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차체에 BMW 심장…차고 넘치는 힘
미니쿠퍼S 5도어, 웬만한 옵션도 다 있어
스톱앤고·고속 주행에 실연비 15.6km/L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미니(MINI)는 왜 타는 걸까. 기자가 항상 품었던 의문이다. 미움이나 차별은 아니다. 십년 전 미니와 얽혔던 기억 때문이다. 첫 자녀가 아기 때 자가용이 없어 당시 장모님 차였던 해치백 3도어 모델을 빌려탈 일이 많았다. 차는 예쁘고 밟는대로 잘 나가고 좋았다. 다만 아기를 2열 카시트에 태우고 내리는 게 여간 쉽지 않았다. 승차감 역시 불편한 미니를 왜 비싼 돈 주고 사는 건지 당시의 나로선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10년 만에 미니 쿠퍼 S 5도어 모델을 타보니,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예전처럼 아기를 태워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거나, 패밀리카 기준에 갇혀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미니의 가치 그대로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1열에 앉아 감각적이고 경쾌한 주행성능을 즐기려는 고객들에게 만족감을 주기 충분한 모델이었다.
기자는 지난 8일 나홀로 미니 쿠퍼 S 5도어 클래식 모델을 타고 서울 합정동에서 인천 영종도 왕산해수욕장을 왕복하는 구간을 내달렸다. 당장 주행성능부터가 '차고 넘치는' 수준임이 확연히 느껴졌다.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kg.m의 강력한 힘은 조금의 주저함도 허락치 않는다. BMW 모델들에 장착되는 트윈파워 터보 4기통 가솔린 엔진과 7단 스텝트로닉 더블 클러치 변속기로 심장을 이루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가속 페달을 밟다보면 신이 날 수 밖에 없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6.7초에 불과하다. 차체가 작다보니 더 민첩한 느낌이 든다. 도로 노면 상태가 몸으로 전해지는 듯한 딱딱한 승차감이 불만일 순 있지만, 분명 달릴 때 만큼은 얼마든지 허용됐다. 달리는 재미는 배가 된다.
두껍고 둥그스름한 스티어링휠의 그립감은 이내 적응된다. 시트는 조절이 수동으로만 가능해 몸에 딱 맞는 포지션을 찾는 데 조금 애먹기도 했다. 그럼에도 미니 브랜드가 추구하는 경쾌한 주행성능 '고-카트 필링'(Go-kart feeling)의 매력을 느끼다보면 그 마음이 너그럽게 풀린다.
미니는 디자인만으로도 고객들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디자인 시그니처인 동그란 눈(원형 LED 헤드라이트)과 수염난 입(라디에이터 그릴 테두리)은 귀여우면서 익살스럽다. 낮은 무게 중심의 차세는 범퍼부가 강조된 하체 디자인을 통해 제법 듬직한 맛도 있다. 후면은 영국 국기 형상의 유니언잭 디자인이 가미된 리어라이트로 저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비행기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실내는 오밀조밀하게 구성돼 있다. 이중 스티어링 휠 앞에 나있는 클러스터와 8.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등은 디지털화된 미니의 매력을 북돋는다. 버튼들의 조작성도 높다. 차량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탑재돼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다만 차선을 벗어날 시 경고만 해줄 뿐 차량을 제 위치로 돌려주는 기능이 없는 점은 아쉽다.
전반적인 만족감을 느끼며 시승하던 찰나에, 또 다른 장점까지 눈에 들어왔다. 연비다. 미니 쿠퍼 S의 복합 공인 연비는 12.6km/L인데, 124km 거리를 실제 주행하는 동안엔 이를 훨씬 넘어서는 15.6km/L의 값을 확인했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등의 고속 구간이 많은 덕도 봤지만, 정차 중 엔진을 일시적으로 꺼주는 '스톱 앤 고' 기능도 한 몫한 듯 보인다.
이번 시승은 개인적으로 미니를 '작고 불편한 차'로 여겼던 '과거의 나'와 작별하는 시간처럼 느껴져 값진 시간이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미니는 올해 4세대 모델로 10년 만의 새로운 변신을 꾀한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미니에 대한 어떠한 편견없이 응원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