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본 평양, 그리고 한반도 [이병도의 秘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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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본 평양, 그리고 한반도 [이병도의 秘錄]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4.07.06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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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없는 북한 경제사회 구조
군비(軍費) 출혈에 남북 국민 삶 희생
남북 정권, 북핵 처리 결단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하에 5월 30일 초대형 방사포를 동원한 ‘위력시위사격’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하에 5월 30일 초대형 방사포를 동원한 ‘위력시위사격’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뉴시스

필자는 노태우 정권 시절 남북고위급 회담때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필자를 담당하는 안내원은 ‘김형직(김일성 주석의 아버지) 사범대학’의 사상사(思想史) 전공 교수라 했다.

짐작컨데, 필자의 개인적 성향을 사전 분석, 북한 당국이 이념적 색깔이 매우 투철한 그를 필자 담당으로 선정했을 가능성은 남북 정보기관의 관행상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당시 필자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듯 그때 필자가 평양 방문 중 생생히 목격하고, 듣고, 느끼고, 또 나눈 대화는 오늘의 냉정한 ‘남북 현실’과 관련해 상당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일들이었던 것으로 회상된다.

우선, 북한은 산(山)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열차를 타고 평양역에 도착할 때까지, 수 시간동안 필자는 유심히 북(北)의 산을 관찰했다. 모두가 벌거벗은 민둥산들의 연속이었다. 북한측이 일부 관광특구로 전략상 정해놓은 금강산과 백두산 일원 등은 좀 다르겠지만, 대부분 일반 산하의 모습은 참으로 참담함 그 자체였다.

치산치수는 국력의 근본이다. 한 국가가 과연 얼마나 갈 것인지, 그 흥망의 미래는 1차로 그 나라의 자연 상태에서 감지되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라 할것이다.

두번째, 필자는 그때 방북 현장에서 북한정권이 줄기차게 내세워온 이른바 주체경제의 허구성에 공개 분노한 적이 있다. 동행한 남측의 일원들로 부터 방북 성격도 있고 하니, “좀 그만하라”는 제지를 받기도 했지만, 그 현장 실상은 필자로서는 도대체 어처구니가 없는 일로 받아들여질 정도였다.

그들이 우리 일행에게 그들의 치적을 과시하기위해 안내한 현대식 주민이용물(평양산원 등)들이란, 남한에 비해 화려하기 그지없긴 했지만, 독일의 지멘스(ZIMENS)와 외국산 대리석 등 외제  일색의 수입 장비로 온통 치장되어 있었다.
필자는 당시 일반 주민들의 더할 수 없는 고통과 기아로 치닫고 있는 북한경제의 실상을 떠올리며, 그 현장에서 “이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주체경제의 실적이란 말인가?”라고 공개 항변한 적이 있다. 그 상징물들은 그들이 말하는 ‘주체경제’의 치적이 아니라 거꾸로 북한정권이 몰아가고 있는, 경제파탄 이념의 적나라한 상징물들이자, 생생한 증거로 필자는 보았다.

또 하나, 민주와 독재에 관한 논쟁이 있었다. 필자는 안내원인 그 교수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국호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하여, 민주주의란 용어를 쓰고 있는데, 사실상은 수령 독재를 하고 있으니, 국호가 잘못된 것 아닌가?”

안내원의 이에 대한 답의 요지는 이러했다.

“수령님께서는 자신이 지도자를 하고 싶어서 하시는 것이 아니라, 인민들이 추앙을 하니, 어쩔 수 없이 지도를 하시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철저히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기초적인 인권인, 대부분 인민들의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그들이 내세우는 ’민주’란 개념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무슨 거창한 이념적 논쟁점을 완전히 배제하더라도, ‘북의 현장들’은 이미 실질을 벗어나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이렇게 허위와 거짓과 궤변의 늪에 깊이 빠져들어 있었다. 그것이 필자가 마지막 확인한 ‘북한’의 실체였다. 한반도는 그만큼 정신적으로도 심하게 병들어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것인가. 남북한 모두 국민 복지적 시각에서 나라살림 구조를 뒤바꾸는 대결단을 내려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남북 모두 뒤틀려 있는 재정구조다. 국가 재원을 비뚜로 집행하고 있는데  근본적 원인이 있다.

‘무력 강성대국’을 외치며 치닫고 있는 북한의 지나친 국방예산 부담은 참으로 우리 민족 구성원 절대다수의 삶 전체를 흔드는 최대의 암초라 아니 할 수 없다.

국가 예산구조의 진정한 ‘민주적 운영’ 개념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 암초는 제거돼야 마땅하다. 남북한의 군비경쟁 문제는 이제 우리 민족 공동체 삶의 질이란 관점에서 결단이 내려져야 한다.

그 핵심의 걸림돌에 바로 오늘 문제가 되고 있는 ‘북핵’이 자리하고 있다. 이것이 풀리지  않는 한, 남한은 결코 경계의 끈을 늦출 수가  없고, 막대한 국방비 부담 구조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그 역기능은 북한 측의 지속적인 군비증강으로 부메랑이 되어 계속 남북 군비경쟁이란 악순환 구조로 연결되어 나갈 것이다. 문제는 이 기약없는 나라살림 왜곡 과정에서 민족 구성원 절대 다수만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오늘 한반도 전체가 직면하고 있는 역사적 위기이고, 또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북핵 문제에 대한 남북 정치지도자들의 ‘전면 해체’ 대결단이 요구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선택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위선 구조’와 도탄에 빠져버린 북한 경제 및 북한 민중의 삶을 회생케 하는 결정적 돌파구가 될것임은 물론, 상호 군비 축소의 계기로 작용, 남한의 민주복지주의를 크게 개선시키며, 더 나아가 남북한 신뢰회복을 통한 민족동질성을 가속화시켜 우리 민족 전체의 숙원인 통일의 길도 앞당기게 될것이다.

어느 외세의 눈치도 볼 것 없다. 우리 민족 공동체의 생존과 미래, 그리고 한반도의 진정한 독립 자존과 번영의 길이 걸린 문제다. 남북한 정권의 투명한 ‘북핵 폐기’ 결단과 북핵 협상 정책방향의 과감한 전환을 거듭 촉구한다. 한민족 자존의 깃발은 반드시 올려야 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했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YS 대권전쟁>,<최후의 승자>,<영원한 승부사>,<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평소 역사주의와 세계주의를 기준으로 한 집필 경향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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