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행보 주목…이복현 “국내 송환해서라도 처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또다시 터질 게 터졌다. 불법공매도 얘기다. 불법공매도가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는 건 투자자라면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밝혀지지 않아 합리적인 의심으로 남아있는 것과 사실로 드러난 것은 명백히 의미가 다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 글로벌 IB들의 무차입공매도 사실을 포착했다. 홍콩 소재의 BNP파리바와 HSBC 등 2곳의 금융사에서 관행적으로 무차입공매도가 행해지고 있었고, 적발된 금액만 560억원에 달했다. 확인된 금액이라는 점에서 확인되지 않은 금액을 포함하면 액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들 기업내에서 관행적으로 불법공매도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관행’이라는 단어는 불법을 합법으로 둔갑시킨다는 면에서 ‘단순 범죄’보다 더 악랄한 단어다.
앞서 국내 증권사들은 채권형 랩·신탁상품의 판매와 운용 그리고 환매과정에서 불건전영업을 해오다 들통난 바 있다. 통상 랩·신탁은 만기 3~6개월짜리 단기상품이다. 이 때문에 고객들은 여유자금을 단기간 굴릴 목적으로 가입하지만 관행이라는 이름하에 계약기간(단기)과 편입자산 잔존만기(장기)가 일치하지 않는 ‘만기불일치’ 운용을 해온 것이다.
이와관련 한 증권사 관계자는 “랩과 신탁 등의 만기불일치 운용은 사실상 업계에서 법을 최대한 어기지 않는 선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져 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결과적으로 법을 어기지는 않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선에서 줄다리기를 해온 것이다. 이렇듯 무차입공매도 관행은 상품영업에서의 만기불일치 운용 관행과 궤를 같이한다.
현재 공매도는 코스피와 코스닥 각 200개, 150개 종목(시총 순위)만 가능하지만 주식을 빌리지 않는 무차입공매도는 자본시장법상 불법이다. 통상 규모가 큰 기업, 나아가 대기업 주식은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불법공매도는 비교적 안전한 우량주의 주가마저 내려앉게 만든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지난 5월과 이달초 공개한 회의 내용에 따르면 올해 금융당국이 불법공매도로 과징금을 부과한 외국계 금융사는 총 9곳이다. 이들 금융사는 모두 무차입공매도를 착오와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만일 일벌백계의 강력한 처벌이 가능했다면, 아니 최소한 강력한 제재가 내려진 선례가 있다면 어땠을까. 착오와 과실이라는 변명은 커녕 무차입공매도 자체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선(善)이 있으면 반드시 악(惡)이 존재하듯 1400만 개미투자자들을 울리는 불법공매도 그 자체를 뿌리뽑기는 어렵다. 그러나 관행을 없애고 빈도수를 낮추는 정도는 얼마든 가능하다. 이를위해 사전사후 대비책이 동시에 가동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변동성을 크게 뒤흔들 수 있는 공매도 이슈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불법에 대한 인식조차 없이 광범위하고 관행적인 공매도를 하고 있는 해외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함께 표명했다. 특히 ‘불법공매도 관련 해외거주자들을 국내로 데려와서라도 처벌하겠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는 향후 금융당국의 불법공매도 대응 의지를 가늠케 한다.
올해가 지나기까지 두달여 앞둔 상황에서 불법공매도를 막기 위한 유의미한 대비책이 나올 수 있을까. 향후 금융당국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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