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 우려 2금융권 선제대응
사금융 내몰린 차주들…대출한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되자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한 금융당국이 엄격 관리 기조를 내세우면서 은행권 역시 대출 문턱을 높이고 나섰다. 이치럼 대출절벽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대출을 받기 위해 1금융권이 아닌 2금융권, 사금융으로 차주들이 이동하는 대출난민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시사오늘>은 가계부채 현황과 전망을 진단하고 이에 따른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대응, 문제점을 살펴보고자한다.
‘가계부채 주범’ 낙인 은행권, 이자이익도 역대급
“수출 성장의 온기가 내수 회복으로 확산되는 것이 지연되는 가운데 고금리·고물가도 지속되어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성급한 금리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 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지난 7월2일 금융감독원 임원회의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같이 말하며 은행권 가계부채 엄격 관리 기조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2024년도 3분기 가계신용(잠정)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가계대출은 전분기 대비 16.0조 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2분기 증가폭(13.4조 원)보다 확대된 규모다.
가계대출을 상품별로 보면 주담대가 19.4조 원 늘면서 증가폭 확대에 기여했다. 기관별로는 예금은행 증가폭이 22.7조 원 늘며 전분기 17.3조 원보다 큰 폭 늘었다.
은행 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폭을 키우고 있다는 말이다. 주담대 확대로 가계부채 증가 주범 낙인이 찍힌 은행권이지만 올 3분기까지만해도 내부적으로는 축제 분위기였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지난 9월께만 해도 예대마진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였다. 실제로 주요 은행들의 경우 예금금리는 내리고 대출금리는 올리면서 예매마진을 벌렸다.
예금금리 인하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영향이었지만 대출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명이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 2일 예적금 금리 인하를 한 차례 단행한 바 있다. 이밖에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도 같은 달 예금금리를 각각 최대 0.20%포인트(이하 p), 0.20%p, 0.35%p 내렸다.
반면 대출금리는 올랐다. 국민은행은 지난 7월 3일 최대 0.13%p, 같은달 18일 0.20%p 두 차례 주담대 금리를 인상했다. 같은기간 전세자금대출도 두 차례 금리가 올렸다. 신한은행도 주담대 금리를 0.1~0.3%p, NH농협은행은 주담대 주기형·혼합형 상품 금리를 0.2%p씩 각각 인상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8월 2일부터 주담대 고정금리를 0.15~0.30%p 인상했다.
이처럼 예금금리는 내리는 반면 대출금리는 오르면서 예대마진 확대로 은행의 수익성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5대 금융지주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6조 580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9246억 원) 증가했다. 이는 기존 3분기 누적 순이익 최대 규모인 2022년 실적(15조 8261억 원)을 큰 폭으로 웃도는 사상 최고 실적이다. 지주별로 보면 KB금융(4조 3953억 원), 신한금융(3조 2254억 원), 하나금융(3조 2254억 원), 우리금융(2조 6591억 원) 순이다. KB금융은 올해 5조 클럽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같은 호실적은 사실상 이자이익이 견인했다. 4대 금융의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을 보면 지난해(30조2433억 원)보다 1조 원 가량 늘어난 31조2078억 원을 기록했다. KB금융의 경우 올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이 9조5227억 원을 시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3%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4분기 들어 금융당국의 엄격관리 기조가 더 뚜렷해지며서 은행권도 그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연말이 가까워진 상황에서 대출 증가세가 당초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게 되자 대출창구를 닫고 보수적으로 영업에 나서면서다. 이는 금융당국이 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의 내년도 대출총량을 줄이겠다는 경고를 했기 때문이다.
은행권 가계부채총량관리發 대출 한파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한 대책들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대출 한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같은 우려는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현실화되고 있다.
시작은 우리은행의 수도권 주담대 제한이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9월9일자로 수도권 1주택자 이상 보유자, 즉 다주택자에 대해 주담대 취급 제한 조치를 전격적으로 취했다. 1주택자도 주담대 신규 취급이 제한되기 때문에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에 대한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졌지만 우리은행은 실수요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며 1주택자 주담대 신규 취급 제한을 예정대로 시행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한때 과한 대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원장은 지난 9월 4일 개최된 ‘가계대출 실수요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1주택자들도 자녀 결혼이나 자녀가 다른 지역으로 가서 집을 구해야 하는 등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는 투기 목적이 아닌 경우도 있는데 기계적이고 일률적으로 대출을 금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이 원장이 대출규제를 은행의 자율경영에 속하는 영역이라며 한 발 물러서며 대출 한파 현상은 더 심화됐다.
실제로 이 원장은 지난 9월 10일 은행회관에서 진행된 은행장들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급증하는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세밀하게 메시지를 내지 못한 부분, 그리고 이로 인해 국민들이나 은행, 은행원들에게 여러가지 불편과 어려움을 드려 죄송하다. 대출절벽이 우려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고 (은행대출)창구가 닫혀있지 않다는 걸 소비자들이 느껴야하기 때문에 은행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도 수요와 억제의 균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 강한 개입을 예고하던 금융당국이 은행의 자율경영 존중으로 선회한 것이다. 다만 가계부채 엄격 관리 기조는 여전하다고 재확인하면서 가계부채총량관리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가계부채총량관리는 가계부채 증가 목표치를 사전에 설정하고 1년간 해당 목표치를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정책이다. 다만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이미 해당 목표치를 초과한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에 대해서는 내년도 가계부채총량관리 목표치 설정시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경고를 내린 바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대출총량을 옥죄야하는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주담대 창구를 걸어잠궜다. 앞서 우리은행에 이어 iM뱅크, IBK기업은행이 비대면 가계대출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했고 신한은행도 11월 6일부터 판매 중단에 들어갔다. 같은날 NH농협은행도 비대면 창구를 통한 직장인 신용대출 4개 상품의 판매를 한시 중단했다.
이어 하나은행은 같은 달 15일부터 비대면 전용 주담대 등 비대면 가계대출 상품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고 나섰다. 5대 주요은행 중 4개 은행이 비대면 상품 판매 중단에 들어가는, 사실상 ‘셧다운’이라 불릴 정도의 대출 한파가 현실화된 것이다.
올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비대면 가계대출 판매 중단에 나선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목표치를 이미 수배 초과한 상태다. 금감원이 지난 8월 공개한 5대 주요은행의 연간 목표치 초과 달성율을 보면 우리은행이 376.5%로 가장 높고 신한은행(155.7%), 국민은행(145.8%), 하나은행(131.7%), NH농협은행(52.3%) 순이다.
은행권 비대면 대출이 사실상 문을 닫은 가운데 대면 창구를 통한 대출을 받으려는 차주 수요가 늘고 있지만 깐깐해진 심사에 발길을 돌려야하는 상황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은행 대출태도는 올 4분기 가계대출 부문을 중심으로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3분기 가계주택 대출행태지수는 -22를 기록했지만 4분기 전망치는 -28로 조사되면서다. 이는 2021년 4분기(-32) 이후 최저치다.
지수가 플러스(+)면 대출태도 완화를, 마이너스(-)면 강화를 의미한다. 대출태도 강화는 대출심사가 깐깐해졌다는 의미로 금융기관의 대출문턱이 높아졌다고 본다.
한국은행은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등의 영향이 연말 대출행태지수 하락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밖에 은행별 주담대 취급 제한 등도 대출문턱을 높이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위한 규제들이 대출 문턱을 높였다는 말이다.
주담대 외에도 가계 부문 신용대출 역시 당분간 높아진 대출문턱이 계속될 전망이다. 가계일반 부문 대출태도는 올 3분기 -25에서 4분기 -17로 소폭 하락하겠지만, 여전히 강화된 대출태도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은행의 대출태도는 중소기업은 다소 완화되겠으나 가계는 주담대를 중심으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신용위험은 기업과 가계 모두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체율 관리 나선 은행, 중저신용자는 어디로?
여전한 대출수요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대출창구를 좁히면서 고(高)신용자가 아닌 중저신용자들은 은행 문턱을 넘기 더욱 힘들어졌다.
금감원이 발표한 ‘2024년 9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9월 은행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45%로 전월 말(0.53%) 대비 0.08%p 하락했다. 9월 중 신규연체 발생액은 2조 5000억 원으로 전월(3조 원) 대비 5000억 원이 줄었고 연체채권 정리규모는 4조 3000억원으로 전월(1조 4000억 원) 대비 2조9000억 원이 늘어났다.
연체율은 하락했지만 긍정적 신호는 아니다. 통상적으로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대규모 연체채권 상·매각 등으로 부실자산을 처리하면서 연체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취약차주의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 대목이다.
금융당국도 연체율 지표가 개선됐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주요국 금리 인하 기조에도 불구하고 향후 경기 불확실성 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중 중저신용자 포용금융을 맡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는 특히나 상황이 심각하다. 당초 중저신용자 비중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 비중 완화로 선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케이뱅크)와 협의를 거쳐 2024~2026년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목표치를 ‘평잔 30% 이상’으로 사실상 하향 조정했다.
금융당국은 전체 차주 중 중저신용자 비중이 50%이고 고신용자에 비해 중저신용자 대출액 규모가 작으며, 중저신용자 대출의 건전성 관리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목표비중을 30% 수준보다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24~2026년 대출 목표를 ‘30% 이상’으로 설정하면서 안정적 관리를 위해 ‘평잔(평균잔액)’ 기준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말잔(말기잔액)' 기준으로 운영해왔다.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상향할 경우 인터넷은행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인터넷은행은 고신용자 대상의 영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실제로 올 3분기 인터넷은행 3사는 호실적을 기록했는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공격적인 주담대 판매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3566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3분기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3조 4987억 원 증가한 41조 2228억 원이다. 이 가운데 주담대(전월세대출 포함)는 24조 6932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내 비중이 60%를 넘어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비중은 올 3분기 기준 32.3%로 전년 동기(28.7%) 대비 3.6%p 늘었다. 고신용자 대비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건전성 관리 필요성도 늘었다. 올 3분기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연체율은 0.48%로 전분기와 동일하다.
이처럼 시중은행에 이어 인터넷은행마저 대출 창구를 줄이면서 1금융권이 품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수요는 2금융권으로 향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상호금융·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잔액 304조3000억 원)은 1조7000억 원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9000억 원 늘었다.
지난 10월 기준 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7000억 원 증가했다. 9월 3000억 원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2금융권 주담대는 △9월 +7000억 원 △10월 +1조9000억 원으로 증가폭이 커졌으며 기타대출도 △9월 +1000억 원 △10월 +8000억 원으로 증가했는데 카드론과 보험계약대출이 주를 이뤘다.
2금융권 업권별로는 상호금융권(+9000억 원), 여전사(+9000억 원), 보험(+5000억 원), 저축은행(+4000억 원) 순으로 증가했다.
카드론 42조 원 돌파…역대 최대
시중은행의 대출 조이기 여파로 카드론 잔액은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카드사 9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NH농협·BC)의 카드론 잔액은 42조2202억 원으로 전년 동기(38조7405억 원) 대비 8.98% 증가했다. 역대 최대치였던 8월 말(41조8310억 원)을 뛰어넘은 수치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카드 8조2029억 원 △삼성카드 6조490억 원 △KB국민카드 6조8328억 원 △현대카드 5조7604억 원 △롯데카드 5조4167억 원 △우리카드 4조306억 원 △하나카드 2조8120억 원 △NH농협카드 3조699억 원 △BC카드 455억 원으로 집계됐다.
카드론은 은행이 아닌 카드사에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무담보 대출로 은행 신용대출과 달리 담보 및 보증이 없고 심사 과정이 까다롭지 않아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여겨진다.
다만 대출 심사가 까다롭지 않은 대신 이자가 높아 연체율 상승과 부실채권 발생 등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크다. 올해는 고금리·고물가로 서민 경제가 어려워진 데다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카드론 규모가 급속도로 커졌다.
카드론뿐만이 아니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카드사에서 다시 대출받아 연체금 및 대출금을 갚는 대환대출 잔액도 지난 10월 말 기준 1조6555억 원으로 전달(1조6261억 원) 대비 294억 원 증가했다. 또한 현금서비스 잔액도 6조8355억 원으로 전월(6조6669억 원)보다 1686억 원가량 늘었다.
보험사, 주담대 물량 조절로 선제 대응
보험업계도 대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1금융권에서 주담대 문턱을 크게 올린 탓이다.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발맞춰 주담대 물량을 줄이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보험사 중에는 올해 주담대 물량을 모두 소진했거나 아예 신규 접수를 하지 않는 곳도 있다. 아울러 주담대 금리를 높이며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한화생명은 올해 남은 주담대 한도가 모두 소진돼 내년 1월에 실행 가능한 물량을 신청받고 있다. 앞서 한화생명은 지난 9월 주담대 실행 물량이 나흘 만에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하나생명도 대출심사 인력 부족으로 생활안정자금 주담대를 제외한 신규 주담대 신청은 받지 않기로 했다. 주담대 신청이 늘어나면서 심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자 주담대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NH농협손해보험과 흥국생명 등도 신규 주담대 취급을 중단했다. 업계는 이같이 보험사의 주담대 물량이 일찍 소진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보험사들의 주담대 금리도 줄줄이 인상됐다. 현대해상은 11월부터 주담대 금리를 기존 4.85~5.45%에서 4.95~5.55%로 0.1%p 인상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10월 4.32~5.81%에서 4.41~5.91%로 주담대 금리를 올렸으며 교보생명도 e아파트론 금리를 지난달 4.50%~5.21%에서 4.56~5.47%로 올렸다.
대출 풍선효과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경고음을 내면서 보험사들이 사실상 대출 창구를 닫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상호금융도 가계대출 증가 억제 나서
상호금융업권도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여러 선제적 조치를 시행 중이다.
우선 새마을금고는 지난 10월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동참하면서 △다주택자의 주담대 취급 제한 △대출모집법인 관리 개선·강화 △과당금리경쟁 지도 강화 △중도금 대출의 중앙회 사전검토 등 다방면의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담대 중심의 금고 간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과잉대출이 이뤄지지 않도록 지도해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고 가계부채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일각에서 새마을금고가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축소한 틈을 타 집단대출을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새마을금고는 한시적으로 신규 중도금 대출을 사전 검토하는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기존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부대출의 경우 200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중앙회가 사전 검토했으나 금액 상관없이 모든 건을 중앙회의 검토를 거치도록 강화한 것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노력에 동참하면서 무주택자인 서민 등 실수요자 위주의 가계대출 중심으로 여신 업무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가계대출 유치를 위한 금고 간 과당경쟁은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협도 11월 중순부터 수도권 주택대출 요건을 강화하는 추가 조치를 시행했다. 11월 초부터 이미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안정화 방안을 시행했으나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 방침에 맞춰 가계대출 증가를 선제적으로 억제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을 운용하기 위한 추가적 조치를 마련했다.
우선 신협은 다주택자의 수도권 주택 구입 자금 대출을 제한하고 비수도권 신협에서 대출모집인을 통해 수도권 주담대를 취급하는 방식을 제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일 모니터링을 강화해 각 조합의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상시 점검하고 가계대출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을 방지한다는 설명이다.
신협중앙회는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 정책에 맞춰 지속적으로 대출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후속 조치를 마련해 연말까지 가계대출이 목표치 내에서 관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대부업까지 틀어막힌 대출…서민 등골만 휜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서민들은 급전 창구를 잃어가고 있다. 풍선효과 여파로 2금융권 대출까지 옥죄면 돈 빌릴 곳을 잃은 서민들은 대부업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이마저도 이용하지 못하면 불법사금융까지 내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질수록 중·저신용자인 서민들은 그나마 돈 빌리기가 쉬운 2금융권을 찾는다. 하지만 고금리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저축은행은 대출 축소 등 긴축 경영에 들어갔고 다른 2금융권도 대출을 줄이고 있다.
1·2금융권의 대출이 틀어막히면서 대부업권으로 향하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신용점수가 낮아 돈을 빌리기 어려운 저소득층·저신용자들이 급전 마련을 위해 대부업체까지 손을 벌리는 것이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대부업체들마저 대출을 줄이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발표한 대부업권 신용대출 추이에 따르면 지난 2022년 9월 10조3453억 원에서 지난해 9월 9조110억 원, 올해 9월 8조594억 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대부업체의 대출이 급감한 건 수익성 악화 탓이다. 대출영업을 위해서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 등에서 돈을 빌려 와야 하는데 고금리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다.
이에 서민들은 불법사금융에 내몰리고 있다. 합법적인 대부업체가 적고 이들의 대출도 급감하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에 불법사금융 피해도 크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2020년 7350건에서 지난해 1만2884건으로 약 75% 증가했으며 올해는 10월 말 기준 이미 1만1875건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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