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정치인의 성공 조건, ‘익숙함과의 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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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정치인의 성공 조건, ‘익숙함과의 결별’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3.31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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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지지자 요구에 매몰되면 확장 어려워…‘익숙함과의 결별’이 성공 부른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권으로 나아가려면 친박 세력과의 결별이 필수적이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권으로 나아가려면 친박 세력과의 결별이 필수적이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유력 대권 주자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수행해 3월 5일 공개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결과를 보면, 황 대표는 17.9%의 지지율로 전체 대권 주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은 황 대표가 ‘차기 대권 후보 0순위’라는 데 그리 공감하지 않는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아직도 차기 대선까지는 너무 긴 시간이 남아 있으므로 ‘정치 신인’ 황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둘째, 진보 진영에 비해 보수 진영은 상대적으로 대권 주자 수가 적어 황 대표에게로 지지율이 쏠리는 경향이 있다. 셋째, 황 대표는 여전히 ‘친박(親朴)’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모두 일리가 있는 분석이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세 번째다. 정치인에게 지지율은 엔진과도 같아서, 한 번 흐름을 타기 시작하면 높은 언덕도 넘을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지지율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정체되면,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황 대표가 3년도 더 남은 차기 대권까지 유력 후보로 남아 있으려면, 그 동력이 돼 줄 높은 지지율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이미 국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사형선고를 내린 상황에서, 친박 꼬리표를 달고 있는 황 대표가 ‘강성 보수’뿐만 아니라 중도 보수, 나아가 중도까지 포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면 결론은 한 가지다. 황 대표에게 당권을 선사한, 그러나 확장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친박과 거리를 두고 중원(中原)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대 정치사를 봐도, 황 대표가 선택해야 할 길이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1997년,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자신이 평생을 걸고 싸워왔던 군부독재의 후예인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손을 잡고 DJP연합을 결성했다. 당시 DJ의 열혈지지자들은 DJP연합을 야합(野合)이라고 폄하했지만, 결과적으로 DJ의 결단은 ‘호남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던 통념을 깨뜨리고 정권을 교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서민의 후보’를 강조했던 노 전 대통령은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재벌’인 정몽준 당시 국민통합21 후보와의 단일화로 돌파구를 만들었다. 이때도 노 전 대통령의 열혈지지자들은 결사반대를 외쳤으나, 대선이 끝난 후 노 전 대통령의 선택이 옳았음이 입증됐다.

가까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동교동계인 한광옥 전 평화민주당 대표,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영입하면서 거침없이 좌클릭, ‘박정희의 딸’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이 과정에서 ‘보수의 가치를 버린다’는 이유로 열혈지지층의 반감을 샀으나, 중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으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모두 열혈지지층의 요구를 ‘배반’하면서 확장을 선택한 결과가 성공을 낳은 사례다.

사람들은 ‘친박 후보’로서 강성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밖에 없는 황 대표가 권좌(權座)에 오르기는 어렵다고 내다본다. 그러나 역사가 말해주듯,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과연 황 대표는 편안하고 익숙한 열혈지지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더 넓은 세상’에 존재하는 ‘더 많은 사람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힘든 일이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저, ‘익숙함과의 결별’이라는 황 대표의 결단이 필요할 뿐이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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