕 파라곤2차는 총 638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된 1·2순위 청약에 760명이 접수해 평균 1.2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이후 미계약 물량이 발생했다. 2017년 분양한 '고덕 파라곤 1차'가 당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49.4 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된 바 있음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최근 고덕국제신도시 인근 지역에서 분양가 대비 낮은 가격에 분양·입주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살펴보면 '평택 지제역 동문굿모닝힐 맘시티 A1' 전용면적 74㎡ 3층은 지난 7월 2억4100만 원에 거래됐다. 분양가보다 2000만 원 낮은 가격이다. 같은 기간 59㎡ 최고층(24층)은 2억3250만 원에, 84㎡ 20층은 3억1830만 원에 각각 팔렸다. 분양가에 비해 500만 원 오른 수준이다. 발코니 확장비나 옵션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피다. 평택 지제역 동문굿모닝힐 맘시티 A2, A4 등도 비슷한 시세다. 소사지구에 위치한 '평택 효성해링턴플레이스'는 2000만~3000만 원 가량의 마피가 형성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창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고덕국제신도시에서도 마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고덕 파라곤 1차(전용면적 84㎡ 15층)는 지난 7월 4억1500만 원에 거래됐다. 분위기가 좋았을 때와 비교하면 약 4000만 원 하락했고, 분양가와 비교해도 발코니 확장비, 옵션 등을 감안하면 500만~1000만 원 오른 수준이다. '평택고덕신도시 A17블록 제일풍경채'도 4억 원대에 거래됐던 전용면적 84㎡(4, 5층)가 지난달 3억9710만 원, 3억9920만 원에 팔리는 등 3억 원대로 떨어졌다.
불과 지난달 공급된 고덕 하늘채 시그니처 역시 조합원 매물이 당초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되고 있다. 해당 아파트 전용면적 59㎡는 2억1000만 원대에 거래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실제로는 1억7000만~1억8000만 원선에서 가격이 형성된 실정이다. 2억 원 후반에서 3억 원 초반을 호가할 것으로 여겨졌던 전용면적 84㎡도 2억4000만 원대에 거래 중이다.
지역 부동산시장에서는 예견된 참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부터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에는 고덕국제신도시의 입주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덕국제신도시는 지난 6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약 3200여 세대 규모의 입주가 진행된다.
일각에서는 연말부터 분위기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덕국제신도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고덕은 평택에서 그나마 좋은 평가를 받은 지역이었다. 삼성전자 호재도 있고, 구도심 낡은 집에 있는 수요자들이 신도시 새 집을 원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었다. 마피는 경험한 적이 없는 지역이었다"며 "이제 사람들이 마피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외부에서의 인구 유입은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하고, 지역 사람들은 원래 집도 못 파는 상황이라서 이사는 꿈도 못 꾼다. 투기꾼들은 이미 떠났고, 남은 세력들도 연말 안에 정리하고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부동산중개업자도 "집을 내놔도 빠지지 않고, 전월세 수요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집이 안 팔리는데 웃돈을 주고 집을 살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연말부터 진짜 헬(지옥)이다. 투자자들 다 던지고 나간다. 벌써 문을 닫은 부동산이 꽤 된다. 파리만 날리니까 문을 닫은 부동산도 있고, 자기가 고덕에 투자하라고 꼬신 사람들이 많아서 원망 들을까봐 떠난 부동산도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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