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택공급 위기 전망과 부실PF 정리 방침 엇박자
공급 규제완화 신호 긍정적…단기책과 여건 마련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내년 주택 시장 전망에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건설사들 모두 공사원가 상승과 부동산PF 우려 등에 시달리며 착공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급 부족 해소를 위한 재개발 재건축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나설 방침이나,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루는 분위기다.
착공 나서기가 두려운 건설업계…PF 리스크 가중에 주택공급 부진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수도권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개발과 재건축 등의 정비사업에 대해 규제를 완화할 방침을 밝혔다. 대표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서울 중화2동 모아타운 현장을 방문해 “앞으로는 재개발·재건축의 착수 기준을 노후성으로 완전히 바꿔야 될 것 같다”고 말하며 정비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줬다. 안전 진단을 받아 D~E등급을 획득해 단지의 위험성을 인정받아야 재건축·재개발 사업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규정을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재개발·재건축에 힘을 실어준 배경에는 주택 공사 착수조차 어려워진 건설사들의 상황이 자리한다. 실제로 건설업계는 고금리와 고물가, 부동산PF 위기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선별수주 전략을 펴왔다. 이같은 조심스러운 움직임에 착공 역시 부진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3분기 건설공사 계약액 자료를 보면, 건축공사 계약액은 전년동기 대비 43.1% 감소한 33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1·2분기에도 각각 40조4000억 원, 39조2000억 원으로 18.8%, 40.0% 감소했다.
주택만 놓고 보면 사정이 더 나쁘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주택건설 착공 실적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공공·민간 주택 착공 실적은 14만1595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7.2% 감소했다. 특히 서울과 경기도에서 1만5639호, 4만6461호 착공돼 70% 넘게 감소했는데, 민간 주택만 놓고 보면 서울에서 75% 가까이 감소한 1만3445호가, 경기도에서 43% 준 4만4054호가 착공됐을 뿐이다.
금융 리스크도 가중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한국신용평가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주요 건설사의 PF보증 합계가 도급사업 19조4000억원, 정비사업 8조6000억원 등 28조원을 기록하며 2분기 대비 3000억원 늘었다. 보고서는 “분양경기 부진으로 브릿지론의 본PF 전환, 착공 및 분양이 지연되면서 기존 우발채무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급 위기 우려…규제 완화 긍정적이나 착공 제약부터 선결해야
주택 착공 부진을 이대로 두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급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 22일 내년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해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착공 기준으로 공급 부족이 내년 말까지 75만 호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주택 분양도 올해처럼 계획만큼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6일 부동산R114는 올해 분양계획 물량 25만8003가구 가운데 72%만 실제 분양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내년엔 전국 268개 사업장에서 26만5439가구 분양될 예정이다. 다만 8만6684가구는 분양시기가 불명확한 데다 내년으로 넘어간 올해 물량이 10만여 가구에 달해 실적은 더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공급 부진 전망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우발채무와 부실사업 등으로 위험에 빠진 부동산PF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금융당국과의 엇박자도 경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부동산PF 심사를 강화하고 부실 채권은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부동산PF 부실 사업에 대해 ‘옥석 가리기’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원장은 “사업성이 미비한 사업장이나 재무적 영속성에 문제가 있는 건설사·금융사의 경우에는 시장원칙에 따라 적절한 조정·정리, 자구노력, 손실부담 등을 전제로 한 자기 책임 원칙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금리와 고물가 기조 아래에서 주택시장과 PF시장으로 꼬여버린 주거문제 실타래를 쉽사리 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의 잇따른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발표에 대해 주택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은 필요하지만 공사비 문제를 비롯해 시공을 제약하는 요인이 선결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주택시장이 침체됐을 때 규제완화가 가격급등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재개발과 재건축 착수 기준을 완화하는 논의가 긍정적”이라며 “정비사업 착수 기준을 변경하는 것은 결국 인허가 단계 완화에 그치므로 지금보다는 미래를 준비하는 내용이 된다”고 말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건축·재개발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는 정비할 주택단지와 시공에 참여할 건설사 등 사업 대상과 주체의 범위를 넓히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며 “정비사업 요건 완화는 주택 공급 신호를 보내므로 긍정적이지만 공사비 갈등 같은 제약 요인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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