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기업이 사람을 키우고 쓰고 평가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으로 인해 기업이 크고 변화하고 가치를 창조해내는 것 입니다. 하이브랜드와의 인연으로 만난 사람, 사람이 바로 저의 자산입니다. 상생과 나눔의 결실, 모두와 함께 합니다.”
양재 하이브랜드몰 홈페이지 내 인사말에서 기업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이같이 명시하고 있다. 하이브랜드는 과연 기업 가치관에 부끄럼 없는 경영을 펼치고 있을까. 홈페이지에 명시된 ‘상생 경영’ 그 이면에는 철저하게 상인들의 주장을 묵인하고 있는 하이브랜드의 민낯이 확인됐다.
본지는 지난해 말 경 하이브랜드 본사 측과 입점 상인간의 갈등을 담은 기사를 두 차례 내보냈다. (이하 참고 ‘롯데’ 등에 업은 ‘하이브랜드’, 임차인 상대 불공정계약 유도 논란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659 / 하이브랜드의 진실, 그것이 알고싶다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128)
당시 하이브랜드에 입점해 있던 상인들은 본사 측으로부터 상가법 위반 등 불공정거래를 강요받아 더이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금까지도 일부 상인은 하이브랜드 본사와의 소송을 진행하는가 하면 더 많은 상인들이 의지와 상관없이 문을 닫아야 했다고 전했다.
이에 하이브랜드는 유통대기업이 복합쇼핑몰을 유치하면 상가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명목 하에 계약을 종료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랜드의 주장대로 상가는 서초구 최대의 복합쇼핑몰로 발전했을까. 1년 후 하이브랜드 내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시사오늘>이 직접 찾았다.
롯데쇼핑이 아울렛 유치한다?…하이브랜드 ‘일방적 주장’ 드러나
양재 하이브랜드 복합쇼핑몰은 강남 서초구 권에 위치한 유일한 복합쇼핑몰이다.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복합쇼핑몰 매장 확대에 열을 올리는 유통 대기업들이 눈 독 들일만한 위치다.
지난해 입정상인들 주장에 따르면 하이브랜드 측은 롯데쇼핑이 하이브랜드몰을 두고 아울렛 유치를 고심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이를 기회로 매장 영업중단과 공실을 유도했다. 급작스레 늘어나는 공실로 상가 운영은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없었고 매출 역시 하락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발전된 복합쇼핑몰의 모습은 커녕 하이브랜드 내 상인들은 당시보다 더 부당한 상황을 겪고 있었다. 입점 상인을 상대로 본사가 ‘갑질’을 일삼는다는 주장도 여럿 제기됐다. ‘공정거래법’에 어긋나는 상가법 위반 사례도 언급했다.
기자가 방문한 하이브랜드 내부는 제대로 된 몰(mall)의 모습이라고 설명하긴 힘들었다. 1층 입구부터 7층까지 공실로 이뤄진 상가가 대부분이었으며, 지하에 위치한 이마트와 입구에 위치한 신한은행만이 정상 운영을 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약 15년간 운영돼 온 상가가 이렇게 공실률이 발생하는 데는 약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발단은 지난해 초 부터였다. 대형유통사인 롯데쇼핑이 하이브랜드에 아울렛을 유치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본지 취재 결과, 하이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주식회사 ‘인평’은 아직까지도 국내 유통대기업들이 직접 나서 아울렛을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상인들에 대한 갑질 정황이 포착됐다.
기자가 만난 ‘하이브랜드 상인회’(가칭) 소유주 혹은 임차인들은 "본사 측으로 부터 강제단전·임대료상승 등 영업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상인회는 본사 측이 우리를 보호해 주지 않는 데에는 자신들의 이익과 첨예하게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상가가 100% 공실이 돼야 유통대기업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임차인들은 본사가 이곳에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자신들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현재 기존에 패션관 전체 610개 정도 있던 상가는 85개만이 남은 상태다. 이런 열악한 상태에서도 영업중인 있는 일부 매장은 본사 측의 강제단전과 불공정계약 유도로 인해 매장을 정리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앞서 본사 측은 임차인들에게 관리비가 엄청 오를 것이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료가 한달 새 400만원 대에서 800만원 가량 오르거나, 관리비가 두 달만 연체돼도 ‘고의적으로 관리비를 연체하고 있으니 법적 소송을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10년 간 매장을 운영해 온 A씨는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게 오르는 임대료와 강제단전을 견디지 못해 일을 못하게 됐다. 가정을 꾸리고 있는 사람으로써 너무 속상하고 죽을 것 같다”며 “나만 겪은 일이 아니다. 여기 이미 나간 상인들은 나보다 더 힘든일을 겪고 나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장 운영자 B씨는 “2년전 매장 인테리어도 사비로 리뉴얼했다. 계약 기간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른 기업이 전대차 계약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내쫓으려는게 말이 되냐”며 “누가 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공실을 유도하는 건 엄연히 영업방해, 불법행위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상인 불만 호소에 하이브랜드 ‘묵묵부답’, 왜?
상인회의 이같은 주장에도 하이브랜드 측은 ‘나몰라라’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기자는 하이브랜드 측과 연결을 시도, 패션관 공실 사태 관련 운을 떼자 본사 관계자는 “할말 없다”라며 짧게 말을 끊었다.
상가 내 상인들의 입장과 관련 본사 측으로부터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하이브랜드 측은 소상공인들이 생계를 거론하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국내외 유통대기업이 하이브랜드 아울렛 유치 희망만을 고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는 대형유통사가 곧 하이브랜드 아울렛을 유치할 예정이니 소유주와 임차인은 이에 동의해야만 한다는 계약서가 존재했다.
문제는 소유주들은 계약서 내용이 어떤 내용과 조건인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상인회 측은 제대로 된 내용을 모른 채 계약서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문했지만 본사 측은 롯데가 확실히 들어올 예정이니 걱정하지말라고 다독인 것으로 확인됐다.
상인회 관계자는 “본사가 2016년 5월경 박춘선 인평 대표와 롯데쇼핑이 아울렛 유치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공지했다”며 “체결 내용 첫 장과 끝 장만 공개한 상태에서, 구분 소유자에게 인평에 전대차 계약의 동의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구분소유주들의 롯데 유치건 동의가 원활하지 않자 ‘미동의’ 시 소우쥬 개인당 5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겠다는 협박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의하지 않은 소유주들로 인해 롯데 유치가 무산될 수 있음을 알리며 적지 않은 금액으로 소유주들에게 책임을 묻는 셈이었다.
하지만 하이브랜드의 롯데 유치 희망은 일방적인 주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가 하이브랜드 내 아울렛 유치를 고심한 것은 맞지만 지난해 초 이미 무산된 계획이었다.
하이브랜드 상가 내 구분소유주들의 동의를 다 얻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하이브랜드는 ‘롯데아울렛’이라고 명확히 표기된 2017년 도 캘린더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하이브랜드 측이 롯데가 유치됨을 확신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롯데쇼핑 측은 롯데아울렛이 명시된 캘린더가 1년간 사용 됐음에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롯데가 유치를 접은 상황에서 여전히 인평 측은 설득력 있는 증거를 내세우지 않고 롯데·신세계·현대 등의 유치를 거론한 사실도 확인됐다.
상인회 관계자는 “대체 어느 기업이 들어오길래 우리 소상공인들이 계속 피해를 봐야할지 모르겠다”며 “롯데 이후에도 이랜드, 신세계 등을 거론하며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들어온다고 확신하며 상인들에게 공실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롯데든 어디든 대기업이 들어오면 우리도 좋은 일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상가 운영이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유없이 쫓겨만 나고있는 꼴이다”며 “본사가 계속 언급하는 아울렛 유치는 지금 당장 알고싶지 않다.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제발 정상적으로 장사를 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님, 소상공인을 보호해 주세요” 하이브랜드 임차인들 호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유통대기업·소상공인 간의 공정거래행위가 특히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하이브랜드 상인회는 이미 청와대에 복합쇼핑몰 불법행위에 관해 민원까지 제기한 상황이다.
민원 중에는 하이브랜드가 집합건물법을 어기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상인회에 따르면 집합건물법 제 32조에는 매년 정기관리단 집회를 열어야 한다고 명시됐다. 제 26조는 관리인의 보고 의무에 관한 사항으로 매년 정기관리단 집회를 열어 1년 동안의 관리비 입출금 내역을 보고하게 돼 있다.
그러나 하이브랜드는 지난 13년 간 관리총회를 단 한번도 열지 않았다. 총회를 열지 않아 관리인도 없는 상황. 상가의 모든 관리비 내역에 관한 투명성도 보장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구분 소유주들이 본사 측에 관리비 내역을 공개하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정확한 내역은 알수 없었다.
소유주 관계자들는 “이렇게 큰 상가가 어떻게 운영되고 우리 관리비가 잘 쓰여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공식적인 관리단도 없고 하이브랜드 측에서 재무운영을 어떻게 하고있는지 투명성이 의심된다”고 입을 모았다.
더이상 의지할 곳이 없었던 상가 소유주·임차인들은 서초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현재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난 임차인들의 ‘명도소송’이 진행 중인 곳도 존재했다.
상인회 관계자는 “하이브랜드 속내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속만 끓고 있는 상황이다.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문재인 정부가 나서서 하이브랜드 상인들의 입장을 한번만 들어주셨으면 소원이 없겠다”며 “서초구청에서도 그냥 지나칠 것이 아니라 하이브랜드의 불법행위에 대해 살펴봐야할 의무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하이브랜드 측은 뒤늦게 상인회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하이브랜드 관계자는 “대형유통사가 입점함에 있어 100% 공실이 돼야 할 이유는 없다”면서 “현재 영업인들과 협의해 영업방식을 바꾸면 되는 것이며 오히려 매출이 상승돼 영업인들에게는 좋은 기회 요인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현 영업인들 중 일부는 영업방식을 바꿀 의사는 없고 대형유통사가 들어오면 본인매장을 제외하고 운영하라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이브랜드 몰은 관리비를 3개월 이상 연체하게 되면 관리규약에 의거해 단전 예고를 한 이후에 단전하는 경우가 있다”며 “임대료는 오히려 계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형국이며, 설사 임대료를 임대인이 인상하겠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무조건 응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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