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제22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현 시점에서, 차기 대권과 가장 가까이 있는 인물은 두 명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입니다. 선거를 앞장서 이끌고 있는 두 사람은 <서울경제>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3월 28~29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통령감 선호도 조사에서 각각 27%, 20%를 기록했습니다.
그 뒤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4%)와 2%씩을 얻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었습니다. 1·2위와 3위의 지지율 격차를 고려하면, 국민은 이 대표와 한 위원장을 각 진영의 ‘대표 선수’로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총선이 끝나면 판도는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총책임자’로서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총선을 통해 일약 대권주자로 뛰어오르는 ‘경쟁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주목되는 지역구가 인천 계양을과 성남 분당갑입니다. 알려진 대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현역인 계양을에는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가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계양구는 2000년 이후 치러진 8번의 선거에서 민주당(전신 포함) 후보가 7번 승리했던 ‘보수의 무덤’입니다.
지난 보궐선거에서도 이 후보는 55.24%의 득표율을 기록, 44.75%에 그친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를 10.49%포인트 차로 따돌리면서 낙승을 거뒀습니다. 계양구는 제20대 대선에서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52.31%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43.52%를 줬습니다. 보수정당 후보 입장에서는 사지(死地)라는 말이 나올 법한 지역입니다.
그럼에도 원 후보는 이 후보와의 대결을 접전으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일부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밖에서 이 대표가 앞서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상당수 조사는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만약 원 후보가 이 후보에게 승리를 거둔다면, 보수 진영의 대권 구도는 원 후보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지’에서 민주당의 당대표이자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를 이기고 생환했다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보수 지지층에게 ‘필승 카드’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원 후보는 서울 양천갑에서 국회의원 3선, 제주도에서 도지사 재선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지지 않는 무패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 정치 구도 속에서, ‘민주당과 붙으면 무조건 이기는’ 원 후보의 가치는 상상 이상으로 높아질 거라는 관측입니다.
분당갑에서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와 맞붙는 민주당 이광재 후보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분당갑은 지난 7번의 선거에서 6번을 국민의힘(전신 포함)이 승리한 곳입니다. 판교신도시 조성 이후 젊은 IT업계 종사자가 많아지면서 민주당세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민주당이 180석을 가져갔던 제21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당선됐던 지역인 만큼 여전히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이 후보는 다수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 승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원 후보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원 선거에 세 번, 도지사 선거에 두 번 나서 네 번 승리를 거둔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이에 이 후보가 분당갑에서 승리를 거둘 경우 비명(非明·비이재명) 진영의 구심점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아직도 만만찮은 세력을 가졌지만 내세울 만한 대권주자의 부재로 숨죽이고 있어야 했던 비명계가 이 후보를 중심으로 뭉칠 수 있다는 예상입니다. 과연 원희룡·이광재 후보는 차기 대권 레이스의 ‘판’을 뒤흔들 수 있을까요.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3월 28~29일 양일간 전국 만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한 휴대전화 가상(안심) 번호 100%를 이용, 전화 면접을 통해 이뤄졌다. 응답률은 13.2%, 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1%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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