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안간힘…가전양판점의 생존방정식 [시사텔링]
스크롤 이동 상태바
‘버티기’ 안간힘…가전양판점의 생존방정식 [시사텔링]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08.14 1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롯데하이마트·전자랜드, 2년 이상 ‘적자’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버티는 시기”
상품을 단순히 늘어놓는 시대는 끝났다
‘판매’보단 ‘세련된 공간’ 강조 필요해
최근 각자 다른 공간혁신 전략 선보여
하이마트 ‘홈서비스’, 전자랜드 ‘멤버십’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롯데하이마트(왼쪽)와 전자랜드. ⓒ각 사

가전시장 요즘 참 어렵습니다. 코로나 이후 적자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기 힘든 모습입니다. 그보다 더 어려운 업계가 있다면 바로 ‘가전양판점’이 아닐까 합니다. 한 때 업계를 주름잡던 가전양판점들이 고물가 등 경기침체와 온라인시장 확대 등으로 그 입지가 예전만 못한 상황입니다.

대표적인 가전양판점인 롯데하이마트(하이마트)·전자랜드는 2년새 매출이 30%이상 줄었습니다. 하이마트의 2021년 매출은 3조8000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엔 2조6000억원으로 32%이상 떨어졌습니다. 전자랜드 매출은 2021년 8784억원에서 지난해 5998억원으로 31.7% 감소했습니다. 특히 전자랜드 운영사인 SYS리테일의 총자본은 지난해말 -195억 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자본잠식에 빠졌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손 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살아남기 위해 그야말로 ‘안간힘’을 다 하고 있는데요. 최근엔 점포를 대폭 줄이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있습니다. 하이마트 점포는 2019년 말 466개에서 지난 4월엔 333개로 133개가 사라졌고, 전자랜드도 2021년 131개였다가 28개가 축소돼 103개까지 줄었습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유행한다는 ‘팝업’을 성수동에 열기도 하고, 가전뿐 아니라 가구도 소싱했다”며 “올드한 이미지를 바꿔보려는 차원에서 이름을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었고, 최근엔 과일까지 팔았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하이마트도 최근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갖은 노력에도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버티는 시기’라고 했지만 마냥 버틴다고 나아질 것 같진 않단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전양판점이 앞으로도 반등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냉장고나 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오프라인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보단 온라인으로 제품사양과 가격 등을 비교하는 게 소비자 입장에선 훨씬 수월한 방법이란 겁니다.

그는 “가전양판점에 간다고 해서 모든 브랜드가 다 입점돼 있지도 않다”며 “지금의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양판점보다 더 다양한 가전제품을 만나고 가격 등을 꼼꼼히 비교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양판점들이 그들의 강점인 ‘오프라인 매장’을 혁신적으로 바꿔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처럼 제품을 단순히 진열하는 것만으론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어렵다는 겁니다. ‘가장 근사하고 가장 최신식’ 가전제품들을 마치 갤러리에 온 듯 멋지게 전시해야 한다고 전하네요. 쉽게말해 ‘판매’의 목적을 대놓고 드러내지 말고, 세련된 ‘공간경험’을 제시하란 의미입니다.

이 교수는 “상품을 단순히 늘어놓는 시대는 지났다. 옛날 백화점처럼 상품을 빽빽하게 전시해선 안된다”며 “가장 좋은 제품으로 창의성을 최대한 활용해 공간을 꾸며야 한다. 소비자가 아름다운 공간에서 즐기고 쉬게 만들면 매출은 높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전자랜드의 유료멤버십 특화 매장 ‘랜드500’. ⓒ전자랜드

결국 공간을 다시 꾸며야 한단 게 핵심인데요. 최근 두 회사의 변화를 보면 이미 각자 다른 방식으로 점포를 재단장하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하이마트는 ‘홈서비스’, 전자랜드는 ‘유료멤버십’ 전략으로요.

먼저 하이마트는 올해 상반기까지 기존 점포 68개를 새단장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홈 만능해결 센터’라는 상담 창구입니다. 수리, 클리닝, 이전설치, 보증보험 등 집 관련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상반기 이 창구 덕을 톡톡히 본 듯합니다. 리뉴얼 68개점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6.5% 올랐거든요. 고객도 이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전자랜드의 경우 ‘랜드500’이라는 유료 멤버십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해당 멤버십에 가입하면 회원제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기존 점포중 34개(6월 기준) 매장이 ‘랜드500’으로 탈바꿈했는데요. 지난 1분기엔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리뉴얼 매장의 1분기 평균 매출이 재단장전인 지난해 1분기보다 31% 뛰어오른 겁니다. 전자랜드 측은 올해 말까지 ‘랜드500’ 매장수를 40개까지 늘릴 예정입니다. 

두 회사가 세운 생존방정식은 아직까진 가시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지만, 분명 중장기적으론 긍정적 신호로 보입니다. 각자의 패가 고객에게 신선한 ‘공간 경험’이 됐느냐가 관건일 듯합니다. 가전양판점이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담당업무 : 의약, 편의점, 홈쇼핑, 패션, 뷰티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Enivrez-vous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