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 강화 ‘묘수’…“소액주주 보호 필요” 비판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효성이 효성과 HS효성, 2개 지주사 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다. 각사의 키는 각각 조현준 효성 회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잡는다.
업계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자회사 가치 제고는 긍정적이지만, 지배주주 일가의 필요에 따른 분할이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진 않단 것.
이에 따라 업계의 시선은 지난 2018년으로 향한다. 당시 효성은 회사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금과 꼭 닮은 기대와 우려를 일으킨 바 있다.
3세 경영권 강화에 ‘지주사 전환’ 카드…“기업 재평가 기대” vs. “소액주주엔 호재 아냐” 갈려
3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이 주력 사업 부문을 4개 회사(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효성중공업)로 인적분할하는 것을 골자로 지주사 전환을 공식화한 건 2018년 6월이었다.
하지만 효성의 지주사 전환설은 이미 2017년부터 업계에 파다했다. 실적 개선은 물론, 당시 문재인 정부의 재계 지배구조 개혁 압박 등으로 효성의 지주사 전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효성이 당시 3세 경영을 막 시작하면서 총수 지배력 확대 욕구가 큰 상황이었다는 점이 풍문에 날개를 달았다.
지주사 전환은 지배주주가 지주사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면,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데 유리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인적분할을 선택하면 자사주가 자회사 주식으로 ‘복사’되기 때문에, 모회사 지배주주의 전사 지배력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1일 “조현준 회장이 효성 대표이사에 선임된 것은 효성그룹에서 3세 경영체제를 본격화하는 것”이라며 “이를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략) 조현준 회장과 조석래 전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효성 지분은 올해 7월 기준으로 37.44% 정도다. 이는 지주사체제 전환 등 지배구조를 개편해도 효성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 가깝다.
2017년 7월 31일자 <비즈니스 포스트> 조현준 효성 대표이사 되면서 지주사체제 전환 가능성 커져
풍문은 2017년 9월 효성이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하면서 기정사실화됐다.
이후 업계에선 기대의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지주사 전환으로 지배구조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바람이었다. 사업 부문이 자회사로 분할되면, 각 사업의 시장가치가 제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증권업계에서도 효성이 지주회사 전환으로 그동안 저평가받고 있는 기업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 효성은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복잡한 사업구조로 기업가치를 저평가받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지주사 전환을 통해 기업구조가 간략히 정리되면 기업 전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8년 6월 1일자 <EBN산업경제> ‘지주사 전환’ 완료 효성, 독립경영체제 통해 경영효율 제고
동시에 우려도 만만찮았다. 당시 시민사회는 지주사 전환의 방점이 기업과 주주의 이익 제고가 아닌 지배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찍혀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특히, 이들은 지주사 전환 시 지배주주가 선택하는 ‘전략’이 이 같은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무렵 재계 총수 일가는 지주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돈이 아니라 자회사 지분을 활용했다. 지주사가 신주를 발행하면 이를 기존에 보유하던 자회사 지분으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즉 ‘맞교환’(지분 스왑)이다.
이때 자회사 지분의 일부는 앞선 인적분할 시 지배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지주회사 지분이 자회사 지분으로 ‘복사’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또, 맞교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도 조례특례제한법상 과세이연 특례 혜택으로 당장 부담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지주사 전환을 꾀했던 기업 지배주주들은 대부분 해당 전략을 따랐다.
다만, 소액주주 보호에는 취약한 방식이었단 게 시장 안팎의 평가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인적분할 사례(193건)에서 지배주주의 존속회사 지분율이 15%포인트(p) 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주주에겐 상당한 이익이지만, 일반 주주들에겐 큰 호재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탓에 인적분할을 추진한 상당수 기업들의 주가는 발표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다. OCI와 동국제강, AJ네트웍스, 아수화학 등은 발표일과 비교해 약 10~20%의 주가 하락이 발생했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물적분할 이슈에 가려져 인적분할이 상당히 주주친화적인 방안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투자자들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진 않는 분위기”라며 “(인적분할을 활용한) 구조개편 과정에서 명확한 주주환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2022년 12월 29일자 <인베스트 조선> “오히려 주주 보호 사각지대”…연초 뜨거운 감자 될 인적분할發 재계 구조조정
효성 역시 같은 전략을 취하면서 비판을 피하지 못 했다. 효성 지배주주 일가는 지주사의 현금출자 방식 유상증자에 자회사 주식을 활용해 참가했고, 이를 통해 지주사 지분을 대폭 늘렸다.
효성은 18일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 조현상 총괄사장 등 효성그룹의 특수관계인들이 효성이 진행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중략) 조 명예회장은 모두 282억 원어치의 자회사 주식을 효성에 출자하고 효성 신주 58만1674주를 배정받게 됐는데 효성 지분율은 기존 10.2%에서 9.4%로 소폭 낮아진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총괄사장은 각각 1267억 원, 1374억 원의 자회사 주식을 효성에 출자하겠다고 청약했다.
조 회장의 효성 지분율은 기존 14.6%에서 21.9%까지 늘어난다. 조 총괄사장의 지분율은 기존 12.2%에서 21.4%까지 확대된다.
2018년 12월 18일자 <비즈니스 포스트> 효성 유상증자에 오너일가 모두 참여, 조현준 조현상 지분 비슷해져
출범 1년 “기업가치 제고 기대에 못 미쳐” 평가…시간 지나며 “분할 효과 빛 발해” 반전도
그렇다면, 실제 효과는 어땠을까? 정말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은 기업과 소액주주에는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을까?
평가는 엇갈린다. 우선, 당초 기대에 비해 실제 효과는 미미했단 평이다.
과거 시장에선 효성이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시가총액이 분할 전보다 약 1조 원이 넘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효성과 분할회사들은 지난해 오너리스크와 실적 부진 속에 시총이 2조 원대까지 추락하는 등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선 쓴맛을 봤다. 효성의 현재 시총은 약 1조 원이 빠진 3조 원 중후반대로 지지부진한 주가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올 1분기엔 지주사 효성이 자회사의 실적 회복에 힘입어 깜짝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분할 회사들의 주가 반등이 오래가지 못했다.
2019년 6월 7일자 <CEO스코어데일리> 효성, 지주사 전환 선언 1년에도 주가 ‘정체’…분할 효과는 언제?
반면, 시간이 지나고 자회사 실적이 지속 개선되면서 평가가 반전되는 모습도 보인다.
올 들어 효성그룹주 시가총액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트렌드가 각광받자 효성 주요 계열사의 경쟁력이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2018년 주요 계열사를 인적분할해 쪼그라들었던 효성그룹 시가총액은 올 들어 인적분할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2년 반 만에 분할 효과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2021년 2월 7일자 <한국경제> ‘친환경 잠재력’ 터졌다…효성그룹 ‘분할효과’ 누리며 시총 7조
효성도 이를 의식하고 있는 것일까. 이달 1일 양대 지주사 체제로 새출발하면서 효성은 앞선 지주사 전환 시 받았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놨다.
먼저, 인적분할 전 자사주를 모두 처분했다. 55만6930주를 대한항공에 매각했고, 나머지 60만4691주는 소각했다. 대한항공에 매각한 자사주가 우호지분으로 남은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지만, 자사주로 인한 소액주주 지분희석 효과는 낮췄단 게 시장의 분석이다.
분할 배경에 대해서도 “지주회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회사분할이 전체 주주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지 불분명하다는 비판은 들린다.
향후 효성은 양대 지주사 전환이 지배주주 일가의 경영권 분할 필요를 넘어 기업의 이익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을까? 효성의 다음 과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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