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안정성 vs. 변화·혁신 이미지
‘총선 승리’ 한목소리…방법론은 3人3色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여당의 원내사령탑, 다음 총선을 지휘할 지도부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선거 구도에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승승장구해온 당내 친문계 주류가 다시한번 승리할지가 관심사다. 당내 주류가 미는 것으로 알려진 김태년 의원과, 비주류의 반란을 꿈꿔온 노웅래·이인영 의원의 3파전이다.
주류불패는 이어질까
더불어민주당 출범 이후, 친노에서 친문으로 이어진 소위 ‘당내 주류’가 미는 후보는 당내 모든 선거를 ‘싹쓸이’했다. 그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가 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였던 새정치민주연합은, 2월 열린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문재인 대표를 선출한다. 문재인 대표는 45.3%를 득표, 당내 비주류 대부분의 지지를 획득했던 박지원 의원(41.78%)과 돌풍을 일으키며 컷오프를 통과한 이인영 의원(12.7%)을 제치고 당선됐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단어가 ‘친노패권주의’다. 2015년 재보선에서 민주당 간판 대신, 무소속으로 나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은 그 해 4월 본지 인터뷰에서 “그들(친노)이 가지고 있는 뭐랄까, 좀 협소함이랄까, 좀 패권적인 태도랄까를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동교동계 등 당내 비주류도 ‘친문(친노) 패권주의’라는 비판과 함께 결국 같은 해 연말 대거 탈당했다.
이후에도 당내 주류의 연승은 계속된다. 2016년 8월 전당대회에서도 당내 주류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진 추미애 대표가 54.03%로 압승했다. 2017년, 2018년 원내대표 선거에서 우원식, 홍영표 원내대표가 계파색이 옅은 비주류 노웅래 의원을 잇따라 눌렀다.
지난해 7월 열린 전당대회에서도 이해찬 대표가 42.88%로 승리하며 주류불패를 이어갔다. 송영길 의원이 30.73%로 선전했지만 결과를 뒤집진 못했다. 이 전당대회에선 최고위원들도 대부분 친문계 인사로 채워졌다.
‘주류불패’가 이어지다보니 이번 원내대표 선거의 관심사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과연 당내 주류는 누구를 지지하고 있을까와, 이번에는 비주류의 반란이 성공할 것인가다.
주류불패의 명과 암
주류의 승률이 높은 데는 사실 이유가 있다. 주류(主流)라는 단어의 뜻은 ‘조직이나 단체 등에서 주도권을 가진 다수파’다. 그러니 애초에 주류라는 시점에서 다수가 전제돼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더해 여당일 경우, 주류는 보통 청와대와 한 몸이다.
그러다 보니 주류로 지도부가 구성될 경우, 안정감이 올라간다. 당-정-청의 결속력도 강해진다. 당정청 관계를 보는 시각도 다르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격인, 국정자문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김태년 의원실은 26일 <시사오늘>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지금 당정청은 그 어느 때보다 소통이 원활하고 긴밀하게 협력 중”이라며 “‘원팀’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비주류로 분류되는 노웅래 의원이 같은 날 <시사오늘>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금은 당정청 소통이 잘 안된다는 지적이 있다”며 “소통강화를 위해 협의채널을 구축하겠다”고 짚은 것이나, 이인영 의원이 24일 본지 인터뷰에서 “국회의원들이 유권자들과 더 밀접하다”면서 “당 주도권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평한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 더해, 당정청 결속력이 높으면 일단 당내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 지난 2016년 새누리당은, 당-청 갈등으로 인해 공천파동을 겪으면서 총선서 무너졌다. 비주류였던 김무성 대표와 주류에서 보낸 자객이라 할 수 있는 이한구 공천심사위원장과의 충돌이 결정타였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25일 <시사오늘>과 만나 “당내의 주류가 승리하면 당이 안정된다”면서 “내부 결속도 높아지고, 보통 선명성이 뚜렷해지며 추진력이 생기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주류 지도부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와 가까운 만큼 ‘정권심판론’이 발동될 시의 피해도 더 크다. 앞서 언급한 새누리당 공천파동에선 주류가 판정승하며 정권심판론에 휘말려 대패로 이어졌었다.
주류가 당내선거 승산이 높은 만큼, 비주류의 승리 시에 ‘드라마’가 생기면서 당 전체의 지지율이 높아지기도 한다. 이른바 언더독(underdog) 효과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선, 대세론을 이끌었던 이인제를 누른 비주류 노무현의 경선 승리가 결국 본선까지 바람을 일으켰다.
또한 비주류 등판이 정당의 이미지에 누적된 피로도를 한차례 씻고 당 혁신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노웅래 의원은 “민심은 민주당의 과감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빤한 결과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주류’의 선택은 누구일까
민주당 내에서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예측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중론이다. 세 후보가 교집합도, 공통점도 많다. 제17대 국회에서 처음 등원해, 제18대 총선서 한 번씩 낙선을 맛본 3선 의원이라는 점이 똑같다. 김태년 의원과 이인영 의원은 동갑내기이자 전대협 1기 출신이기도 하다. 정가 일각에선 이들 중 김 의원이 주류의 지원을 받으며 한 발 앞서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최근 친문계의 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신호와 함께 당내 주류 전체가 김 의원을 지지하느냐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24일 기자에게 “이인영 의원이 친문계 핵심 일부의 지지를 획득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박빙’이라는 목소리도 높고, 세 번째 도전인 노 의원이 동정표를 많이 모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와 관련,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25일 “친문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이들이지 통으로 된 하나의 계파는 아니다”라면서 “원내대표선거는 의원들의 표로만 결과가 나타나는 만큼, 사실 누가 누굴 지지하는지 모두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의원들, 특히 주류의 마음을 잡기 위한 공약전도 치열하다. 세 사람 모두 입을 모아 ‘총선승리’를 외친 가운데, 그 방법론에 대해선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선명성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내년 총선은 20대 총선을 치르던 시점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치르게 될 것”이라며 그 배경으로 문재인 정부가 낼 성과를 꼽았다. 청와대 인사들의 당 복귀나 조국 수석의 출마론 등에 대해서도 비교적 긍정적이다. 반면 노웅래 의원은 “내년 총선에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함께 촛불을 들었던 민심·중도진보층·청년층으로의 외연확대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인영 의원은 “총선승리를 위해 중원으로 확장하겠다”면서 “누구든 출마는 할 수 있지만, 너무 친문인사들만 중용하면 정권 심판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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