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닷컴·컬리·오아시스마켓 상장 철회 후 수익 개선 집중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이커머스업계의 기업공개(IPO) 도전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IPO를 공언했던 업체들은 최근 얼어붙은 시장 상황에 상장 철회·연기로 방향을 틀거나 인수합병(M&A) 등으로 생존 활로를 찾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큐텐(Qoo10)이 11번가 인수에 뛰어들었다. 최근 11번가 모기업인 SK스퀘어와 투자 협상을 벌였으며,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11번가는 지난 2021년 8월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상장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 원을 투자받으면서 2023년 9월까지 상장을 마치기로 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 할 경우 투자금과 더불어 연 8%의 이자를 더해 돌려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1번가가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상장 기한이 닥쳐오면서 업계에선 매각 쪽으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바 있다.
아직 큐텐과의 협상이 잘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에 상장 의지를 놓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11번가는 매각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서도 꾸준히 상장 레이스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비친 바 있다.
실제 안정은 11번가 대표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 “11번가는 죽지 않았다”며 “이커머스 시장 1위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11번가는 오는 2025년까지 흑자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입점 판매자들의 상품을 중개하는 오픈마켓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자체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배송’의 소비자 인지도 제고로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겠다는 계획이다. 11번가에 따르면 상반기 오픈마켓 사업 영업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0억 원 이상 개선됐다.
안 대표는 올해 7월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지난 1년간 오픈마켓 사업의 펀더멘털을 강화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상반기 마지막 달인 6월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실적으로 나타났다”면서 “앞으로 수익성에 기반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2025년 흑자 회사로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PO 암초를 만난 건 11번가뿐만이 아니다. SSG닷컴도 당초 지난해 상장이 목표였지만 이를 연기했다. SSG닷컴은 지난 2021년 10월 주관사를 선정하고 IPO 추진을 공식화했으나, 시장 상황 악화와 기업가치 저평가로 추진 시기를 다시 정하기로 한 바 있다. 현재로서는 내년 상반기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새벽배송 전문 업체 오아시스마켓도 지난 2월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당초 업계 유일한 흑자 기업이라는 장점을 앞세워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 타이틀을 달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공모가 확정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물거품이 됐다. 당시 회사 측의 희망 공모가 범위(3만500~3만9500원)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투자 수요가 모인 것으로 전해진다.
오아시스마켓 측은 “현재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해 코스닥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면서 “이번 상장을 추진하며 회사의 본질과 혁신적인 물류시스템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알릴 수 있었음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컬리도 올 초 상장 도전을 접었다. 당시 컬리는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해 거래소(코스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향후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상장을 잠정 연기한 이들 기업들은 IPO 재도전을 위해 수익성 강화를 최우선으로 경영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비용 효율화를 통해 우선 적자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SSG닷컴은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손실(340억 원)을 지난해 같은 기간(662억 원)보다 절반 가까이 줄였으며, 같은 기간 컬리 역시 적자 규모를 지난해 동기 대비 36% 가량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커머스 기업들이 다시 상장 물꼬를 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심리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누적 적자 규모가 큰 상황에서 경쟁 과열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폭발적인 성장이 힘들어진 만큼 시장의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선 수익성 개선이 필수적”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인수합병 등 생존을 위해 합종연횡을 하는 흐름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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