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와 책임자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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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와 책임자 사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6.22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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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묵묵부답 대한민국 정·재계 대표들, 이제 사과해야 할 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2일 메르스 확진자 3명이 추가로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메르스 환자는 모두 172명으로 증가했습니다. 또 확진환자 중 2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이번 사태로 인해 숨진 사망자는 총 27명으로 늘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메르스 사태는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이번 주가 고비"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진정세'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사태 발생 이후 매주 '고비'라고 발표하고 있는 보건당국의 모양새를 보아하니, 국민들은 당분간 '고비'를 수차례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발이 다 닳아 없어질 판입니다.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던 국민들은 이제 지쳐갑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작 이번 메르스 사태 총책임자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습니다. 다른 누구보다 앞서 국민들에게 사과를 해야 할 사람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처음으로 메르스에 대해 언급하면서 "초기 대응이 미흡하다. 보건 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한 이후, 연일 정부와 관계 기관을 질타했습니다. 국정 총괄 책임자가 사과는커녕 되레 정부를 지적하고 있으니 '셀프 질타'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이는 역대 대통령과도 비교되는 행보입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은 서해 페리호 침몰 참사 이후 9일 만에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으며 성수대교 붕괴 참사에서는 단 3일 뒤에 대국민 사과를 하고 나섰습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화성 씨랜드 참사 3일 후 "미안하다"고 국민들 앞에 사죄했습니다.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대리 사과'를 했으니 충분하지 않느냐는 생각일까요. 답답합니다.

삼성 그룹의 차기 우두머리이자, '메르스 본산' 삼성서울병원의 최고 경영인(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입도 만만찮게 무거운 것 같습니다.

그도 '대리 사과'를 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9일 이 부회장이 병원 1층을 찾아 병원 관계자들을 독려하고, 정부당국에 사과를 표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병원에 설치된 정부대책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메르스가 확산돼 죄송하다. 최대한 사태를 빨리 마무리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룹 승계 과정에 모든 힘을 쏟아붓고 있어서일까요, 이 부회장은 뭔가 대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사과해야 할 대상은 정부가 아닌 국민입니다. 더욱이 메르스 사태는 남의 입을 빌려 사과를 전할 사안이 아닙니다.

오죽 답답하면 새누리당조차 이 부회장에게 직접 사과를 해야 한다고 나섰을까요. 하태경 의원은 "국민에게 사과를 한 것이 아니라 메르스대책본부 관계자에게 사과했다. 삼성의 무능한 대응으로 전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 부회장이 이렇게 대리 사과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은 대한민국을 이끄는 정·재계 대표들입니다. 지나치게 높은 위치에 있어서일까요, 두 사람은 분노하는 국민들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나봅니다. 또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나봅니다.

감히 기자는 높으신 두 분께 옛 선인의 입을 빌어 조언을 하나 해보려 합니다.

진나라 승상 여불위가 편찬한 여씨춘추를 보면 '엄이도종(掩耳盜鐘)'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귀를 가리고 종을 훔친다'는 의미를 담은 사자성어인데요, 소통에 부족하고, 자신의 잘못된 행위를 듣기 싫어하는 지도자들을 지적할 때 쓰이는 표현입니다.

또 '엄이도종'이란 '사람은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기 어렵고, 더욱이 군주는 그것이 더욱 심한데, 높은 위치, 책임질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고 잘못을 고쳐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여씨춘추는 덧붙여 설명합니다.

국민들은 두 사람의 대국민 사과를 기다립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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