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 ‘한국차는 저급’ 인식 강해…이미지 회복 시급
전기차 시대 분위기 전환 나섰지만 경쟁 심화 어려움
손뗄까 말까 ‘갈지자’ 사업 행보 속 고민 필요해 보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중국 베이징/장대한 기자]
"중국에선 택시라 하면 가장 싼 차로 보는데, 현대차·기아가 베이징 올림픽 때 시내 택시의 7할을 차지할 정도로 많이 팔렸던 적이 있다. 이것이 오히려 독이 돼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차를 저급이라 자연스럽게 여기게 됐다. 브랜드 이미지가 굉장히 약하다고 보면 된다"
기자는 '2024 오토차이나' 참관을 위해 중국 베이징을 찾았는데, 도심을 돌아다니는 동안에도 현대차와 기아의 차량을 보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토요타와 혼다 등의 일본차는 물론 독일의 폭스바겐과 벤츠 마크를 단 차들이 곳곳을 누비는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현지에서 만난 관계자에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냉담했다.
이 관계자는 "폭스바겐과 일본차 브랜드들은 일찍이 중국 회사들과 합작해 현지에서 차량을 생산하고 판매에 나서면서 브랜드 파워를 쌓아왔다"며 "한국은 중국과 수교가 늦게 이뤄진 편에 속해 다른 메이커들보다 시장 진출이 늦었고, 택시 이미지까지 쌓여 일반 소비자층에 인기를 얻기 어려웠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자기네들 브랜드가 쌔고 쌨는데, 굳이 한국 브랜드를 택할 이유가 없다"며 "가격도 한국차가 중국을 따라가기는 어려워 부진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만 있을 때는 우리 안방 대표 브랜드인 현대차와 기아가 글로벌 자동차 및 전기차 시장을 휩쓸고 있어 최고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가장 가깝고도 가장 큰 자동차 수요 시장인 중국에 와서 보니, 현대차·기아가 당면한 어려움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반면 현지 브랜드들의 차별화된 신차와 수준 높아진 기술력에 입을 다물기가 어렵다. 오토차이나 프레스데이 현장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강세와 '전기차 굴기'를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사실상 모터쇼 메인 주인공 격이었던 샤오미 브랜드가 첫 전기차 SU7을 발표하자 우뢰와 같은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24일 현재 기준으로 7만5723대의 계약고를, 출고 시작 28일 만에는 5781대 출고를 이뤘다고 하니 그 인기와 성과는 분명해 보인다.
몰론 우리네 현대차도 중국 시장 공략의 끈을 놓치는 않았다. 차별화된 고성능 전동화 기술을 앞세워 중국 시장 내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을 전했다.
정확히 1년 전 상하이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고성능 N브랜드의 중국 런칭을 알린데 이어, 올해는 전동화 N 모델인 ‘아이오닉 5 N’을 하반기 중 투입해 중국 시장의 높은 벽을 넘겠단 각오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G8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을 중국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며 힘을 보탰다.
내연기관 시대를 넘어 전기차 시대에선 절대 강자가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대차가 전기차 시대를 100년 만에 찾아온 기회로 여기듯, 중국 전기차 메이커들 역시 탄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담대한 도전에 나섰다. 앞서 언급한 전기차계의 슈퍼 루키 샤오미는 물론 비야디(BYD) 등 내로라하는 메이커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중국에 직접 와보니 글로벌 유수의 브랜드들조차 콧대를 낮춰 중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화 노력에 공들이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현대차도 중국 공장에서 손을 떼는 등 부정적 시그널만 보내는 대신 중국 시장에 대한 고찰을 통해 새로운 방향성 제시가 필요해 보이는 때다.
현대차의 고성능 전기차와 전동화 사업 전략이 쌓이고 쌓여, 중국 고객들의 뇌리에 박힌 저렴한 차 또는 택시 모델에 국한된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내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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