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지적 않고 비판 자체를 문제 삼는 건 비민주적…민주주의 기본마저 잊었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잠잠하던 호수 위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 속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진행되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김두관 후보가 ‘메기’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김 후보는 지난 7월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개딸들이 민주당을 점령했다”며 “이렇게 해서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외쳤습니다.
다음 날인 28일에는 충북 청주에서 열린 합동연설회 정견발표에서 “그 정도 반대 목소리도 수용 못하는 민주당이 아니지 않느냐”라면서 “옛날에 북한과 대결하니까 유신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 탄핵이 우선이니까 당내 다른 목소리가 필요 없다는 건 전체주의 사고”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러자 친명계 후보들이 반발했습니다. 최고위원에 도전하고 있는 정봉주 후보는 “김 후보가 분열적 발언을 한 것이다. 그 말씀을 철회하고 사과해야 한다”면서 “김 후보는 제가 평소에 존경하는 선배지만, 보수언론이 좋아하는 분열적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명심’을 등에 업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민석 후보 역시 “학습하고 단결하고 진화하고 책임지는 강경한 단일대오가 지금의 우리들의 모습이고 우리는 그것 때문에 이 자리에 모여있다”면서 김두관 후보를 겨냥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자유가 있습니다. 특히 정치 영역에선 더더욱 그 자유가 보장돼야 합니다. 김두관 후보나 정봉주 후보, 김민석 후보가 정국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견을 피력한 건 모두 존중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정봉주 후보와 김민석 후보의 주장에서 논리적 모순이 발견된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습니다. 두 최고위원 후보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동체는 분열하지 않고 단일대오를 이뤄야 한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라는 외부의 큰 적이 있으니 내부 단결을 해치는 발언을 하지 말라는 게 두 사람 발언의 핵심이죠.
하지만 두 사람의 주장은 말이 되질 않습니다. 정파적으로 봤을 때 민주당이 하나라면, 국가적 측면에서는 대한민국이 하나입니다. 윤석열 정부와 싸워 승리하는 게 더 중요하니 당내 분열이 있어선 안 된다는 논리라면, 여전히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있고 여타 국가들과도 치열한 ‘외교 전쟁’을 벌이고 있는 대한민국 역시 분열돼선 안 됩니다.
결국 ‘이재명 대표 중심의 단일대오’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은 ‘윤석열 대통령 중심의 단일대오’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합니다. ‘더 큰 적’을 이기기 위해 분열적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성립하려면, 야당 역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해선 안 됩니다. 두 사람의 말대로라면 정부를 비판하는 것 역시 ‘국가의 분열’이며 ‘단일대오’를 해치는 것이니까요.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건 이적(利敵)행위일 겁니다.
김두관 후보의 발언이 잘못됐다면, 그 메시지의 오류를 지적하면 됩니다. 비판 자체를 ‘내부총질’이라며 금기시하는 건 비민주적일뿐더러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최소한 ‘민주’당이라면,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는 억압될 수 있다’는 논리를 공개적으로 들고 나와선 안 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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