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신차 효과는 ‘르노’만 웃었다
해외 불확실성에 내수 중요성 증가
SUV 선호도 지속·연말 특수 기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제은 기자]
국내 완성차업계가 지난 11월 내수 반등세를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지난 10월 깜짝 반등에 성공했으나, 그 성과가 한 달을 넘지 못한 것이다. 11월 판매량 자체는 직전 월 대비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만 지난해에 비해선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업계는 인기 하이브리드 모델과 SUV를 앞세워 실적 방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연말 프로모션 효과로 증가세를 되찾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 회사의 지난 11월 내수 합산 판매량은 12만3616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만2000대를 넘긴 데 비하면 6.6% 가량 줄어든 수치다. 르노코리아를 제외한 완성차 업체 4사가 지난해 11월에 비해 적게는 4%, 많게는 30%대의 실적 감소를 겪었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이 예년같지 않은 원인으론 경기 침체 및 고금리 여파와 함께 매력적인 선택지가 부재한 것이 지목된다. 특히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는 새로운 모델이 적다는 점은 한계다. KG모빌리티 ‘액티언’과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가 하반기 유망주로 떠올랐으나, 그랑 콜레오스만 성공을 거두고 있다. 르노코리아 판매량만 전년 동기대비 늘어난 것이 그 방증이다.
실제로 르노코리아는 지난달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신차 효과를 통한 상승세를 내비쳤다. 전년 동월 1875대에서 올해 11월 7301대로 300% 가까운 판매 증가를 이뤘다. 지난해 신차프로젝트가 나오기 전까지 위기를 겪었으나 보기좋게 반등을 이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그랑 콜레오스는 높은 연비의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선호 증가 트렌드가 겹치며 출고 50여 일만에 1만5000대 이상 팔렸다. 이중 하이브리드가 96.3%를 차지한다. 하이브리드차 인기를 미리 대비한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이외 업체들은 일제히 감소세를 겪었다. 우선 현대차는 지난달 6만3170대를 팔아 전년 동월 대비 판매실적이 12.3% 떨어졌다. 지난해 11월은 현대차가 ‘싼타페 하이브리드’로 신차 효과를 누린 시기였기 때문에 기저효과를 감안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감소세에는 베스트셀링카 포터의 저조한 실적이 자리한다.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49.4% 감소하는 등 이례적인 부진을 노출하고 있다. 올 들어 계속해 판매가 큰 폭으로 줄어 위기감이 감돈다.
기아차는 그나마 선전했다. 대표모델 쏘렌토가 지난달 1만434대 팔린 덕에 전체 내수 판매 감소폭을 4%로 좁힐 수 있었다. 기아의 11월 내수 판매량은 4만8015대로, 사실상 쏘렌토를 포함한 RV 부문(2만2978대)이 떠받쳤다. 쏘렌토는 하이브리드 인기룰 타고 올해 국산차 판매량 1위에 등극할 것으로도 알려진다.
KG모빌리티의 경우엔 내수판매가 34.5%나 줄었다. 11월 동안 3309대를 파는 데 그쳤다. 새로 출시한 액티언이 첫달을 제외하고 기대만큼의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게 부진 요인이다. SUV 선호 추세가 여전한 만큼, 앞으로의 판매전략 개선을 통한 반등 여지는 남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GM한국사업장 또한 비슷한 감소세를 보였다. 11월 내수 판매량이 1821대로, 전년 동월 대비 39.6% 줄어든 것. 극심한 내수 부진을 수출이 만회하곤 있지만,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구스타보 콜로시 GM 부사장은 연말 반등을 목표로 쉐보레 제품 전반에 걸친 프로모션 지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업계는 국내 완성차들이 안방 시장 사수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해외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관세부과 리스크가 높아졌고 우회 수출 전략마저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계엄사태로 인해 대외신인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유무형의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수출을 구원투수 삼기보단 내수 기틀을 마련할 시점"이라며 "업체들도 저마다 무이자 할부, 현금 지원을 비롯한 대대적인 할인 혜택을 내놓고 있다. 연말의 들뜬 마음을 구매로 이끌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좌우명 : 오늘 최선을 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