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문 정부의 하강곡선에 대해 여러 진단이 나온다. 일각선 "'정권 3년차'면 빠질 때도 됐다"는 평을 내놓는다. 지난 정권들이 보여줬던 모습에 기초해서다.

그렇다면 왜 집권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정부 지지율은 하락할까. 시각을 달리 해 보면, '시기'보다 정치권의 '세력 이동'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출범엔 3당 합당이라는 배경이 있었다. YS는 자신의 숙적이라고 할 수 있는 민정계와 손을 잡으면서 정권을 잡았지만, 이후엔 당내서 김종필(JP)의 일선 후퇴를 요구하는 등 각을 세웠다. 이에 JP는 YS와 등을 돌리면서 자민련을 창당했고, 1995년 제1대 지방선거에서 5명의 광역자치단체장, 1996년 제15대 총선서 50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키며 돌풍을 일으켰다. 결국 문민정부는 지지율 하락 끝 임기를 마쳤다.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DJP 연합'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JP와 손잡고 정권을 잡았던 DJ지만, 결국엔 JP와 결별했다. JP의 이탈과 함께 충청도의 지지를 잃은 DJ 정권도 하락세를 겪었다. 비교적 오랜 기간 긍정평가를 유지했던 국민의정부는, JP와 사이가 멀어진 집권 3년차인 2000년 남북정상회담 성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데드크로스'가 일어나면서 본격 하락세를 탔다. 2001년 DJ-JP의 공조는 공식적으로 깨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지지율 측면서 완전히 무너진 데엔 열린우리당의 실패가 결정적이었다. 열린우리당은 옛 동교동계 인사들을 상당수 배제하고 친노계를 중심으로 출범했다. 그 결과 참여정부의 말년은 낮은 지지율에 고전해야 했고, 지리멸렬했던 여권은 참패와 함께 정권을 넘겨줬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당내경선에서 그야말로 유혈사투를 벌였다. 이 갈등의 골을 수습하지 않은 채로 출범하면서 MB정부는 아예 저조한 지지율로 시작한 셈이다. 이 갈등은 임기 중 세종시 문제로 크게 촉발됐고, 결국 나중에 정권의 지지율 하락과 친이계의 몰락을 불러왔다.

박근혜 정부 역시 '진박 논란'등 공천파동과 함께 몰락이 시작됐다. 일시적으로 '보수대통합'을 통해 껴안았던 비박·친이계를 내치려는 시도가 문제였다. 제20대 총선에서 공천파동 끝에 예상밖의 패배를 당하면서 새누리당은 탄핵정국에서 별다른 힘을 써보지 못했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문재인 정부가 '탄핵 찬성 세력'을 모두 안고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찬성 234표 반대 56표로 기권2표로 가결된 바 있다. 현재 원내에 있는 234표의 찬성자는 최소 4개 이상의 당으로 쪼개져있는 상태다.

새로운 개혁 시도를 추구한다는 문재인 정부였다면, 정치적·이념적 포용을 통해 오히려 더욱 강력한 동력을 만드는 게 필요했다. 탄핵찬성 세력과의 권력분점을 통한 통합을 시도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회적 갈등과 지지율 하락은 없지 않았을까?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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