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김민석 전 민주당 의원은 과거 잘 나가던 ‘정치 스타’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무려 28세의 젊은 나이로 정치에 입문했다. 15대, 16대 국회에서 영등포을 지역에 출마해 당선됐다. ‘차기 대권주자’로도 늘 거론됐다. 그야말로 승승장구(乘勝長驅), 파죽지세(破竹之勢)였다. 2002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대결 끝에 패배했지만, 35세로 최연소 서울시장 후보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제16대 대선 직전, 갑자기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 지지 선언을 하면서 그가 쌓아온 정치 궤적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이어 17대 총선,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20대 총선에서 줄줄이 낙선했다. 스스로를 “정치적 부침(浮沈)이 많았다”고 평할 만 하다.
<시사오늘>은 15일 여의도 소재의 한 카페에서 김 전 의원을 만났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원장을 최근까지 역임했던 그는 민주당 로고가 박힌 하얀색 외투를 입고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었다.
그는 과거의 영광을 다시 한 번 누릴 수 있을까. 다음은 김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얼마 전 이인영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예상했나.
“사실 당선 될 수 있다고 예측했었지만, 그 정도의 표차일 거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 이 원내대표 본인도 놀랐을 것이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의원들 사이에 일종의 흐름이 존재했던 것 같다. 국회의원들은 현장에서 민심을 많이 접하는 사람들이다. 아마 당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그걸 반영하는 것 아닐까. 그런 점이라면 괜찮은 결과라고 본다.
이 원내대표는 기본적으로 선량하고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 이 원내대표가 얼마 전 수석원대부대표로 이원욱 의원을 뽑았더라. 정말 '베스트 카드' 그 이상을 뽑았다고 본다. 정치력에 깜짝 놀랐다. 현재 정치 진영을 짜가는 데 있어서 상당히 능력을 잘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 신임 원내대표를 정치계에 입문시킨 당사자이기도 하다.
“내가 두 학번 위인데, 학생 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당시 재선의원으로써 젊은 정치인 영입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때 이인영 의원을 영입을 추진한 적 있다. 이 의원이 들어오고 나서, 당선이 중요하니까 내가 비례대표를 권했는데 본인이 ‘젊은 사람이 비례대표 의원으로 들어오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며 지역구를 고집했다. 결과적으론 떨어졌지만, 그런 순수한 데가 있는 원칙론자다.”
-한때 민주당 내 ‘486 그룹(40대·80년대 학번·60년대 생)’의 리더로 불렸다. 그런데 현재 이인영, 임종석, 우상호, 송영길 등 '486 멤버' 중에서 가장 당내 입지가 좁다.
“당연하다. 내가 가장 먼저 국회의원을 했고, 30대에 서울시장 후보까지 했는데. 이미 20년 전 일이다. 엄청 빨리 달렸다가 잠시 쉬었다. 다시 정치에 돌아온 게 2년, 3년 밖에 안 된다. 행보를 보이고 말고를 떠나서, 이제 막 링에 들어온 것이다. 내 행보는 이제 시작이다.”
-항간에선 과거 정몽준 전 국민통합21 후보를 지지하는 등 정치 공학적 행보가 지나쳤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옛날 얘기다. 나는 아주 드라마틱한 정치적 부침(浮沈)이 많았던 사람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반성의 시간이 길었던 사람이다. 그리고 정치 공학적 접근에 치중했던 과거에 대한 성찰도 쉬는 동안 오래 했다. 그런 것들이 다 경험이고 자산이 됐다.”
-내년 총선에서 영등포을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이다. 현직인 신경민 의원과의 당 경선을 치러야 하는데 자신 있나.
“누가 더 당이나 지역, 국가를 위해 잘할 것인지 겨루는 싸움이다. 결국은 내가 선택될 거라고 본다. 믿음이 있다. 30대에 국회의원을 두 번 하는 동안, 계속 ‘1등 국회의원’ 했다. 이미 검증이 돼 있는 후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영등포로 복귀하는 것은 나의 ‘운명’ 같은 것이다.
또 영등포의 비전과 계획, 준비에서도 내가 훨씬 앞선다. 이미 구체적으로 ‘산림천 프로젝트(영등포구에 산·제2의 청계천·숲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라는 현실 가능한 계획을 세웠다. 해낼 자신도 있다. 이런 프로젝트에 대한 구상이나 실천력은 미안하지만 나만 갖고 있다고 본다. 물론 신 의원도 훌륭한 분이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싶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당심(黨心)을 움직일 수 있다고 보는가.
“당심을 움직이고 말고의 차원이 아니다. 필요한 일이니까 하는 것이다. 영등포을 시민들이 크게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나는 오랫동안 당을 지킨 사람이다. 나이는 젊지만 지금 우리 당에 있는 의원, 원내외를 포함해 당력이 가장 긴 정치인 중 한 명이다. 당이 알아 줄 것이라고 믿는다.”
-2014년에 민주통합당을 탈당하고, 원외 민주당을 창당한 적도 있지 않나.
“나는 나간 게 아니라, 쭉 민주당을 지킨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으로부터) 민주당의 모토와 당명도 지켰다. 스스로 민주당의 적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DJ라인’이기도 하고. 오랜 민주당 경력을 당원들이 인정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원들과의 정서적 공감대가 있다.”
-'DJ계'이기 때문에 민주평화당에 대한 견제로 표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하, 전혀. 미안한 얘기지만 평화당 지지도는 우리가 고려할 만한 변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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