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민주화’ 최우선 과제”
“특권 폐지, 적게 잡아도 4천만 이상이 찬성”
“채명신 장군은 특혜 거부해 ‘특혜’ 받는 분”
“예외 최소화·공정 최대화가 이상적인 사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이기식 병무청장이 이달 초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체육·예술요원 병역특례에 대해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지속 돼온 체육·예술요원 병역특례 제도의 폐지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각 언론사의 후속 보도가 잇따르고 정부 내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병역특례 폐지방안에 대해) 전폭 지지한다. 차제에 모든 분야의 특례 및 특혜 폐지도 관련법 정비를 통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대부분의 국민, 어림잡아 최소한 40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원하는 바다. 그를 위해 병역특례 폐지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는 것이다.
BTS 경우
이 청장은 방탄소년단(BTS) 현역 복무가 병역의무 이행의 공정성 측면에서 “굉장히 긍정적인 신호를 줬다”고 평가했다.
맞는 얘기다. 이런저런 꼼수를 부려 병역을 기피하려 했던 측들에겐 당연히 작지 않은 경종을 울려줬을 것이다. ‘표밭’만을 의식, 방탄소년단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주자며 급하게 병역법 개정을 주장했던 여야 국회의원들은 머쓱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병역의무를 말없이 이행하는 대부분의 보통 젊은이들에게 방탄소년단 전원 현역 입대는 매우 큰 응원의 메시지를 선사했다. 많은 젊은이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덜어냄과 동시에 공평 사회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방탄소년단 병역특혜에 대해 적극 찬성하던 정치권 전반의 큰 흐름에 맞서 국민 4대 의무의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해서라도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던 소수(본 칼럼 2022년 10월 16일 자 ‘防彈少年團 / 防彈國會’)에게도 결과적으로 큰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방탄소년단의 입대는 우리 사회에 그렇게 좋은 바람을 몰고 왔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방탄소년단도 복무하는데…’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가 되게끔 병역특례가 사라지기를 희망한다. 체육인, 예술인, 일부 산업요원 등에 한해 주어지는 병역특례가 일반 직장과 공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심한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는지를 조금만 헤아려 본다면 특례 폐지에 망설이는 일은 없을 거다.
군이 전국 8곳에서 운영 중인 ‘병역진로설계지원센터’를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 센터를 통해 청년들이 군복무 기간을 공백기가 아닌 사회 진출을 위한 디딤돌로 삼을 수 있도록 전공별, 특기별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 봄 직하다.
차제에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각종 특혜나 특권을 하나하나 없애는 일에 정치권과 정부가 좀 더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부탁한다.
특례입학, 국회의원 특권
특혜나 특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국회의원이 누리는 각종 특권이다. 그 특권의 가짓수와 부당함, 시민단체가 벌여온 노력 등에 관해 더 이상 언급하는 건 시간 낭비가 될 터이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위한 시민단체의 노력은 헛일이 돼 있고, 자진해서 특권을 반납하겠다던 국회의원들의 거짓말은 이제 ‘의례적인 헛소리’로 고착했다.
독재자가 정적을 탄압하는 걸 막기 위해 만들었다는 불체포 특권…. 그 구시대 유물이 21세기 한국에서도 여전히 살아남아서 저질 국회의 모습과 무기력한 국민의 불쌍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중이다.
이 칼럼란에선 과격한 주장을 가급적 삼가는 편이지만, 국회의원 특권 폐지 문제에 관한 한 전 국민의 ‘시민혁명’까지도 불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이 숨기지 않겠다.
외교관 자녀, 상사 해외주재원 자녀 등에 대한 특례입학도 다시 살펴볼 때가 됐다. 나라 안팎을 드나드는 문턱이 낮아진 만큼 날로 늘어나는 특례입학 대상 학생의 범위나 기준 등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그건 특례입학 당사자인 학생들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특례입학 대상 가정이나 해당하지 않는 가정에서 공히 아는 일로 이제 특례입학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간의 괴리는 우리 사회 안에 새로운 벽을 만들었다.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도 따로따로 무리를 지으며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진다.
국내에서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또는 일류 학교 진학을 위해서 특례입학 제도를 활용했으나 자녀를 한쪽 벽에 가둬놓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빚은 셈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부러움과 함께 특례 입학 대상 학생들에게 줄곧 시샘의 눈길을 보낸다니 우리가 갈등 지대를 키워왔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예외 규정 남발로 인한 부작용의 하나다. 예외 없는 원칙이 없다고는 하지만, 예외는 적을수록 좋다는 점을 우리 사회는 너무 길게 학습하는 중이다.
장군 묘역 안장 ‘특혜’ 마다한 채명신 장군
내달 ‘호국보훈의 달’에는 순국선열과 전몰장병들이 안장된 국립현충원을 많은 참배객들이 찾을 것이다. 그곳에서도 예외 없이 ‘특례 시비’가 벌어져 왔다. 서울 동작동에 있는 현충원 자리가 꽉 차서 몇 년 전부터는 국가유공자들을 사후에 대전 현충원 등지로 분산 수용하고 있다.
서울 현충원 안장을 희망할 경우 현충원 안에 건립된 납골당인 ‘충혼당’에 안치된다. 그러나 최상위층의 경우 서울 현충원 내 봉분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국 별도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공사를 벌여 전직 대통령들은 여전히 서울현충원에 안치되고 있다. 현재 대전 현충원에 안장된 전직 대통령은 2006년에 서거한 최규하 대통령이 유일하다.
현충원 주변에서는 국가원수(유족들)가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특혜를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와 대비되는 경우 하나. 현충원에는 장군 묘역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사병 묘역과는 달리 장군 묘역은 널찍하다. 그런데 채명신 장군 묘는 유독 사병 묘역 안에 위치해 있다.
현충원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제2묘역 앞쪽이다. 부하 장병들과 함께 묻어달라는 그의 유언에 따른 것이다. 일 년 내내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추모객들이 바친 꽃들이 봉분 없는 그 묘역 앞에 항상 놓여있다고 한다. 특혜를 마다한 채 장군이 오히려 ‘특혜’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사병 한 명 한 명을 ‘예외 없이’ 자식처럼 사랑했다던 전 맹호부대장 겸 주월한국군 초대 사령관 채명신의 묘비명.
”그대들 여기 있기에 조국이 있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