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질서 재편 속 평화 로드맵 마련이 국익 사수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제은 기자]
한국이 국제 질서 재편 과정에서 ‘패싱’ 당하지 않고 국익을 지키려면, 북한과 평화롭게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트럼프 2기 집권에 따른 미중 갈등 2차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 전략을 우리 스스로 챙겨 이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안인해 중국 인민대학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1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114회 동반성장포럼’에서 이같이 말하며, 정부가 통일로 이어질 수 있는 평화로운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한 분단체제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전쟁 위험을 수반한 대립각보단 대화를 통한 다각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단 이유에서다.
안 위원은 1972년부터 50년간의 국제정치를 연구한 전문가로, 한반도 평화 전략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이날 ‘남과 북: 전쟁이냐 평화냐’ 주제 발표에서도 한반도 미래 시나리오를 6가지로 짚어 내려간 가운데, 결국엔 평화만이 최선의 답임을 피력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국제 정세를 엮은 6가지 시나리오로는 △김정은 체제 붕괴 △북한 핵시설 정밀공격 △키신저 빅딜 △베트남 모델 △비핵화와 남북경제협력 △파키스탄 모델이 제시됐다. 이중 안 위원은 김정은 체제를 붕괴시키는 전략과 핵시설만을 정밀 타격하는 전략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무력이 동반되는 만큼 전쟁 또는 후속 도발이 뒤따를 우려가 있다”며 “김정은 체제의 붕괴가 곧 북한 체제 종식을 담보하지는 못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북한과 미국 간의 관계 변화를 중점에 둔 키신저 빅딜과 베트남 모델은 강한 결단을 요구해 실현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 설명했다. 키신저 빅딜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제안한 개념으로, 미국과 중국이 협상에 나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게 골자다. 통일된 한반도가 중국 영향권에 드는 것을 미국이 감수해야 함을 의미한다. 베트남 모델은 미국이 베트남과 수교에 나서 중국 견제에 활용한 것과 같이, 북한과의 수교를 통한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한다.
마지막 두 가지는 남북한 간의 견제에 집중한다. 남한 핵배치 전략인 일명 파키스탄 모델은 핵 확보를 통한 전략적 균형을 맞추는 데 기여하지만, NPT 탈퇴에 따른 국제 사회 고립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단 설명이다. 가장 긍정적 평가를 받는 비핵화와 남북경제협력 모델은 말 그대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남북 경제협력을 동반하잔 것이다. 체제 보장과 경제성장이라는 모순된 목표를 안고 있지만, 북한 정권에 유인책이 될 수 있단 설명이 뒤따른다.
안인해 위원은 이러한 6가지 시나리오가 향후 남북 관계에 있어 하나만 적용될 게 아니라, 여러 흐름에 따라 동시 다발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남북한 정부가 지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로 평화 협상을 이뤘으나, 미중 대립으로 인해 오늘날 관계가 다시 악화된 점을 그 예로 들었다.
안 위원은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를 이용해 체제 생존을 공고히 하는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며 “물론 전쟁과 평화에 있어서, 민족간의 맞대결을 하지 않는다면 대화로 풀수밖에 없다. 때문에 미중 간 패권 경쟁 흐름 속 합리적인 한반도 평화 전략 마련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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