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1월의 저주가 되살아나는 듯하다. 11월부터 각종 생필품 가격이 경쟁하듯 오르고 있다.
가장 먼저 선두에 선 종류는 주류와 음료, 쓰레기봉투다. 주류는 지난해에도 11월에 가격을 인상하며 연말 가격 안상을 이끄는 원인으로 꼽히며 서민들의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11월 가격인상은 다음해 연초 생필품 가격인상의 빌미를 제공하는 단초로 작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각 제조업체에서는 신중하다. 반면 한 해 동안 임금 및 운영비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인상을 해도 크게 비난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꼼수를 이용해 각 업체에서는 눈치게임을 하며 슬그머니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가격 인상 첫 단추는 국내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OB맥주)다. 오비맥주는 지난 28일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11월 1일부터 평균 6%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으로 출고가가 기존 1081.99원에서 1147.00원으로 65.01원(6.01%) 오른다.
오비맥주 측은 가격 이상 요인으로 빈병 취급 수수료 인상과 수입 맥아나 보리에 대한 관세 부담도 늘었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소비자들의 비난을 빗겨가기 위한 것인지 약 4년 3개월 만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병맥주 500㎖ 출고가는 65원 오른다. 소비자 가격은 어떨까. 500㎖ 한 병당 소매가격은 70원, 음식점 판매 가격은 500원가량 비싸진다.
그렇다면 지난해 11월 30일 전격적으로 출고가격을 5.62% 올린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비교해 보자. 당시 참이슬 출고가격은 병당 54원 오른 1015.70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시중에서는 출고가가 오르기 전 3000원이던 것이 그 이후에는 4000~5000원 정도로 판매되고 있다.
이 때에도 하이트진로 측은 주요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제조 판매비용 증가 등으로 원가상승 요인이 누적돼 인상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모든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는 이유로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을 요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당시 하이트진로의 주장은 꼼수 논란이 일기도 있다. 소주 알코올 도수가 19도에서 18도로 1도 내려갈 때 주정 투입량은 5.3% 줄어든다고 한다. 소주는 1965년 30도의 희석식 소주가 등장 한 후 1973년 25도, 1998년 23도, 2004년 21도, 2014년 17.8도에서 최근에는 13도 안팎의 알코올 도수 소주들이 등장했다. 결국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인 것이다.
문제는 이번 오비맥주의 가격인상으로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등 맥주 업체들로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지 우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가격을 올린 뒤 롯데주류, 무학, 보해 등도 가격을 인상한 바 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환타도 11월 1일부터 출고가를 평균 5% 인상한다. 이 회사 또한 이번 가격 인상이 지난 2014년 12월 이후 2년여 만이라는 인상 간격과 가격 인상요인으로 유가, 원당 등의 급격한 가격 상승, 제조경비 및 판매 관리비 상승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도 평균적으로 6.1% 오른다. 월평균 요금으로 따지면 3만2427원에서 3만4185원으로 1758원 오르는 셈이다. 가정용은 5.6%, 수송용은 6.9%, 일반용(음식점)은 5.8% 인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인상요인으로 국제 유가 상승을 꼽고 있다.
일반쓰레기 규격봉투 가격도 오른다. 서울 서초구는 11월 1일부터 일반쓰레기 규격봉투 15종의 가격을 올린다고 31일 밝혔다.
이에 따라 가정용 20ℓ의 경우 매당 370원에서 490원으로 인상된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일반 가정의 연간 봉투구입비는 2015년 가정용 판매량(사용량) 기준으로 1세대 당 약4639원을 추가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구도 이번 가격 인상요인으로 2009년 10월 30일 인상한 이후 봉투 값이 7년 동안 동결돼 쓰레기 수집·운반 및 처리원가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격을 올리는 업체나 정부기관 등의 설명이 모두 일맥상통(?) 하고 있다.
앞서 올해에는 맥도날드와 롯데리아의 주요 메뉴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롯데제과는 지난 3월 과자와 아이스크림 가격을, 해태제과와 빙그레 등 빙과업체들은 5월에 아이스크림 가격을 100원씩 올렸다.
농심은 ‘새우깡’을 비롯한 스낵류 15개 브랜드의 가격을 지난 7월 평균 7.9% 올린데 이어 해태제과, 크라운제과, 롯데제과, 삼양식품도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생필품 가격인상의 11월 저주는 지난 2011년으로 올라간다.
그해 한국소비자원이 생필품 102종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11월에 가격이 오른 품목은 전체의 52.9%인 54종이었다. 반면 가격이 내린 품목은 35종에 불과했다.
특히 우유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 흰우유 출고가 기준으로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은 평균 9.5%, 남양유업은 9.4% 인상했다. 이 외에도 오뚜기는 ‘맛있는 오뚜기밥(6개 묶음)’을 25.8%, CJ제일제당은 ‘약간 매운맛 카레’ 제품을 9.1% 올렸다.
11월의 저주가 매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매년 11월만 되면 서민들의 한숨소리만 들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 서민들의 푸념이다.
물가를 잡는 것과 국민들의 소득을 올리는 것, 모두의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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