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삼성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IMK)’가 당초 사외이사로 영입하려던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이 최종 참여를 철회한 가운데, 송재희 카드 전후로 불거진 삼성과 정부당국의 석연치 않은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아이마켓코리아(IMK)는 삼성의 조달청으로는 불리는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2000년대 초반 운영했던 인터넷벤처 중 하나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공시된 아이마켓코리아의 2분기 영업이익이 122억2400만원(전년 동기대비 32.5%증가), 매출액 4634억3400만원(전년대비 19.6%증가), 당기순이익 98억6700만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의 아이마켓코리아 뿐 아니라 LG 서브원, 한화 S&C, 웅진홀딩스 등도 내부거래를 통해 비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 측은 그간 MRO를 통한 대기업의 일당 몰아주기와 관련,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투한다”고 반발했고, 이명박 정부 역시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는 편법 부당거래”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아이마켓코리아가 지난 5월 중순경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과 이동진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아이마켓코리아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를 연지 불과 두 달여 만에 중소기업중앙회 핵심 인사 등의 사외이사 선임을 위해 임시주주 총회를 연 것이다.
지난 3월 중순경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초과이익공유제를 놓고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등과 설전을 벌인 이후 정부당국이 동반성장을 고리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요구하자 삼성 측이 이명박 정부의 동반성장에 유화적인 시그널을 보내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로 아이마켓코리아는 동반성장위원회가 MRO에 대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하는 안을 추진하자, 지난달 18일 해외물량에만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자산총액이 2조원 미만으로, 사외이사 총수를 이사 총수의 1/4인 1명 이상만 두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마켓코리아는 사외이사 2명을 충원한다고 밝혔다. 그것도 중소기업 측의 핵심 인력을 충원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마켓코리아의 송재희 영입은 끝내 무산됐다. 중앙기업중앙회는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송재희 상근부회장의 아이마켓코리아 사외이사 참여와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되고 있다”며 “더 이상의 불필요한 오해를 발생하지 않도록 사외이사 참여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아이마켓코리아가 송 부회장에게 사외이사 자리를 제의한 시기는 사측이 지난 5월 삼성그룹사와 1차 협력사를 제외한 MRO 사업의 철회를 선언한 시점과 맞닿아있다.
그동안 송 부회장의 사외이사 철회가 삼성 측의 강한 요구였는지, 송 부회장의 개인적 판단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중소기업중앙회 측의 판단이었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25일 <시사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5월초 삼성 아이마켓코리아 측이 그룹사와 1차 협력사에만 MRO를 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향후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점검을 위해 중앙회 회장단에 사외이사를 제의한 것”이라면서 “그 이후 논란이 일자 송 부회장이 개인적 판단에 의해 사외이사직을 그만 둔 것이다. 송 부회장이 중기 대표로서 아이마켓코리아 사외이사 활동을 한 적은 없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결국 아이마켓코리아 측은 지난 14일 이동준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만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 아이마켓코리아의 사외이사는 이동준 교수 외 2명이 됐다.
이후 임태희 비서실장이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의 MRO 불공정 행위와 관련해 “합법적인 지하경제로, 일감을 몰아줘 이익을 내는 것을 내부 거래라고 해서 과세하지 않았던 것은 문제”라고 말했고, 재계 안팎에서 공정위의 대기업 MRO 조사에 아이마켓코리아가 제외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또 재계 내부에는 이번 공정위의 대기업 MRO의 조사가 ‘비상장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지난해 8월 삼성계열사 중 19번째로 상장됐다.
당시에도 자금동원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아이마켓코리아가 상장을 한 것을 두고 삼성의 후계상속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25일 <시사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공정위의 MRO조사에 아이마켓코리가 제외됐느냐’는 질문에 “공정위가 개별기업을 특정한 채 조사여부를 말할 수 없다. 통상적인 공정거래사건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면 공식적인 조사는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만일 공정위가 A라는 기업의 MRO 위법성 여부를 조사한다고 공표한다면, 즉시 시장은 A기업을 불법성 있는 경제주체로 인식하게 되고 그 기업의 주가는 떨어질 것”이라며 “공정위 조사 이후 아무런 불법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 때는 국가가 기업에 피해를 보상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대기업 MRO조사가 용두사미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대기업의 계열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하도급법 위반, 우월적지위남용 등이다.
과거 공정위가 “대기업이 일감몰아주기를 했더라도 품질개선 등을 위한 것이라면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 유권해석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의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그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공정위의 대기업 MRO 편법 여부는 생산성, 효율성 등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며 “공정위는 포괄적인 기준을 통해 대기업의 편법에 대해 판단할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