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겼다. 사고 수습 및 원인 규명 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이번 참사 원인 중 하나인 활주로 문제를 꼬집는 목소리가 빗발친다. 본지는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착륙 사고들을 복기하며, 활주로 개선이 필요한 당위성을 짚어봤다.
1980년 국내 첫 인명 피해 사고…착륙 과정서 둔덕 충돌 시발점
19일 오전7시25분 승객 승무원 226명을 태우고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출발, 김포 국제공항에 착륙중이던 대한항공소속 보잉 747 점보여객기가 안개때문에 너무 낮게 활주로로 집입하면서 활주로 끝의 둔덕에 부딪쳐 불이나 기장 양씨를 비롯한 승무원 6명, 승객 8명과 지상 근무자 1명 등 모두 15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하는 국내 민항사상 최대의 참사가 일어났다.
1980년 11월 20일 <조선일보> KAL점보기 불…15명 사망
국내 공항에서 여객기 착륙 중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고는 지난 1980년이 처음이다. 11월 19일 김포공항에 착륙 중이던 대한항공 B747 점보여객기는 활주로에 너무 낮게 진입했다가 활주로 끝 둔덕에 부딪혀 사고를 입었다.
기체 뒷부분이 둔덕에 부딪치면서 긴박한 동체 착륙이 이뤄진 것인데, 기체는 잔디밭과 활주로를 미끄러지다 가까스로 멈춰 섰다. 다만 충격으로 기체에 화재가 발생했고, 미처 탈출하지 못한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는 당시 국내 민항사상 최대의 참사로 기록됐다.
사고는 활주로에 너무 낮게 진입했단 점에서 조종 실수가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평지여야 할 활주로 너머의 안전지대, 개방 구역에 11m 높이 흙 둔덕이 필요했는지는 시사점을 남긴다. 이번 무안공항 사고 이후 더 긴 활주로와 안전지대 확보, 완충역할을 하는 로컬라이저가 거론되는 이유와 궤를 같이한다.
포항공항서는 활주로 이탈…둔덕 넘어 도로 부딪히며 동체 꺽여
승객과 승무원 156명을 태운 사고 여객기는 오전 11시50분쯤 비바람이 부는 등 악천후로 1차착륙에 실패한 뒤 2차 착륙을 시도, 활주로에 내린 뒤 속도를 전혀 줄이지 못한채 미끄러지면서 활주로 끝 둔덕위에 세워진계기착륙장치 안테나 10개를 부러뜨렸다. 여객기는 둔덕에 부딪치면서 랜딩 기어가 부러지고 양 날개와 동체 앞 부분 등이 크게 파손됐다.
1999년 3월 16일 <조선일보> 대한항공기 또 착륙사고
지난 1999년 3월 16일에도 대한항공 1533편 여객기가 포항공항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발생한 사고가 있었다. 사망자 발생은 없었지만, 여객기가 활주로를 200m가량 이탈한 후 1m 높이 둔덕을 넘어 3m 아래 도로로 부딪히는 과정에서 동체가 완전 꺾이며 70여 명의 부상자를 냈다.
당시 여객기는 둔덕 및 그 위에 새워진 계기착륙장치 안테나와 부딪히면서 양 날개와 동체 등이 크게 부서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원인은 비바람 속 무리한 착륙 시도가 빚어낸 인재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역시 활주로 너머의 넓은 개활지와 부서지기 쉬운 재질의 로컬라이저 설치 필요성을 상기시킨다.
무고한 희생, 무안공항 참사…활주로 끝 둔덕의 치명적 결함 입증
일각에선 국토부 발표가 잘못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 세부 지침과 설치기준에서 이를 뒤집을만한 조항들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공항·비행장시설 설계 세부 지침’ 제18조에 따르면 정밀 접근 활주로에서는 계기착륙장치(ILS)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통상 첫 번째 장애물이 되며, 활주로 종단 안전 구역은 이 시설까지 연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2024년 12월 31일 <한국경제> 참사 키운 무안공항 '둔덕', 규정 위반 조항 다수 발견
수십년간 크고 작은 사고를 거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고 원인으론 악천후와 조종 실수 및 무리한 착륙 시도 등만이 부각됐다. 이렇다보니 활주로 및 활주로 끝의 공항 외벽에 대한 안전 개선은 미비할 수 밖에 없었단 평가가 나온다.
특히 179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이번 무안공항 참사는 활주로 끝 둔덕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방증한다. 더욱이 콘크리트로 타설돼 흙이 덮여진 둔덕은 충돌 시 충격을 감쇄하긴 커녕 치명적인 항공기 손상 및 폭발을 초래한 요인으로 지적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토부는 오히려 ‘무안 공항 로컬라이저(둔덕)는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는 해명에 나섰다가 관련 글을 삭제하는 해프닝을 벌여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비통한 사고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로컬라이저 설치(둔덕) 규정에 대한 개선 및 보완과 함께 전국 공항 활주로에 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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