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민주 텃밭 이겨도 당연…元, 잃을 것 없어”
황교안, 수세 몰려 종로 출마…미래통합당 대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총선이 82일 남았습니다. 정치권의 관심사 중 하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계양을 지역구 출마 여부입니다.
‘대장동 1타 강사’ ‘이재명 저격수’로 존재감을 부각한 바 있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이 대표와의 맞대결을 시사하며 ‘계양’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는데요.
원 전 장관은 지난 16일 인천 계양구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열린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돌덩이 하나가 자기만 살려고 이 길을 막고 있다. 내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며 도전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후 이 대표의 출마 여부 혹은 지역구 변경 가능성이 주목됐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8일 기자들과의 비공개 차담회에서 “지역구 의원이 지역구 그대로 나가지 어디 가냐”며 그대로 출마할 것을 시사했습니다.
이 대표가 당대표로서 선거 지휘 역할을 맡은 상황에서, 계양을이 격전지로 부상하게 되면 그가 ‘지역구에 갇힐 수 있다‘, ‘발을 뺀다면 도망간다는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다’ 등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로 나선다 해도 여러 설왕설래가 나올 겁니다.
원 전 장관의 경우 양지 아닌 험지에 도전해 민주당 대표와 대결한다는 것만으로 명분상 우위에 섭니다. 이긴다면 당연히 차기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을 이어갈 겁니다. 이 대표의 경우 이긴다고 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계양을은 송영길 전 의원이 내리 5선을 해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지난 16일 CBS <한판승부>에서 “민주당은 정권 심판 선거로 가야 하는데, 선거의 초점이 거기(계양을)에 몰리고 양당이 당력을 총동원할 거다. 그게 전체 총선판의 축소판이 되며 야당대표 심판론으로 전체 선거판 프레임 자체를 왜곡시킬 수 있다”며 “여기서 (민주당이) 도망가기도 뭐하고 나가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가오는 4·10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대선 연장전 성격이 짙습니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양측 모두 선거 승리가 절실합니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 전부터 대선 패배 이후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곧바로 배지를 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또 송영길 전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를 이유로 물러난 인천 계양구 지역구를 물려받아 비교적 쉽게 국회에 입성해 민주당 전당대회에 나가기까지 과정에서 당을 ‘방탄’으로 쓴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간의 압박과 맞물려 총선 결과에 이 대표의 운명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선거를 앞둔 야당 대표는 출마·불출마 여부부터 비례냐 지역구냐, 험지냐 양지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 십상입니다.
과거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경우 21대 총선에서 당으로부터 험지 출마 요구를 받았습니다. ‘죽더라도 멋있게 죽어야 보수를 살리는 것’이라며 종로 출마를 권유하는 목소리들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2020년 1월 초 ‘수도권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히고도 한 달 넘게 지역구를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당내에서는 ‘황교안발(發)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주저함으로써, 한국당의 총선 전략 자체가 꼬였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종로 출마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될 경우 ‘선거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충고도 들린다. (중략)
황 대표는 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 당과 제 총선 행보는 제 판단, 제 스케줄로 해야 한다”며 “‘이리 와라’ 하면 이리 가고, ‘인재 발표해라’ 하면 발표하고, 그렇게 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종로 출마 압박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당내에서 들리는 여러 발언이 공통적으로 황 대표의 ‘종로 회피’를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 2020년 2월 6일 자 <시사오늘> ‘종로 피하려는 황교안…“선거 망친다” 우려’
결국 선거 약 두 달 전 황 전 대표의 종로 출마가 결정됐습니다. 그는 종로가 아니어야 할 명분을 찾지 못했습니다. 황 전 대표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의 대결에서 39.97% 득표율로 18.41%p 차이 패배를 겪었습니다. 당도 지역구 84석, 비례 19석 총 103석을 얻어 민주당에 대패했다. 황 전 대표는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고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비례 2번 셀프공천으로 논란을 겪은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사례도 있습니다. 2015년 말 새정치민주연합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김한길 등이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하는 등 분당 사태를 겪었습니다. 당시 당대표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내 비주류 등으로부터 조기 선대위 구성과 같은 사퇴 압박을 받고 물러납니다. 이어 김종인 체제가 들어섰는데, 그는 당선이 확정적인 비례 2번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며 원칙 없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논란이 일자 사퇴 의사까지 내비쳤던 그는 당의 설득으로 돌아와, 본래 요구대로 비례 2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합니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75년간의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 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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