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스페인에 본사를 둔 자라코리아와 스웨덴이 본사인 H&M 그리고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 스타벅스, 여기에 우리나라 제1의 유통기업인 이마트는 왜 성난 촛불민심에 기름을 부었을까요?
대한민국 국민은 확 뜨거워졌다가 금방 식는 ‘냄비근성’으로 봤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한국민은 한 번 데워지면 온기가 식지 않고 은근히 지속되는 ‘가마솥 근성’입니다.
이들 기업들은 대한민국 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촛불민심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거나, 또는 이에 역행해 결국 대한민국 국민들로부터 수많은 비난에 시달려야 했는데요.
외국 기업들이 대한민국의 정서를 모르는 것인지, 아닌 알고도 모르는 척하면서 한국을 비하하려는 것인지 그 속내는 알 수가 없죠.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사랑을 톡톡히 받으면서 유통공룡으로 커온 토종기업 이마트는 왜 그랬을까요?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은 확 끓어오르다가 금방 식는다는 냄비근성이라는 패배주의자들이 이용하는 말을 노린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것은 오산입니다. 한국인들은 현 상황에 대해서 빨리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성격을 염두에 두지 않은 잘못된 인식인거죠.
한 칼럼리스트는 “외국에서 바라보는 ‘빨리 끓어오르고 빨리 식는다’라는 의미는 한국이란 나라의 특성처럼 너무 빨리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감에 과거를 되새길만한 여유가 없다라는 생각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맞습니다.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빨리 빨리’라는 급한 성격 탓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여유로움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남들보다 빨리 앞서야한다는 조급증이 가져온 자본주의의 병폐, 기껏해야 몇 십 년 전부터 발생한 것을 권력자(자본가)들이 마치 대한민국의 민족성으로 치부해 권력(자본)유지를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민족은 뚝배기와 가마솥, 구들장의 은근함을 수 천 년 품어온 민족입니다.
한 건축가는 “패배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냄비근성이라는 일제시대부터 이어진 세뇌구호를 꾸준히 연관 짓고 있다”라고 꼬집기도 합니다.
이 건축가는 한국인의 폭발력과 잠재력 그리고 역동성은 냄비와 뚝배기로 감당이 되지 않는다고 울부짓기도 합니다. 그는 우리 민족성을 가마솥 근성과 뚝배기 근성, 구들장 근성으로 표현하며 이 근성은 장작의 화력으로도 데우기 어렵지만 한 번 데워지면 그 온기가 은근하게 남아 식지 않는 채 유지되는 뒤끝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심을 거스르는 자라·H&M·스타벅스·이마트 등은 이런 대한민국의 저력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 있다가 시들어질 거라고요?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은근한, 은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뒤끝 작력입니다. 그래서 이들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것입니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라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말이 문득 생각나는군요. 바람이 불어 꺼졌나요? 바람이 불어 횃불이 됐죠.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하고 조롱한 기업들의 행태와 국민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난 후의 대응에 대해 알아볼까요. 아직도 냄비근성을 노리고 있는지.
다 지난 일을 왜 다시 들추냐고요? 정말 이런 말을 하다면 진짜 지난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현재 진행형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뒤끝이 얼마나 대단한지 맛보시기 바랍니다. 잠깐 불붙었다 꺼질 것이라는 착각을 할까봐 다시 상기시키는 것입니다.
이봉진 자라코리아 사장은 지난달 한 대학교 강연에서 “공부만 해라” 등 100만 촛불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해 공분을 샀죠.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바로 “불매운동으로 응징해야 한다”는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비난이 확산되자 이봉진 사장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해달라는 것이었다”는 내용의 해명을 했는데요.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왔죠. 누리꾼들은 “좀 더 그럴듯한 핑계를 대라. 말이 되는 소리냐 우리가 바보냐?”라며 분개했습니다.
누리꾼들은 더 나아가 이봉진 사장의 신상털기까지 나섰는데요. 출신학교 직장, 23살 연하의 여성과의 결혼 등이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최순실 사건으로 구속된 김종 전 문화부 차관과의 출신 대학교가 같은 것을 두고 관계 의혹도 불거졌죠.
자라코리아의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죠. 자라코리아의 한국 공식홈페이지에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로, 서해도 중국식 표기인 황해로 표기해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기도 했습니다.
한국민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없이 커지자 결국 동해와 독도로 수정했습니다. 하지만 황해는 손도 안댔더군요.
SPA브랜드 H&M의 한국법인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도 한국판 공식홈페이지 매장 찾기 페이지에 동해가 ‘일본해’, 독도가 ‘리앙쿠르 암초’, 서해는 ‘황해’로 표기돼 있었습니다.
누리꾼이 국내 소비자 정서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을 퍼부으며 불매운동 목소리가 높아지자 결국 동해와 독도로 변경했죠. 자라와 마찬가지로 서해는 여전히 황해 그대로 였습니다.
스타벅스는 제5차 촛불집회가 있던 지난달 26일에 광화문 인근 광화문점과 경복궁역점, 적선점, 디타워점, 인사동점 등의 매장을 평소보다 3시간 이른 저녁 8시에 영업을 마쳐 논란이 일었는데요.
당시 스타벅스는 촛불집회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스타벅스 측은 “안전 때문에 불가피하게 영업을 조기에 종료했을 뿐이다. 화장실 문제 때문이거나 외국기업이라서 문을 닫은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스타벅스의 이같은 해명이 구차하고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결국 이후에는 정상영업을 했죠.
주변 상가들이 커피를 무료로 제공해 주고, 화장실문을 개방하며 촛불에 힘을 실어준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엔제리너스커피 세종로점도 30분 연장영업으로 위에 참가한 고객들이 몸을 녹이기 위해 매장을 찾으면서 매출 상승과 이미지 개선이라는 ‘촛불 특수’를 누렸습니다.
이마트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하야’ 배지를 착용한 직원을 징계키로 했다는 내용의 글이 SNS에 올라오자 맹비난과 함께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이마트 앞에서 촛불 들겠다”, “직원을 징계한다면 이마트에 대문짝만하게 ‘박근혜 퇴진을 바라는 소비자는 출입을 금해야 한다’고도 적어야 맞는 논리다”, “이마트 측은 대통령 하야에 반대하는 걸로 보인다” 등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이마트는 논란이 일자 해명을 내놓았는데요.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 5일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일단 징계조치는 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외에는 답변을 드릴 수가 없다”며 애매모호 한 답변을 늘어놨었죠. 징계를 확실히 ‘안한 것’이 아닌 ‘안한 것으로….’라는 답변.
기사가 나간 후 이마트에서 다시 연락이 와서는 애매모호한 답변이 아니라고 또 다시 해명했는데요. 이마트 측은 “노조측에서 공개한 것처럼 ‘불이익’을 주거나 ‘징계’를 하겠다고 언급한 적은 없다. 사실무근이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조금 궁금해지는데요. 노조에서 올린 글은 징계라는 말이 분명 나옵니다. 그런데 이마트에서는 징계를 언급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이마트 측 주장대로라면 노조가 거짓말을 한 것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데요.
SNS는 이마트 노조원만 볼 수 있는 곳이 아닌 모두에게 공개되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노조가 모두에게 공개되는 곳에서 거짓말을 한 것 밖에 안 되는데요. 분명한 것은 사측이던 노측이던 한 곳은 거짓말은 한 것입니다.
어찌됐던 징계 논란으로 인해 인터넷에서는 이마트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반면 홈플러스에서는 노조원은 물론 관리자와 협력업체까지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 배지를 달고 있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죠. 누리꾼들은 이런 홈플러스의 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근성을 냄비로 치부하려다가 큰 코를 다친 경험은 이미 2008년 광우병 촛불을 상기하면 됩니다.
지난 2008년 5월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친정부적인 논조를 보이며 촛불집회에 배후가 있다는 식의 보도를 한 일부 보수신문에 광고를 기업들이 된서리를 맞았었죠.
누리꾼들은 해당 기업들에 항의전화와 홈페이지 게시판에 비난글을 연이어 게시하며 공격(?) 했습니다.
동국제약, 명인제약, 농협 목우촌, SK텔레콤, 대웅제약, 삼진제약, 천재문화, BBQ, 서울척병원, 신선설농탕, 보령제약, 삼양통상, 르까프, 신일제약 등이 곤욕을 치렀는데요.
이중 일부기업은 해당 신문에 광고를 싣지 않겠다고 밝혀 칭찬과 격려를 받기도 했었으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누리꾼들의 항의에 견디지 못해 향후에 광고를 싣지 않겠다며 사과를 하기까지 했습니다.
일제가 통치를 목적으로 만들어낸, 식민적 패배주의의 세뇌목적 구호 일뿐인 냄비근성이라는 단어를 이제는 기업까지 이용해 먹으려는 얄팍한 술수. 대한민국의 정의로운 행동을 냄비근성으로 비하하려는 식민사관주의적 행동.
한국민의 은근한 뒤끝을 맞보시려면 냄비근성 구호를 외쳐보세요. 촛불은 절대 꺼지지 않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