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송오미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시사오늘〉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부문 ‘국감스타’를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홍익표 의원(재선·서울 중구성동구갑)을 선정했다. 홍 의원은 민주당 국정감사종합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만큼, 야당의 문재인 정부를 향한 ‘탈원전 정책 비판’을 유연하게 막아내는 ‘수비수’의 면모를 보여줬다. 동시에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실책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공격수’의 모습까지 발휘해 ‘만능 플레이어’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수비수...“핵폐기물 처리에만 年 1조, 원전 ‘값싼 에너지’ 아냐”
산자위의 가장 핫한 이슈는 단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너지 전환) 로드맵’이다. 국정감사에서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적법성과 권한,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의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나 홍 의원은 조목조목 반박하며 문재인 정부의 ‘수비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홍 의원은 지난 23일 산자위에서 열린 한국전력공사 등에 대한 국감에서 공론화위가 신고리 5·6호기 재개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과정이 공정했기 때문에 내려진 결론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분위기”라면서 “일각에서는 ‘비전문가인 시민들에게 이걸 맡겨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주장도 있지만, 시민들의 결정을 폄하하는 것은 동의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MB 정부시절) 4대강 사업에는 무려 20조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갔고, 자원개발과정에서도 40조원 이상 들어가서 확정손실만 해도 15조 가까이 된다”며 “집권 이후 사회적 공론화 과정 없이 무리하게 추진했던 사업들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갈등과 손실을 끼쳤는지 산자위 국감에서 많이 드러났다”고 지적하며 공론화위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24일 국회 산자위에서 열린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대한 국감에서는 문 대통령이 공론화위의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와 원전 축소’ 권고를 이어 받아 ‘신고리 후속조치·에너지전환 로드맵 국무회의 의결’한 것을 두고 “일방적 진행 행태”라는 한국당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공익적 목적에 의해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서 결정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면서 “정부는 충분히 법적 근거 하에서 행정행위를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MB 정부의) 5.24 조치나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폐쇄 같은 것들은 행정명령이나 총리 훈령조차 없이 행해졌던 것인데, 그때조차 대법원은 통치권이니까 용인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홍 의원은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 건설을 중단할 경우 매몰 비용이 8930억 원에서 9955억 원 가량 소요된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원전 폐기물 관리비만 연간 1조 원 가량이 들어간다”고 반박했다.
홍 의원이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1978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17년 현재까지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비용에 총 9조 6,465억 원이 발생하였지만, 현재 4조 7,384억 원만 적립된 상태다. 향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운영 등 관리에 64조 1,301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수원은 60년 설계수명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가 결정됨에 따라 신고리 5·6호기가 폐쇄되는 시점인 2082년까지 현재 기준가격으로 59조 3,917억 원(기적립금 제외)을 더 납부해야 한다. 매년 9,137억 원을 내야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운영비와 별도로 폐기물 처리비용에만 매년 1조원이 드는 원전이 ‘값싼’ 에너지로 포장되고 있다”면서 “사용 후 핵연료 관리비용과 별개로 원전 해체비용, 환경복구비용, 사고발생비용 등 원전에 숨은 비용을 포함하면 원전은 결코 값싼 에너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공격수...“MB정부 해외자원개발 회수율 조작 돼”
홍 의원은 ‘공격수’ 역할도 잊지 않았다. 홍 의원은 MB(이명박)정부 당시 행해진 해외자원개발 비리와 박근혜 정부의 특혜 의혹 등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홍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산자위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2008년 이후 무리한 해외자원개발로 손실 규모가 13조원이 넘었다”며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국석유공사는 부채 규모가 600%를 넘고,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자본잠식 상태다”며 “정권 차원에서 밀이붙이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지시로 작성된 (해외자원개발) 회수율이 의도적으로 부풀려진 조작이라고 밝혀진 만큼,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의에 앞서 홍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및 자원3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당시의 회수액 전망과 최근 14년부터 16년까지 3년간의 실제 회수액을 비교해보면, 당시 4.98억 달러(약 5, 654억 원)를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31.67억 달러(약 3조 5,961억 원)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즉, 예상액보다 26.69억 달러(약 3조 360억 원)나 손해를 본 것이다.
지난 17일 국회 산자위 산하 12개 산업부문 공공기관 대상 국감에서는 박근혜 정부 당시 공기업인 코트라가 여의도연구원 출신 홍승표 씨를 위해 ‘위인설관(爲人設官)’하는 등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홍 의원은 이날 “코트라에서 유례없이 조직개편을 해 홍 씨를 위해 없던 정책자문위원장 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코트라 소유의 IKP 빌딩은 외국인투자기업만 입주할 수 있는데,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돼 있지 않은 홍 씨의 개인 기업인 ‘코유라자원개발’이 입주 신청을 하자 하루만에 승인이 됐다”며 특혜 의혹을 거듭 지적했다.
다음은 홍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이번 국감에서 문재인 정부 수비수와 이명박·박근혜 정부 공격수의 면목을 동시에 보여줬다. 같이 준비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원래 이번 국감의 대상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다. 그래서 야당 스타일의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야당 측의 공세가 있기 때문에 이를 막아내는 것도 같이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그래도 지난 19대 국회 때부터 산자위에서 활동을 계속 했기 때문에 보좌진이랑 협의해가면서 상황에 따라 임시 대응할 수 있었다. 우리 보좌진들, 정말 고생 많이 했다.”
-국감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만족스러운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난 박근혜 정부 때까지는 우리가 야당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보와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권교체 후에 하는 이번 국감에서는 자료를 확보할 수 있어서 이미 묻히거나 끝난 일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었다. 과거의 문제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더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그런 문제점들을 밝혀낸 게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과거에서 미래에 대한 문제로 나아가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국감은 그동안 정부가 해왔던 예산과 정책 집행에 대한 평가이지 않나.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이번 국감의 많은 부분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관련된 의제로 갈 수밖에 없었다.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은 이제 막 세팅이 돼서 아직 실행도 안 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이번 국감의 대상은 아니었다.
특히, 원전 관련 문제가 아쉽다. 여야 간에 에너지 전환 정책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 좀 더 미래지향적인 대화를 했어야 했는데,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가 너무 정치적 현안으로 부상하다 보니까 서로 대안을 놓고 논쟁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 강대강 대치만 한 것 같다.”
-종합 국감이 남았다. 어떻게 마무리할 계획인가.
“종합국감은 부처 장관들을 대상으로 질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이슈를 다룬다기보다는 해당 부처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 확인하는 위주로 진행될 것 같다. 특히, 에너지 전환 정책과 관련된 정책 방향과 법적인 문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대비, 한·미 FTA 문제, 사드 관련 문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방안 등에 대해서 주로 확인할 거다. 이러한 문제들은 이번 국감뿐만 아니라 이후 상임위 활동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기 때문에, 상임위 활동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룰 생각이다.”
좌우명 :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