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조직개편서 폐지
KB금융도 폐지 수순 밟을 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회장직 승계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도입된 은행권 금융지주 부회장직 제도가 조만간 사라질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부회장직을 폐지하고 부분 임원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5대금융지주 가운데 현재 KB금융지주만 부회장직이 존재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마저도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전날 늦은 오후 8시께 조직개편과 정기 임원인사를 적격적으로 발표하면서 부회장직 제도 폐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앞서 금융감독당국에서 부회장직 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온 뒤 보름만에 전격적으로 부회장직 페지를 결정한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단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회장직 제도의 경우 내부적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시대정신, 경영상황에 필요한 CEO 발탁 등을 차단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이사회에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26일 하나금융이 부회장 직제를 마무리하고 ‘부문 임원’ 체제를 적격 도입함에 따라 KB금융은 부회장직 제도 유지에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 압박과 아울러 양종희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 부회장직이 사실상 이름만 존재하는 유명무실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고심은 더 깊어진 모양새다. 이날 기준 KB금융 부회장은 ‘0명’이다. 윤종규 회장 체제 당시 부회장 3인 중 양종희 부회장은 회장으로 선임됐고 나머지 2명(허인 부회장, 이동철 부회장)은 부회장직을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결국 KB금융도 부회장직 폐지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KB금융은 현재까지도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은 상황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부회장직 폐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현재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막판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부회장직 폐지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회장직 제도에 대해 금융당국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상황에서 하나금융마저 고심 끝에 부회장직 폐지를 단행함에 따라 선택권이 좁아진 KB금융도 같은 노선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임원 임기가 연말로 만료되는 상황이라 사실상 시일도 촉박한만큼 내부적으로는 폐지로 가닥이 잡혔을 것이라고 본다”고 귀띔했다.
KB금융은 연내 조직개편 및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오는 31일이 일요일인걸 감안해 28~29일 사이 인사 발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이날 오후 전격적으로 인사 발표가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부회장직 폐지 여부는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미 조직개편을 마친 금융그룹의 경우 조직 슬림화에 중점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조직개편을 발표한 신한금융은 현재 지주 내 11개 부문을 △그룹전략부문 △그룹재무부문 △그룹운영부문 △그룹소비자보호부문 4개 부문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우리금융 역시 조직 슬림화를 기본 방향으로 삼고 대대적인 개편 대신 핀셋형 조직개편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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