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정치 청산'과 내부개혁 정조준
혁명하듯 정치판 바꿔놓길
국민의힘 철저쇄신...인적개혁 여야 없다
불출마 선언하며 "특권 청산"
한동훈 대권 여명, 국민만 보고 가라
與 ‘김 여사 해법’ 공정한 방책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현 정치의 일탈은 거대야당의 특권정치, 알량한 지대추구에도 기인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의 무기력과 내분, 그리고 몸 사리기도 한몫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 ‘한동훈 체제’에 거는 기대는 크다. 특정 정당의 비대위원장 선출에 온 국민이 관심을 갖는 것은 드문 일이다. 총선을 앞둔 점도 있지만 한 위원장이 가져올 낡은 정치 타파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만 50세의 나이에 국무위원을 마치고 여당 비대위원장에 오른 것은 한 위원장이 헌정사상 처음이다.
그의 수락 연설에는 보수·진보라는 표현이 없다. “국민의힘보다 국민이 우선”이라며 “선당후사 대신 선민후사”라고 했다. 탈이념 정치를 지향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힘이라는 외피도 초월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희망은 있다. 그러나 험로도 만만찮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여소야대 구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간 국정은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정치 신인 한 전 장관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내년 총선은 결국 여야간 ‘변화와 혁신’의 대결이 될 것이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위기에 몰린 국민의힘이 한 전 법무부장관을 논란 끝에 구원투수로 내세운 것도 결국 이러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변화와 혁신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극약 처방인 셈이다.
총선은 전쟁
정치권 전반에 강도 높은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예고된다. 한 위원장은 보수층을 중심으로 많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정치인으로서 역량을 평가받는 건 이제부터다. 총선 승리 '총대'를 멘 한 위원장이 개선장군이 될지 아니면 패장이 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한 위원장은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는 최대 강점이 될 수 있다. 부패한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적 환멸과 분노가 임계점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정치인들에게 빚진 게 없다. 오로지 민심만 받들면 된다. 국민이 늘 바라는 건 정치개혁이다. 무엇보다 국회가 틀어쥐고 있는 부당한 특혜부터 없애야 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출범의 닻을 올렸지만 한 위원장 앞에 놓인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그의 지적처럼 지금 국민의힘은 ‘9회말 2아웃’이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총선은 전쟁이다. 각 정당으로선 비상시국이다. 더욱이 30%대 박스권에 갇혀버린 국민의힘으로선 더욱 그렇다. 그래서 비대위가 세워졌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선장의 키를 잡았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후원금이 일단 늘었다고 한다. 그가 지명된 지난 21일부터 6일 만에 정당 국민 후원금이 5배 급증했다고 한다. 일종의 컨벤션 효과일 수도, 그에 대한 기대치일 수도 있다.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의 표
과감한 ‘정치교체’ 메시지는 현 시대정신에도 부합한다. 무엇보다 운동권 정치 청산은 관건이다. 한 위원장은 “수십 년 동안 386이 486, 586, 686이 되도록 썼던 영수증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 “운동권 특권 세력과 개딸전체주의와 결탁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중대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걸 막는 게 지상목표인 다수당”이라고 규정했다. 이재명 대표와 운동권 정치 세력은 당연히 반발하겠지만, 그런 행태 때문에 분당 조짐이 보일 정도로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도도한 변화와 혁신의 흐름에 함께 발을 맞추지 못하면 어떠한 정치세력도 살아남기 어렵다. 민주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 머물고 있다고 그 나머지는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제라도 민주당은 혁신의 기치를 다시 올리고, 변화의 경쟁에 동참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1970년대 출생인 한 위원장을 중심으로 이른바 ‘789세대’(70·80·90년대생)로의 교체론을 준비하고 있다. 그 대척점은 두 말할 것 없이 민주당 주류 세력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다. 총선 전쟁의 총성은 이미 울렸다.
민주당이 한가하게 ‘한나땡’(한동훈이 나오면 땡큐)을 외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혁신 경쟁의 대열에서 뒤처지면 냉혹한 국민의 심판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은 누구보다 민주당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970년대 구상유취의 비판속에서 40대 기수론으로 세대교체를 관철한 김영삼 시대의 교훈은 지금 여야 정치 모두를 관통한다.
총선 출마 포기 의미
한 위원장은 이번에 22대 총선 출마를 포기함으로써 의표를 찌르는 결정을 내렸다. 한 위원장의 경우 대체로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이 예상됐으나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놔 ‘혁신 공천’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요컨대 국회 입성할 일이 없다는 것이며 국회 입성을 접고 '도우미'로 뛸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한 위원장이 총선 승리에 얽매이지 않게 되는 만큼 시스템에 기반한 혁신공천을 통해 인적 쇄신에 드라이브가 걸릴 가능성이 높다. 한동훈 비대위가 쇄신 바람을 몰아치는 상황은 민주당에도 적잖이 압박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당은 친윤 중진의 불출마 선언으로 기선을 빼앗긴 만큼 여당보다 더 뼈를 깎는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다. 고질적인 계파 갈등에 ‘이낙연 신당’까지 공식화하면 ‘총선 원팀’은커녕 내홍의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서둘러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과 통합에 나서는 게 민주당이 살 길이다.
한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당 대표가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 흔치 않는 일이다. 신선한 충격이다. 그만큼 희생의 모범을 보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이다. 거대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행태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낸 것도 평범하지 않다. 웬만하면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내세우는 수사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개혁과 민생 입법은 외면하고 오직 이재명 대표의 방탄에만 매진해온 민주당을 어떤 계산도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까발려 공격한 것이다. 이를 두고 과연 일반 국민은 물론 양식 있는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상대방에 대한 일방적 공세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보다 국민이 우선”
정치는 국민을 편안하게 살게 해주는 것이 본분이다. 그러려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섬겨야 한다. 그의 앞에는 김건희 특검법, 이태원 특검법 등 여러 난제도 놓여있다. 우선 비대위를 혁신적 인재로 구성해야 한다. 자기 희생 위에서 정치에 입문한 한 위원장이 정치판을 혁명적으로 바꿔놓길 기대한다.
앞으로 ‘한동훈의 시간’은 그의 정치철학과 혁신 방향이 주목받는 기간이다. 여당이 ‘789’가 주축인 비상대책위를 구성하면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더 강렬해질 것이다. 한 위원장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지지율을 어떻게 복원할지도 관심사다. 그 해답은 혁신과 인적쇄신의 진폭에 달렸다. 국민은 한 위원장이 “여의도 사투리”에서 벗어나 “국민이라는 나침반”을 바라보며 “5000만 명의 화법”을 어떻게 구사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기성 정치권과 별반 다르지 않는 ‘헛스윙’을 한다면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 전체가 상당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한 위원장은 ‘김건희 특검’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마당에 한 위원장이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희박했던 게 사실이다. 향후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상승하면 ‘한동훈호’에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 당정관계 변화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수직·수평적 얘기가 나올 게 아니다”는 한 위원장의 평가에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인을 찾기 어렵다. 27일 탈당을 선언한 이준석 전 대표도 여당엔 악재다. 한 위원장은 “누구든 만나겠다”면서도 이 전 대표와 당장 만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의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총선 승리 여부는 중도층과 수도권, 청년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려면 당장 비대위원을 제대로 꾸려야 한다. 한 위원장의 말대로 서민, 약자와의 동행과 민생정치를 상징할 수 있는 능력 있고 참신한 인물을 발탁하지 않으면 시작부터 암초를 만날 수밖에 없다.
정치권 자체를 바꾸는 바람 일으켜야
당·정 관계는 ‘한동훈호’의 성공 여부와 직결되는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랜 검찰 선후배 관계에서 벗어나 틀린 것은 짚어주고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수직적 관계가 아닌 상호 협력하는 동반자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기 바란다.
한 위원장은 이제 ‘스타 장관’에서 냉혹한 성적표를 받아야 하는 자리에 섰다. 취임사를 뼈를 깎는 쇄신으로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승리할지는 한 위원장 체제가 하기에 달렸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 위원장의 근원적 과제는, 야당 비판 및 총선 전략 차원을 넘어 21세기 정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1970년대 구상유취 비아냥 속에서 40대 기수론으로 세대교체를 관철한 김영삼·김대중, 1992년 제15대 총선에서 이재오·홍준표·김문수 등을 영입한 YS, 운동권과 경제 전문가를 영입한 DJ에 이어 정치권 자체를 바꾸는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한 위원장은 이제 정치인이다. ‘여의도 문법’에 대해 냉소적이었던 그는 ‘서초동 문법’을 내놓는다. 그 둘의 충돌지점에선 협치가 실종된다. 상대는 적대세력이고 피의자와 같기 때문이다.
국민 요구 좌표...경제 살리고 민생 살피는 것
그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보수층을 살리는 것이 그가 걸어야 할 길이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태생적 한계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윤석열 아바타’라는 비판으로부터는 탈피해야 한다.
이면을 들여다보면 매우 우려스럽다. 한 위원장은 국민이 요구하고 하고 있는 좌표가 어디인지 알아야 했다. 좌표설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살피는 것이다. 국회의 역할은 그런 법안을 내놓는 것이다. 행위의 주체는 정부일 수밖에 없다. 국가를 흥하게 하거나 망하게 할 수 있는 주체가 정부라는 이야기다. 이태원 참사와 오송지하도 참사, 젬버리 사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등을 겪으면서 민심은 정부로부터 이반됐다. 여기에 ‘김건희 특검’이라는 악재까지 총선에 작용한다. 무엇을 봐도 여당으로선 참담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자성의 목소리부터 나왔어야 한다. 실책을 인정하고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타개책이 그것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의원불체포 특권 서약을 하는 인사들만 총선 공천을 하겠다는 한 위원장의 ‘특권 내려놓기’ 의지는 주목된다.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했다고 하나 특권 의식에 젖어있는 기성 정치권 전체에 대한 쇄신과 경고도 담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의 지지율 격차가 불과 일주일만에 8%대에서 2%대로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한 위원장에 거는 국민적 기대감의 반영인 셈이다.
변혁, 국민 체감해야
이것은 서두다. 그렇다면 정작 인적쇄신은 어떻게 할것인가. 위기 국면을 벗어나려면 우선 그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 특정 지역과 직역에 치우친 인사, 김건희 여사 논란 등 지지율을 까먹는 많은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그 핵심은 인적 쇄신이다.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한 혁신만이 한동훈 체제와 여권이 사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특정 지역을 배제하고 수도권과 중도층 표심을 공략할 개혁적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고루 중용해야 한다. 특히 이른바 ‘한동훈식’ 세대교체에 사활을 걸 필요가 있다. 도덕성과 실력을 고루 갖춘 인재 확보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연과 지연을 배제하며 인재 풀을 넓히는 것이 관건이다. 이렇게 발탁된 인사가 전면 배치되면 그 자체가 최선의 혁신이고 변화다.
한 위원장이 청년과 수도권 중도층의 마음을 얻어 한국 정치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지, 정권 2인자로서 집권 여당의 주류 세력 교체에 머물지는 본인의 의지와 행동에 달렸다. 지금 국민들은 저급한 정쟁으로 점철된 정치판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절대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적당히 시늉만 하는 쇄신책으로는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고개를 숙이고 대통령 의중만 살피는 당에서 탈피해 다양한 생각을 아우르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의원들이 활발하게 이견을 제시하고, 각종 현안을 토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그런 변화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금석은 비대위 구성이 될 것이다. 막연한 세대교체, 야당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한 특권정치 청산이라는 구호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실질적인 혁신 조치를 행동으로 옮길 비대위가 아니라면 파괴력을 가질 수 없다.
세대교체는 도덕성과 실력을 겸비한 인재를 지연·학연 등과 무관하게 발탁할 때 가능하다. 인연 중시, 회전문 인사 등 대통령이 비판받은 인사와 확연히 달라지는 것, 그게 바로 비상대책이다.
‘김건희특검법’ 국민 70% 찬성 현실과 진실
내년 총선은 결국 변화와 혁신의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 일단 주도권을 한 위원장이 쥔 형국이지만 게임은 이제부터다. 치열하고 건강한 정치권의 혁신 경쟁이 필수다.
대형 이슈는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특검법 대응이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김건희특검법’에 대해 국민 70%가 찬성한다는 점을 가감 없이 전달함과 동시에 해법도 제시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여권은 통과 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조항 수정 및 총선 후 수용도 대통령실은 ‘불가’ 입장이다. 한 위원장은 “총선용 악법이라는 입장은 갖고 있다. 원내 대응을 보고받고 논의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검법 찬성과 거부권 행사 반대가 60%를 웃돈다. 더욱이 명품백 수수 의혹 등으로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 가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 부속실 설치 같은 견제장치 마련도 없이 무작정 특검 반대만 외쳐서는 등 돌린 민심을 얻기 어려운 형국이다.
한 위원장은 “중대 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걸 막는 게 지상 목표인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 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겠다”고 했다. 다수 의석을 가지고 이 대표 방탄에만 몰두하며 정략적 입법 폭주를 일삼는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그런 민주당을 왜 국민의힘이 압도하지 못하는지 함께 반성하자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왜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그것은 국민이 민주당 못지않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갖고 있는 문제를 심각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 문제가 뭔지 국민도 알고 한 위원장도 안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을 향해 ‘초현실적’이라고 했지만, 대통령 임기 1년 반 만에 여당 대표 2명이 쫓겨나 세 번째 비대위가 출범하고, 대통령 부인 특검이 정치권의 최대 이슈가 된 것도 전례 없던 일이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으니 국민이 답답해하는 것이다. 대통령 부인 문제에 대한 대책은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특검 거부권만 행사한다고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선출과 동시에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이 연말연시 정국의 화두로 떠올랐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 특별검사법’은 법리적으로 허점이 많고, 정치적으로도 100일 남짓 남은 총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거부권)는 당연하다. 대통령 부인이 되기 10여 년 전 일인데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에 대한 ‘김건희 특검’이 가능하다면, 배우자가 대통령이나 도지사 재임 시기에 적잖은 의혹을 불러일으킨 김정숙 여사나 김혜경 여사에 대한 특검이 더 타당할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대권가도 여명
한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여당뿐 아니라 우리 정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이제 국민의힘은 총선 승리를 통해 낡은 정치를 바꿀 수 있는 비전을 보여주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수락 연설대로 한동훈 비대위가 국민의힘 내부의 구태와 무능을 일소하고, 여야를 넘어 한국 정치를 한 단계 발전시키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시작부터 가시밭길이다.
현재 여당은 무기력·낙동강 정당, 야당은 방탄·호남 정당으로 불신받지만, 현실 정치의 벽은 높다. 한 위원장이 출사표 초심을 잊지 않고 기득권 벽을 넘어 정치 교체를 이뤄내느냐 여부에 여권은 물론 나라 미래도 좌우케 될것이다. 한 위원장의 대권가도 여명도 여기에 변수가 걸려있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했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평소 역사주의와 세계주의를 기준으로 한 집필 경향을 보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