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종희 기자)
20대 총선 도전자들 가운데 특별히 눈길을 끄는 예비후보가 있다. 서울 구로 갑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지낸 이범래 예비후보다. 구로구 토박이로서 그토록 정성스럽게 이 지역을 가꿔왔던 그가 갑자기 분당 갑에 출마한다는 소식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실제로 그는 고척 돔구장 건설, 영등포 교도소 이전 등 굵직한 지역현안 해결에 자신의 이름을 명예롭게 올린 바 있다. <시사오늘>은 이 예비후보가 자신의 땀과 열정이 녹아있는 구로 갑을 떠나 분당 갑 출마를 선언한 이유를 듣고자 1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로에 위치한 그의 선거 사무실을 찾았다. 이 예비후보는 ‘일을 통한 보람’을 말했다.
-이범래 예비후보는 구로 갑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런데도 분당 갑에서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
“(18대) 초선 4년 동안 구로 발전에 장애가 되는 문제를 제거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한 게 사실이다. 50여년 만에 영등포 교도소를 옮기고 40여년 만에 KBS 송신탑을 옮기고, 돔 야구장을 만들고, 레이더 기지를 옮겼다. 굵직한 것은 다 했다. 그런데 국회의원의 일이 구의원, 시의원의 일과는 다르다. 구의원, 시의원이 해야 할 일을 하려는 욕심으로 국회의원을 다시 하는 게 옳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어 ‘지역 연고에서 자유롭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내가 구로 갑에서 처음 시작한 것은 그곳에서 자라난 사람으로서 ‘이 동네를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꿈을 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지역을 바꾼다고 노력했다. 그래서 ‘이범래가 다시 나왔으면’ 하는 분들도 계셨다. 그런데 지역에 이런 저런 인연이 있다 보니까 오히려 일을 하는 데 마이너스가 됐다. 분당 갑에 온 것은 이 지역이 연고를 안 따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연고가 없는 데서 정말 편하게 일하고 싶었다. 지역의 ‘후배’ ‘선배’ 이런 관계를 벗어나 그냥 주민들과 호흡하면서 일하고 싶었다. 남들은 ‘구로에서 해먹다가 안 될 것 같아서 여기 나왔다’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내가 구로 갑 당협위원장 자리를 내놓을 때 정계 은퇴 얘기를 안 했는데 언젠가는 지역 연고에서 자유로운 정치활동 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작용했다.”
-구로 갑 발전을 위한 성과물을 낸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19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솔직히 서운한 점이 있을 것 같다.
“정치라는 게 그런 것 아닌가(웃음). 그런데 내가 공적인 일을 국민을 위해서 일한다는 보람이 없으면 국회의원 못한다. 선거 때 되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엄청 고생한다. 집사람은 온 동네 돌아다니면서 명함을 뿌리고 한다. 그렇게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국회의원이 되면 대단한 돈이나 권력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이 되어서 남는 건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여기에 약간의 ‘명예’가 남을 것이다.”
-공적인 일을 통한 보람을 얘기했다. 이 예비후보는 시민단체 출신이다. 시민단체를 통해서도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에 입문한 이유는 무엇인가.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것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그 때 사법연수원 동기인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가 정치를 권했다. 그 전에 경실련에서 활동했다. 시민단체도 사회문제와 관련해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데, 하지만 실행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실행은 국회가 입법을 통해서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전히 시민단체의 존재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동시에 시민단체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 사회의 다양한 견해를 대변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18대 국회에서의 활동 가운데 특별히 생각나는 게 있는가.
“서민에 좀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자제한법을 만들면서 이율을 연 30%로 제한했다. 지금으로 봐서는 좀 더 낮아져야 했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노력해서 만들었다. 다만 그 내용을 대부업법에 반영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 그 외에 국회폭력방지법과 질서유지법을 입안했는데 그게 통과 안 되고 국회선진화법으로 변형되어 행정부 마비 상태를 초래한 게 아쉽다. 법안이 통과될 때 나는 반대했는데 그 때 이미 지금의 문제가 예상됐다. 20대 국회에 들어가면 반드시 바꾸겠다. 그리고 통일이 얼마 안 남았는데 제반 법을 만들어야 한다. 하나 더 한다면 검찰 개혁이다.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를 해서 무죄가 나오고 하는 데 인사문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는 이와 함께 “여기(분당 갑)에서 처음으로 소수자로 경선에 참여하게 됐다. 구로 갑 때는 당협위원장이었지만 지금은 당협위원장 아닌 사람으로서 도전하다보니 내가 과거에 얼마나 큰 혜택을 누렸는지 느꼈다. 내가 당에 들어가면 소수자를 위해, 똑같은 선상에서 경쟁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이번에 정말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을 뼛속 깊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분당 갑으로 돌렸다.
-분당 갑 지역과 관련해 이 예비후보의 강점은 무엇인가.
“2년전 조전혁 교육감 후보 선대위원장 하면서 경기도 전체를 보게 됐는데, 특히 분당 갑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이 지역이 구로구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판교테크노벨리가 있고 그 배후에 분당이 있는데, 구로디지털단지 배후로 구로동이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지역에서 열심히 일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의 구로구 경험을 아시는 분당 갑 주민들께서도 ‘여기에 출마해보라’고 권하셨다. 다른 후보들도 물론 열심히 하겠지만 내가 구로구에서 쌓은 경험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또 하나의 강점으로 나는 분당 시민들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지역은 분당과 판교로 구분이 되는데 분당 주민은 지금 24~25년 된 아파트 노후화를 가장 걱정한다. 여기 주민들은 동시에 입주를 했기에 노후화 문제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대규모 사업을 단순히 시 차원에서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분당이 판교와 상생하려면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금 분당 주민들께서는 이 지역 도로라든지 제반 시설은 쾌적한 상태라고 평가하신다. 주민들께서는 현 상태를 나쁘게 하고 싶지 않고 최소의 비용으로 지금과 같은 상태보다 나은 쪽으로 점차적으로 재건축하는 것을 원하신다. 이는 국가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혼란이 발생하고 사람들이 떠날 수 있다. 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하려면 이 지역과 유사한 지역을 모아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분당은 30년 되면서 노후화되고 있지만 판교 테크노벨리는 새로 지어져서 낡은 것과 새로운 게 함께 하고 있는데 두 개가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
-분당 갑과 관련한 포부를 밝혔는데 이를 실천하려면 주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
“중요한 건 일반 국민들과 호흡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지금 정치가 비난 받는 것은 국민들과 호흡하기보다는 딴 세상에 사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국민의 종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데 그건 현대 사회에 맞지 않다고 본다. 그런 게 아니라 형처럼 동생처럼 호흡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부분에 충실히 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국회의원 개개인적으로 고통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하는 구나’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18대 국회 때 일을 해보니까 자신이 열정을 가지고 하면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열정이 주민들에게 자연스레 전달될 것이다.”
-그런데 젊은층의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이를 극복할 방안이 있나.
“가장 근본적인 것은 사람이 바뀌어야 하는데, 새누리당을 젊은 사람들로 채운다고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에게 가진 자들의 당, 가진 자들의 행태를 보여주는 당으로 인식되는데, 이걸 제대로 바꾸려면 새누리당 소속의 의원들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바뀌어야 한다. 업무용 자동차부터 시작해서 옷 입는 것, 음식 먹는 것 등 젊은 정치 수요자들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
-요즘 복지 수요가 상당히 높다. 복지 문제와 관련한 견해를 듣고 싶다.
“18대 때 대정부 질문에서도 얘기 했는데, 복지 시스템이 잘못돼서 누수 되는 것을 막는 게 제가 20대 국회에서 해야 할 또 하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벤츠를 타고 다니는데 기초생활 수급자 대상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 누수만 제대로 관리해도 복지 수준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누리예산의 경우, 어린이집은 복지부 소관인데 예산은 교육부 교부금 가지고 쓰라고 하니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이런 것들이 무지무지하게 많다. 동사무소에 가보면 복지 부분 때문에 인원도 많고 지자체 예산 가운데 40% 가량이 복지에 쓰인다. 그런 게 필요한 부분에 제대로 다 쓰이면 모르겠지만 그게 안 된다. 그런 것만 정리해도 사람들이 원하는 복지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선거 때만 되면 복지 포퓰리즘이 난무한다.
“복지라는 게 한번 실시하면 절대로 다시 취소할 수 없는 속성이 있다. 때문에 처음부터 충분히 고민하고 토론하는 게 필요하다. 이제는 하나하나 야당하고 냉정하게 토론해서 ‘우리가 했다고 하지 않고 다 같이 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인터뷰를 마무리 할 때가 됐다.
-혹시 존경하는 정치인이 있나.
“존경한다기보다 좋아하고 바람직한 정치인으로 존 에프 케네디를 꼽고 싶다. 정치라는 게 다양한 국민 에너지를 통합 시켜서 발산시키는 건 데 존 에프 케네디는 그걸 잘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런 생각에 변함이 없는데, 그런 사람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끝으로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한다.
“항상 유권자들은 현명하셨는데, 이번 총선이 통일을 앞둔 총선이기에 지연, 학연 등을 떠나서 지역과 나라, 국민을 위해서 일할 사람을 뽑겠다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후보로서도 그렇게 바라지만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도 그렇게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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