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쿼녹스, 내수시장 아픈 손가락…年 1000대 못 넘는 위기 거듭
내연기관 단종 가능성 촉각…전기차 시대 맞아 환골탈태 재도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GM 한국사업장이 지난 2022년 흑자전환에 이어 지난해 신차 수출 확대로 50만 대 생산 체제 목표에 근접하는 등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더욱이 올해부턴 부진한 내수 시장을 챙겨 경영 지속성을 높이겠단 계획을 세웠다.
이를 뒷받침할 주인공도 낙점했다. 신차 '이쿼녹스 EV'다. 국내 시장에서 비운의 모델 중 하나로 꼽혔던 이쿼녹스가 전기차로의 탈바꿈을 통해 새 역사 창출에 나서는 셈이다. 〈시사오늘〉은 이쿼녹스 EV 출시에 앞서 '이쿼녹스' 브랜드의 한국 시장 도전기를 되짚어봤다.
시대를 잘못 만난 비운의 주인공…군산공장 철수 멍에 컸다
한국 GM은 내달 중순께 GM 본사와 정부의 자금 지원이 확정되면 신차를 내놓고 6월부터 내수 판매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중략) 상반기에는 중형 스포츠 유틸리티차(SUV) ‘이쿼녹스’ 출시할 예정이다. 이쿼녹스는 미국 시장에서 해마다 20만대 이상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GM의 대표 SUV다. 그동안 국내 SUV 시장에서 소외돼 실적이 부진했던 한국 GM은 이쿼녹스를 통해 반전의 기회를 노린다.
2018년 4월 29일자 〈매일일보〉 “한국 GM, 상‧하반기 인기 SUV 연달아 출시”
GM 한국사업장이 중형 SUV 신차 '이쿼녹스'의 투입을 결정한 것은 지난 2018년의 일이다. 시장 안정과 판매 정상화를 꾀하고자 미국 인기 차종을 들여오기로 한 것이다. 당시 글로벌 본사 구조조정 방침에 따른 군산공장 폐쇄로 철수설이 빗발치던 때라, 이쿼녹스의 투입은 가뭄 속 단비처럼 여겨졌다.
GM 한국사업장은 이쿼녹스 투입을 통해 한국 철수설로 동요하던 고객과 시장에 안정감을 불어넣고, 판매 정상화까지 노려볼 심산이었다. 특히 미국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모델이었던 만큼, 시장 관심은 갈수록 높아졌다. 싼타페와 쏘렌토 등이 포진한 SUV 볼륨 시장에서 새로운 매력적 선택지로 기대를 모았다.
쉐보레 이쿼녹스(Equinox)는 지난 8월 내수시장에서 97대 판매에 그쳤다. 이는 지난 7월 191대 판매 대비 49.2%가 하락한 수치다. (중략) 이쿼녹스의 이 같은 판매 부진은 국내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한지 불과 2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신차에 속한다는 점에서 한국지엠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중략) 설리번 부사장의 말대로라면 지난 8월에 이쿼녹스는 최소한 초도물량에 속하는 1000대 정도는 내수시장에서 판매됐어야 정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 9월 3일자 〈데일리카〉 “쉐보레의 구원 투수 이쿼녹스, 8월 97대 판매 그쳐..암울”
다만 시장의 벽은 높았다. 이쿼녹스를 향한 기대가 컸던 탓인지 실망감도 컸다. 이쿼녹스는 이렇다 할 신차효과를 내지 못한 채 시름했다. 출시월인 2018년 6월 385대 출고 이후론 7월 191대, 8월 97대 등 내리막세가 이어졌다.
결국 출시 당해 판매량(7개월간)도 1718대에 머물렀다. 같은 해 동급 경쟁차인 싼타페가 10만7202대, 쏘렌토가 6만7200대 팔린 것과 비교하면 극도로 부진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이쿼녹스의 출고가격이 더 크고 좋은 옵션을 갖춘 싼타페와 큰 차이가 없었단 점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단 평가가 주를 이뤘다. 철수설로 브랜드 이미지마저 약화된 상황 역시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때를 잘못 만난 이쿼녹스 비운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첫 단추 잘못 꿰니, 부진 굴레…가격 인하·부분변경도 안 통했다
한국지엠이 야심차게 들여왔던 쉐보레 이쿼녹스의 부진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동급 경쟁모델들의 ‘고공행진’과 대비되며 더욱 초라한 모습이다. (중략) 이쿼녹스의 부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8년, 극심한 논란을 딛고 ‘재기의 선봉주자’로 나선 이쿼녹스는 많은 기대와 달리 초반부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수입판매 방식의 한계가 뚜렷한데다, 쟁쟁한 국산 SUV의 상품성 및 가격경쟁력에 밀릴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이후에도 이쿼녹스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6월 17일자 〈시사위크〉 “경쟁자들은 잘 나가는데…이쿼녹스, 끝 모를 부진”
GM 한국사업장은 '이쿼녹스 띄우기'를 위해 부단히 애썼다. 자체 할인 판매를 통해 500만 원을 깎아주거나, 코리아세일페스타 동참을 통해 재고 한정 물량 기준으로 차값의 10%를 할인해주는 등 파격 프로모션을 이어갔다. 가격경쟁력이 뒤처진다는 고객 목소리를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이쿼녹스의 내수 판매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첫해 1718대를 시작으로 2019년 2105대로 소폭 올랐다가, 2020년 1492대로 금새 가라앉았다. 2019년 실적이 이쿼녹스가 세운 연간 최다 판매치일 정도로 부진은 거듭됐다. 당시 업계에선 OEM 수입차였던 이쿼녹스에 무리한 '프리미엄' 포장을 씌우려다 역효과를 유발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GM은 올해 최대 10%에 달하는 할인 프로모션을 등에 업고 재고 소진에 나섰다. 쉐보레 이쿼녹스는 올해 1~2월 누적 기준 485대가 팔리며 전년 동기 159대와 비교해 205% 늘어난 실적을 기록하고 판매 중단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쉐보레 이쿼녹스 부분변경 모델보다 가솔린 모델로의 대체 가능성을 더욱 높게 보고 있다.
2021년 3월 31일자 〈CEO스코어데일리〉 “조용히 사라진 '쉐보레 이쿼녹스'... 부분변경 모델 출시될까”
이쿼녹스는 급기야 2021년 3월 판매 중단이란 극약 처방을 받게 된다. 판매 부진에 따른 단종 가능성이 부상했지만, 글로벌 본사의 디젤 엔진 단종 결정으로 쉬어가게 됐다. 판매는 이듬해인 2022년 6월 부분변경 모델 출시를 통해 재개됐는데, 1년 넘게 자취를 감췄던 탓에 존재감이 더욱 쪼그라들었다.
2021년 552대였던 판매량은 2022년 부분변경 모델 판매 재개로 1102대로 뛰었지만, 이 역시 신차효과 기대치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2023년 판매량은 656대로 후퇴했다. 미국에서 제 아무리 인기있는 이쿼녹스라 할 지라도 한국 고객에게만큼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월까지 내수시장 판매량은 2,138대로 전년 동기대비 43.6%나 감소했다. 주력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의 두 달간 판매량이 810대에 그쳤고, 이쿼녹스와 트래버스도 116대와 165대에 불과했다. 또 2천대 이상 꾸준히 팔리던 경차 스파크는 702대, 중형 말리부는 44대로 전체 10개 차종 중 1천대를 넘은 차종은 단 한 대도 없었다.
2023년 3월 2일자 〈M투데이〉 “한국지엠, 내수시장 어쩌나? 두 달 판매량이 겨우 2,400여대”
이쿼녹스 가솔린은 잊어라…이쿼녹스 EV로 새 역사 발판 마련
다행인 점은 이쿼녹스의 역사가 이대로 아쉽게 막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란 데 있다. 전기차 시대 전환에 발맞춘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GM 한국사업장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연내 이쿼녹스 EV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해당 신차를 통해 쉐보레 브랜드 및 전기차 경험 확대와 내수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를 이끌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다졌다.
GM 한국사업장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안으로 쉐보레 이쿼녹스 EV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쿼녹스 EV는 GM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얼티엄(Ultium)을 기반으로 제작된 쉐보레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한국 시장에 얼티엄 플랫폼이 적용된 전기차가 출시되는 것은 처음이다. (중략) 해당 모델은 지난 2022년 9월께 북미 시장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당시 메리 바라 GM 회장은 이쿼녹스 EV에 대해 “차세대 전기차 고객을 위한 주류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2024년 2월 4일자 〈이코노미스트〉 “4000만원대 전기차 등장?...쉐보레 이쿼녹스 EV 韓 온다”
한국 시장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이쿼녹스가 전기차로 새롭게 거듭난다는 소식은 지난 2022년부터 일찌감치 전해져왔다. 국내에선 기판매 중인 이쿼녹스 가솔린 모델의 판매량이 워낙 적다보니 내연기관 모델 단종 카드도 하나의 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쿼녹스는 올해 1월 5대 판매에 그쳤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선 GM 한국사업장이 이쿼녹스 EV 출시를 기점으로 그간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이쿼녹스 브랜드의 새 도약을 노릴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전기차 전환 속도가 다소 늦춰지고 성장이 둔화되는 점은 메이커들에게 다소간 부담으로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GM은 큰 틀에서 2035년까지 내연기관을 벗는다는 방향성은 바꾸지 않았다"며 "국내에 선보일 이쿼녹스 EV는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모델로, GM의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한층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