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감소폭, 하이브리드가 만회…기아 3대중 1대꼴 판매
올 하이브리드 신차 활약 예고…내수 위축, 저공해차로 돌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통계를 이해하면 좁게는 각 차급별, 모델별 고객 수요와 니즈를, 넓게는 시장 트렌드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데:자보] 코너는 이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데자보는 '데이터로 자동차시장 보기' 줄임말이다. 자동차 시장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 흥미로운 사실들을 짚어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완성차 5개사의 친환경차 합산 판매량은 40만 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145만 대 규모 시장에서 40만 대 이상을 친환경차로 채우면서 그 비중 역시 25%를 훌쩍 넘어섰다.
친환경차 판매는 2022년 30만 대를 넘어선 이후 단 1년 만에 40만 대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전기차가 주축이 됐던 친환경차 시장에 하이브리드의 급격한 판매 확대가 더해진 결과다. 이에 따라 내수 시장 판매 전략도 '무공해' 전기차 중심에서 하이브리드 위주의 '저공해차'로 유연해지는 분위기다.
14일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실적 자료를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완성차 내수 기준 친환경차 판매량은 2022년 대비 27.6% 늘어난 40만5134대를 기록했다. 반면 일반 내연기관 판매량은 2.3% 감소한 104만6917대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완성차 내수시장 판매량이 총 145만2051대로 4.6% 증가했음을 감안하면, 친환경차가 내수 시장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친환경차의 판매 점유율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친환경차 점유율은 27.9%로, 지난 2022년 22.9%와 비교해 5.0% 포인트 증가했다. 완성차 내수시장에서 5대 중 1대 꼴로 팔리던 친환경차가 이제는 4대 중 1대 수준까지 오른 셈이다.
완성차 브랜드 사이에선 현대차와 기아가 친환경차 판매를 주도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중 현대차는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량이 단일 브랜드 최초로 연 20만 대를 넘어서는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해에만 20만3226대가 팔린 것. 2022년과 비교해서도 46.8%나 올랐다.
기아는 현대차를 바짝 뒤쫓으며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은 19만6421대로 2022년 대비 12.4% 늘었다.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완성차 중 1등에 해당하는 34.7%를 기록했다. 26.7%를 기록한 현대차를 8% 포인트나 앞선 수치다. 지난해 기아차 구매 고객 3명 중 1명은 친환경차를 고른 것으로, 사실상 친환경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친환경차 시장이 지속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꼽힌다. 현대차·기아의 경우만 봐도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2022년 18만3181대에서 2023년 28만3408대로 54.7% 올랐다. 10만 대가 순전히 늘은 셈이다. 그랜저와 싼타페를 비롯해 스포티지, 쏘렌토 등 볼륨 모델들의 하이브리드 판매가 호조를 이룬 덕이다.
반면 전기차 판매는 11만9707대에서 11만1911대로 1년새 6.6% 감소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꺾였다는 위기감이 부상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포터와 봉고 등 경상용 EV 모델들이 견고한 실적 흐름을 유지했음에도 신차들의 저조한 활약과 기존 모델들의 부진이 맞물려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업계는 전기차 시장이 주춤해진 상황에서 지난해 급증한 하이브리드 인기가 올 한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 모델의 생애주기를 연장할 수 있는 수단이자, 익성 제고에 기여하는 캐시 카우 역할을 해내 그 중요성도 높아진다. 올해 1~2월에는 보조금 확정이 늦어진 전기차 시장 판매 위축을 하이브리드가 만회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올해는 하이브리드 신차들을 향한 시장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전망이다. 올해 본격적인 신차효과를 노리는 카니발 하이브리드와 스타리아 하이브리드가 대표적이다. 이들 모델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대기 기간만 1년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반기에는 르노코리아의 오로라 신차 프로젝트 첫 모델인 중형 하이브리드 SUV가 출시돼 그 인기에 편승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목표 정책에 발맞춰 무공해 전기차를 늘리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하이브리드의 인기를 감안한 저공해차 판매에 집중하는 것이 부담 완화에 효과적일 수 있다"며 "올해는 내수 시장 위축 전망 속에서도 저공해 하이브리드 판매가 중심이 돼 시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