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새누리당 놀이터?…뛰는 '관피아' 위에 나는 '정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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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새누리당 놀이터?…뛰는 '관피아' 위에 나는 '정피아'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4.10.28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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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지식 전무(全無)해도 국책 금융권 감사·사외이사
전문성 떨어지고 정치적 입김까지…총체적 난국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유현 기자)

박근혜 정부가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외치고 나선지 어언 5개월, 국책은행 등 금융공기업에서 관피아 대신 새로이 부상하고 있는 그룹이 있다. 정피아(정치인+마피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관피아보다 더 교묘하다는 지적이다. 최고경영자(CEO)보단 눈에 덜 띄고, 보수는 두둑한 감사·사외이사 자리를 꿰찼다.

최근 정피아의 금융권 낙하산 인사는 부지기수다. 

▲ 금융권 경험이 전무한 정치인들이 IBK은행 및 계열사에 사외이사로 포진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특히 기업은행과 그 계열사 감사·사외이사 자리는 정피아의 전리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은행 조용 사외이사는 한나라당(現 새누리당) 대표 특보를 지냈고, 한미숙 사외이사는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서동기 IBK자산운용 사외이사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지지 모임인 국민희망포럼 이사 출신이다. 한희수 IBK저축은행 사외이사도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특보 등을 지냈다. 하나같이 여권 인사다.

사외이사는 전문 지식이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폭넓은 조언과 전문지식을 구하기 위해 선임되는, 기업 외부 비상근 이사를 말한다.

전문 지식이 필요한 그 자리에 비전문가를 앉혀놓고도 기업은행은 크게 문제될 건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사외이사 같은 경우 관련 지식이 있으면 좋지만, 비(非)금융권 출신이어도 상관없다"며 "금융권 경험이 없는 분들이 오히려 경영진(금융권 경험자)과 다른 시각으로 다양한 의견을 제안하는 등 (경영진) 견제 측면에서 긍정적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기업은행 및 계열사에 특히 정피아가 많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감사·사외이사로 선출된 인사들의) 경험 등 여러 가지 부분을 고려해 사외이사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뒤 뽑은 분들"이라며 "이 이상 드릴 수 있는 말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기업은행 사외이사 선출 최종 결정권이 금융위원회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힘든 답변이다. 금융위원회는 정부 기관이다. 정부 기관과 여권 인사, 그리고 공기업 삼각관계에 '보은 인사'가 하나의 관습처럼 자리 잡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피아는 비단 기업은행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금융권 감사 자리 = 정권 기여에 감사 표하는 자리?
전문성 결여된 정치인…감사 자리 줄줄 꿰차

수출입은행, 기술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예탁결제원 감사들도 모두 정피아로 채워졌다. 우리은행(예금보험공사 대주주), 대우증권(산업은행 대주주), 경남은행(우리금융그룹 계열사) 감사 자리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 입김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포진해 있다.

감사는 기업 회계와 경영상황을 감시·감독하고 법인의 중요 결정사항을 결재하는 등 막중한 임무를 맡는 자리다. 내부 비리를 적발하는 것도 이들의 책무다. 아무한테나 맡겨선 안 될 요직이다.

그런데 금융권 경험이 전무(全無)한 정피아들이 감사로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대외접대다.

게다가 이들은 현직 정치인과 결탁해 자신이 근무하는 기관에 불리한 규제를 입법 단계서부터 제지할 수 있다. 정치 금융 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일각에서는 "관피아는 공직윤리가 흔들릴 때 문제 되지만, 그래도 전문성은 어느 정도 보장된다"며 "정피아는 전문성도 없고 정치적 편향성이 강해 관피아보다 더 해롭다"는 목소리가 크다.

금융공기업 노조들도 정피아들의 잇단 낙하산 진출에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예탁원 노조는 성명을 통해 "공공기관 감사는 대통령 측근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라며 "대통령과의 인연만으로 업무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들이 줄줄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현실에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감사는 경영자를 견제하고, 내부를 통제하는 자리여서 이번 인사는 문제가 한층 심각하다"며 "출근저지투쟁 등을 통해 직원들의 목소리를 강하게 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IBK 계열사 노조 관계자도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사외이사의 가장 큰 역할은 경영진을 감시하는 일인데, 경영진이 정치권과 연계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보은인사를 벌이고 있다"며 "이들은 이름만 등재한 경영진 측 사람들"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 사외이사가 업무(경영진에 대한 감시)는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연봉은 꼬박꼬박 받고 있다"며 "이는 경영진 배임에 해당하는 중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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