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 제고 공시 ‘총대 멘’ 키움증권…‘눈치 싸움’ 끝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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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가치 제고 공시 ‘총대 멘’ 키움증권…‘눈치 싸움’ 끝낼까
  • 박준우 기자
  • 승인 2024.06.01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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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공시 시행 이후 키움증권·에프앤가이드 등 총 2곳 공시
향후 주주환원·ROE·소통방법 등 계획 공개…주가 동반 상승
업계 “총대 멘 것”…키움증권 “추후 공시에선 지적사항 보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사진은 키움증권 본사 앞. ⓒ연합뉴스
키움증권 본사 앞. ⓒ연합뉴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의 일환인 밸류업 공시가 최근 시행된 가운데 키움증권과 에프앤가이드가 향후 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했다. 상장사의 자율성을 강조한 자율 공시형이라는 점에서 ‘공시 눈치싸움’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들 두 상장사를 시작으로 공시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키움증권·에프앤가이드 가치 제고 계획 공개…주주와 적극 소통 예고


1일 한국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지난 31일 기준,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키움증권과 에프앤가이드다. 두 회사는 각각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밸류업 공시 1호사가 됐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26일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확정한 데 이어 이튿날인 27일부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본격 시행했다. 이로 인해 상장사들은 향후 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적으로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공시할 수 있게 됐다.

첫 번째 타자로 나선 건 키움증권으로,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하루 뒤인 28일 향후 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했다. 키움증권은 자본효율성 기반의 주주중시 경영을 강조하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별도 순이익 기준 주주환원율 30% 이상,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 등 3개년 중기 목표를 내놨다.

공시에는 자산관리(WM)와 기업금융(IB) 그리고 세일즈앤트레이딩(S&P) 부문에서의 향후 사업·투자 계획과 초대형 IB 인가 추진, 연금사업 신규 진출 등의 신규 사업을 검토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컨콜 및 핵심지표 공유, 실적발표 당일 컨퍼런스콜 정례화 등 주주와 적극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31일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에프앤가이드는 현재 13.5% 수준인 ROE를 18%까지 끌어올리고,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CAGR) 15%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배당성향은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오는 2028년까지의 배당성향을 올해(26%)보다 올리겠다는 정도만 명시했다.

향후 성장을 위한 전략으로는 소비자 간 거래(B2C), 인덱스 역량 강화, 인공지능 활용 확대 등의 계획을 제시했다. 또, 기업설명회(IR) 내실 강화 및 소통채널 확대를 통해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배당 상향정책 수립을 통해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 정책 수립 등 오는 2025년까지 지배 구조 개선 과제 및 계획도 언급했다.

 

“키움증권의 첫 공시, 사실상 총대 멘 셈”…키움증권 “향후 공시는 보완할 것”


업계에선 키움증권이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공시는 물론 계획안 구성 등이 모두 상장사의 자율에 맡겨져 있어 계획안 작성 단계에서부터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계획을 처음 공개한 기업은 이른바 ‘총대를 메게 될 수 있다’는 부담도 존재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가장 먼저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할 줄은 예상하지 못 했다”면서 “이제 막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됐고, 심지어 상장사의 자율에 맡긴 정책이다보니 첫 공시는 누가보더라도 다소 부족해보일 수밖에 없다. 사실상 키움증권이 총대를 메고 공시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키움증권이 공개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두고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29일 논평을 통해 키움증권의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의 디테일 부족 문제를 지적하면서 ‘C 학점’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존 공정공시 내용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고 했다.

키움증권 측이 빠르게 공시를 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SG증권발 대규모 하한가 사태와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등에 휘말리면서 내부통제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주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선제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수익원 다각화 등을 위해 초대형 IB 인가 취득을 목표로 하는 키움증권 측 입장에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준비는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공시에는 초대형 IB를 위한 키움증권의 계획이 담겼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이번 기업 가치 제고 공시에 대해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준비가 돼있었기 때문에 당국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발맞춰 빠르게 공시할 수 있었다”며 “우리가 처음으로 낸 답안지를 보고 다른 상장사들의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 및 공시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추후 공시에는 이번에 나온 지적들을 잘 참고해 보완하는 등 디테일하게 공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시 후 주가 상승…키움증권 3거래일 연속 오름세


키움증권의 공시를 두고 다소 냉담했던 업계의 반응과 달리 투자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1일 키움증권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0.75% 상승한 13만3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공시가 있었던 28일 종가와 비교했을 때 6.35% 증가한 액수로,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31일 오전 기업 가치 제고 공시를 낸 에프앤가이드 주가 역시 상승 마감했다. 이날 장마감 기준 에프앤가이드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2.26% 상승한 8130원을 기록했다. 에프앤가이드 주가는 장 초반 하락세를 타다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상승 전환했다.

두 기업의 주가를 이끈 건 외국인과 기관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지난 29일부터 3거래일 동안 키움증권을 각각 41억 원, 33억 원씩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6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에프앤가이드 역시 31일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215만 원, 356만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개 상장사가 차례로 내놓은 이들 공시가 시장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장사들의 가치 제고 공시를 앞당기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처음 공시를 낸 이후 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이지는 않았기에 아마 준비를 끝내고 공시하기 직전이었던 상장사들이 당장엔 공시를 하기 꺼려졌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며 “이 가운데 에프앤가이드가 공시를 내면서 다른 상장사들도 차례로 공시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증권·핀테크·자산운용·가상자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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