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최근 파리바게뜨가 불법파견 논란에 휩싸인 제빵기사를 자회사를 통해 고용한다고 밝힌 뒤 유통가가 정규직 전환, 임금인상 등 전반적인 고용 환경 개선에 나서는 분위기다. 아울러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줄임말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도 새로운 노동시장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각종 제도 마련도 이뤄지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뚜레쥬르는 제빵기사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을 놓고 내부 검토 중이다. 뚜레쥬르는 제빵사 1500여명을 협력업체를 통해 파견 형태로 고용하고 있다. 기존 파리바게뜨와 유사한 구조지만 본사가 제빵기사에 직접 지시하는 일이 없어 불법파견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파리바게뜨가 지난 11일 노사 타협안을 통해 제빵기사 처우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 임금 16.4% 상향 조정하고, 3년 내 본사 정규직 수준으로 맞출 계획이다. 휴일 등 복리후생도 대폭 늘린다.
이랜드그룹은 정규직 직원 확대와 근무 환경 개선에 나섰다. 이랜드그룹 내 패션사업부를 담당하는 이랜드월드는 최근 전체 협력사 직원들을 정직원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대상 인원은 최대 300여명 이상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신발 편집숍 폴더의 정직원 전환 대상 협력사 인원만 200여명에 달한다. SPA 의류 브랜드 미쏘, 후아유, 스파오 등 다른 브랜드들의 협력사 직원들도 정직원으로 채용해나갈 예정이다.
전국 이랜드월드 브랜드 매장 수는 폴더 60개, 미쏘 45개, 스파오 72개 등이다. 이들 매장 중 직영점의 협력사 직원들이 정직원으로 전환된다.
앞서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6월 이랜드그룹 전 직원과 우수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직 문화 7대 혁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혁신안은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자체 근로 감독센터 신설 △퇴근 후 업무 차단 △2주 휴식 의무화·전직원 리프레쉬 제도 △우수 협력사 직원 대상 자사 복리후생 제도 확대 △이랜드 청년 창업투자센터 설립 △출산 장려를 위한 배우자 2주 유급 출산 휴가 △통합 채용 등 채용 방식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정규직 전환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판매 직원들의 처우가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지속적으로 더 나은 근무 환경과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경산업도 판촉사원 700여명을 연내 직접고용한다는 방침이다. 애경산업은 판촉사원을 본사가 직접 고용할지, 파리바게뜨처럼 자회사를 세워 고용할지 협력업체·판촉사원들과 논의를 통해 5월까지 결정할 계획이다.
해당 판촉사원 700여명은 현재 협력사 소속으로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 활동을 하는 직원들이다. 현재는 같은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판촉사원이라도 고용 형태가 각기 다르다. 제조업체에 직접 고용되거나 협력업체를 통해 도급 계약을 맺기도 한다.
식품업계의 경우 판촉사원을 이미 직접 고용한 기업도 있다. 오뚜기와 농심 판촉사원은 전원 제조업체 소속이며, 남양유업은 5년 전 판촉사원 700여 명을 전부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워라밸 복지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출산을 앞두거나 육아를 병행 중인 여성 비율이 높은 회사 특성을 반영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위메프 여성 직원의 비율은 전체 54%이며 평균 연령은 29.7세다.
대표적 일·가정 양립 복지제도는 ‘보육료 지원 제도’다. 고용 형태나 재직 기간에 상관없이 영유아 자녀를 둔 위메프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자녀 1명 당 매월 15만원, 연간으로 하면 180만 원 상당을 복지 포인트로 지원받을 수 있다.
출산 시에는 배우자(남편)의 경우에도 유급 출산휴가를 최대 30일까지 누릴 수 있다. 육아 휴직 기간에는 회사 측이 제공하는 통상임금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이 추가로 지원된다.
이밖에 △난임치료 비용 및 휴가 지원 △전염병이나 상해로 인해 간호가 필요한 자녀를 위한 유급휴가 △신규 입사자들의 적정 휴식을 보상하는 11일의 ‘웰컴휴가’ 제도 △임직원 생일 및 결혼기념일 조기퇴근제도 등의 복지 제도가 마련돼 있다.
업계에서는 파리바게뜨 사태와 더불어 앞서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만큼 파견직과 비정규직의 고용 전환, 워라밸 정책 확산에 동참하는 기업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다. 고용 전환에 따른 인건비 부담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거나 오히려 고용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워라밸 정책을 두고서도 잡음이 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 노동계에서는 워라밸 기조가 오히려 근로시간을 단축시켜 노동 강도만 높이는 꼼수라는 비판이 흘러 나오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정규직이나 판촉사원 등이 수백명에 달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모두 정규직 전환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사회적 흐름에 부합하기 위해 여러 기업이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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