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용량’ 핵심 쟁점…감원전이냐 친원전이냐
원전 소재 지자체 “특별법 제정하되 지자체 목소리 들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사용후핵원료의 영구저장시설 부지 선정 방법 등을 담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이하 고준위 특별법)이 국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번엔 법안이 통과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22일 관련 법안심사소위가 열리면, 고준위 특별법이 상정된 열다섯 번째 소위가 된다.
탈원전vs.친원전…필요 저장용량 계산 ‘기준’ 두고 논쟁 ‘첨예’
국회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날 법안소위를 열고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고준위 특별법 3건, 방사성폐기물 관리법 전부개정법률안 1건 등 총 4건을 상정한다.
세부내용은 다르지만, 모두 사용후핵연료의 중간·영구저장시설 부지 선정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방폐물은 크게 원전 작업자의 옷, 장갑 등에 해당하는 저준위 이하·중준위 방폐물과 사용후핵연료에 해당하는 고준위 방폐물로 나뉜다.
이 중 고준위 방폐물은 열을 식히고 방사성 물질을 흡수하는 습식처리 단계를 거쳐, 처리된 폐기물을 건식 처리하는 2단계와 영구 저장하는 3단계로 처리 및 저장된다.
현재 각 원전은 1단계에 해당하는 습식처리를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서 해결하고 있다. 다만, 현재 가동률과 임시저장시설 용량에 비추면, 해당 임시시설은 2030년부터 차례로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습식처리를 거친 방폐물을 옮길 건식처리시설과 이를 저장할 영구저장시설의 설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는 부지 선정 방법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는 관련 법안이 필요하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세부 조항에 대해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 하는 모습이다.
지난 8월 관련 법안 4건이 상정된 산업위 회의록을 보면, 남아있는 핵심 쟁점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필요 용량을 정하는 기준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안 등은 필요 저장용량을 예측하는 데 ‘설계수명’을 기준 삼는다고 정한다.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의 계속 운전, 원전 신설 등 변수는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정부안은 설계수명을 기준 삼는 대신, 단서조항을 다는 게 골자다.
‘향후 기술발전, 안전성에 대한 여건 변화가 있을 경우 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로 저장용량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요컨대 야당의 탈·감원전과 여당 및 정부의 친원전 기조 사이에서 법안이 공회전 중인 셈이다.
강경성 산업부 제2차관은 지난 8월 법안소위에서 “원자력안전법에도 계속운전에 대한 것이 법적으로 이미 보장돼 있는 상태에서 설계수명으로 한정할 경우는 새로운 원전을 못 짓는다는 걸로 단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산업위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전 확대 정책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설계수명 기간으로 제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것을 입법으로 해결하지 않고 위원회에 맡기는 방식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원전이 있는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허가된 설계기간으로 한정하는 것이 맞다”고 거들었다.
원전 소재 지자체, 특별법 제정 촉구…저장용량은 ‘설계수명’ 기준에 ‘손’
국회가 논쟁을 늘어뜨리는 사이, 원전 소재 지방자치단체는 애가 타는 모습이다.
그간 원전소재 지자체는 건식처리시설·영구저장시설의 부지 선정과 설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그대로 원전 인근에 건식처리시설과 영구저장시설이 들어설 것을 우려해 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지지해 왔다.
산업부에 따르면, 각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오는 2030년부터 차례로 포화상태에 이른다. 2030년 한빛원전,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원전 등이다.
해당 예상치가 올해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기반으로 도출된 수치인 만큼, 만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추가적인 변수가 생길 경우 더 앞당겨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 21일 경주시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 및 울진군범시민대책위원회는 국회 소통관에서 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 하루 전인 20일에는 경주시, 울진군, 울주군 등 5개 원전소재 지자체 행정협의회(이하 협의회)가 국회를 찾아 공동호소문을 발표하고, 특별법을 각각 대표발의한 의원들에게 이를 전달한 바 있다.
다만, 어떤 쪽이든 통과만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날 협의회는 특별법 제정과 함께 △저장용량은 설계수명 기간 발생량을 기준으로 한정할 것 △원전소재 지자체는 부지적합성 기본조사 후보지에서 제외할 것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을 영구화하지 않음을 명시할 것 등도 요구했다.
한편, 21대 국회는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된다. 임기 만료 이후까지 처리되지 못 한 법안은 다음 국회가 시작되면 폐기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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