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오지혜·정진호 기자)
정치는 '말의 예술'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민주화의 횃불을 치켜든 故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가장 위대한 무기는 평화"라며 남아공에서 인종차별정책을 종식시킨 故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Yes, We can"을 외치며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자신감을 불어넣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이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받는 것은 말 한마디로 정국을 요약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에서는 '기억에 남는 한마디'를 할 줄 아는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인들의 특기는 말 바꾸기, 취미는 막말'이라는 웃지 못 할 풍자는 현 정치권을 정확히 표현한다. 천금보다 무겁게 여겨야 할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은 예사고, 멋스럽고 세련되기보다는 거칠고 강한 '막말'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품격 있는 논담은 온데간데없고 말꼬리 잡기 식 '말다툼'만 난무하는 것이 정치권의 풍경이다.
<시사오늘>에서는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19대 국회의 '말 바꾸기'와 '막말 퍼레이드'를 정리해봤다.
◇ 말 바꾸는 정치인
·이완구 전 국무총리
(4월 13일, 대정부질문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묻자) "1년 동안 투병 생활을 해 관여하지 못했다."
→(당시 새누리당 충남 명예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사실이 드러나자) "유세장에 한두 번 간 적 있지만 선거운동은 하지 않았다."
→(충남 천안에서 대선 유세 활동 동영상이 공개되자) "천안 유세장에 가서 한두 번 했다."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4월 14일, 故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인연에 대해) "성 전 회장 일정표에 나온 덕산 스파캐슬에 간 적이 없다."
→(새누리당 충남도당 정치대학원 수료식에 참석한 사실이 밝혀지자) "공식행사는 리솜 스파캐슬인데 덕산 스파라고 기록돼 있어 헷갈린 것."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지난해 6월,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매 공천 때마다 공천권 가지고 장난질…해결방법은 오픈프라이머리."
→(올해 10월, 당이 공천할 수 있는 '우선 추천' 조항에 대해) "전략공천을 없애기 위해 시행하는 것."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4월 6일, 국회 정치 엑스포에서 적정 국회의원 숫자를 설문하는 자리에서)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 부족해…400명은 돼야 한다"
→(발언에 따라 논란이 커지자) "하나의 퍼포먼스…장난스럽게 말한 것. 다음에 더 준비해서 말씀 드리겠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
(지난해 1월, 새정치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야권연대론은 스스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나 의지가 없는 패배주의적 시각."
→ (지난해 3월,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신당 창당을 전격 선언하면서) "양측의 힘을 합쳐 제3지대에서 신당을 창당하기로 합의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6월 16일, 기자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하게 되면 의결정족수를 맞춰주겠다는 정치적 약속을 했다."
→(새누리당에서 '그런 발언 한 적 없다'며 반박하자) "서로 간의 정치적 신뢰가 있다는 표현이었다."
◇ 막말 퍼레이드 정치권
"노조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불법 파업만 하지 않았다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었을 것."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11월 27일 노동시장 개편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국민들은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가 친일과 독재의 가족사 때문에 국정 교과서에 집착한다고 믿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10월 21일 정부여당의 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비판하면서)
"야당이 '화적떼'는 아니지 않느냐."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 10월 26일 국정화 TF 노출시킨 야당을 비판하면서)
"그냥 친박이 아니라 '친박 실성파'라고 부르고 싶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10월 29일 화적떼 발언을 한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판하면서)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자는 취지에 반대하는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국정화 반대는 적화통일을 염두에 둔 것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10월 26일 국정교과서 반대를 비판하면서)
"박원순 시장은 똥볼 원순이다. 박 시장이 찬 볼이 정확하게 골대로 들어간 게 하나도 없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6월 16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 대응을 비판하면서)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것이 문제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 5월 8일 주승용 최고위원이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자)
"비노는 새누리당의 세작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 6월 12일 모든 당원은 '친노'이자 '친DJ'여야 한다며)
"전략적으로 김정은 정권의 내시, 비서실장 역할을 자처하는 게 아니냐."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지난해 12월 15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의 방북에 대해)
"너나 잘해."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 지난해 4월 2일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왜 대선공약 폐기를 여당 원내대표가 사과하냐고 묻자)
"종북하지 말고 월북하라."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 2013년 11월 20일 대선개입 의혹을 추궁하던 민주당 진성준 의원에게)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 국회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며)
좌우명 : 本立道生
대화상대 "나는 김대중 노무현 인정하지 않는 비노다"
김경협 "진짜당원인가?"
상대방 "그럼 내가 세작이라도 되나?"
김경협 "당원도 아니면서 당원인척하며 당내 분열을 선동하는자는 세작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