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주문보다 적은 수량 보유 불구 부풀리기식
한투연대표, 금융위 대상 100만원 손배 청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불법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의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홍콩에 위치한 복수의 글로벌 IB(투자은행)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카카오 등 수백여 개의 주식을 관행적으로 불법공매도하던 사실이 금융당국에 의해 최초 적발됐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홍콩 소재 BNP파리바, HSBC 등 총 2곳이 수개월간 무차입공매도 주문을 낸 금액만 56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각각 카카오와 호텔신라 등 국내주식을 불법공매도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팔고난뒤 해당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갚는 투자기법이다. 예를 들어 A가 B로부터 현 주가 기준으로 1만원인 주식을 빌려 팔면 1만 원이 A 수중에 들어온다. 이후 해당 주식의 주가가 5000원까지 떨어지면 다시 사들여 B에게 갚는데 결국 A는 공매도를 통해 5000원의 이득을 챙기는 셈이다.
이렇듯 공매도는 수익적인 측면에서 주식시장의 효율성이 증대되고 시장자체가 활성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른바 세력 등 대형자본의 시장교란이 용이해 대규모 주가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이번 사례는 공매도의 이러한 단점이 여실히 드러난 경우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글로벌 IB와 매도스왑거래를 체결하고 이후 IB는 투자자들을 대신해 국내시장에 공매도주문을 제출한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글로벌 IB가 부풀리기식 공매도를 했고 이후 차입하는 방법으로 불법공매도를 지속한 것으로 봤다.
BNP는 불법 공매도 지난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 사이 카카오 등 총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공매도 주문을 냈다. 해당 기간 동안 카카오 주식은 40% 넘게 하락했다. BNP의 여러 부서들은 서로간 주식을 대차하는 과정에서 소유하고 있는 주식을 시스템상 중복계산하는 등 실제 보유하고 있는 주식수보다 부풀려진 잔고로 매도주문을 제출했다.
예를 들어 C부서가 특정 주식 10주를 보유한 상태에서 D부서에 5주를 대여하면, C부서는 5주를 보유한 상태가 된다. 그러나 C부서는 5주의 대여내역을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고, 종전의(과다표시된) 10주를 잔고를 기초로 매도주문을 제출한 것이다. 즉 시스템상에서는 C부서와 D부서가 가지고 있는 주식은 총 10주이지만, 시스템상에는 이들이 15주를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게 된다. BNP는 이렇게 보유 주식을 부풀려 공매도 주문을 내고, 모자란 주식은 추후 채워 넣었다.
BNP가 이러한 방식의 불법공매도를 지속할 때 국내의 한 수탁증권사는 BNP의 무차입공매도 주문을 지속 수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국내 수탁증권사는 BNP의 계열사로, 위탁자와 공매도포지션과 대차내역을 상시 공유했으며, 잔고부족이 발생했음에도 원인파악 등을 하지 않은 채 결제이행을 촉구했다. 결제이전 T+1일부터 T+2까지 위탁자의 매매내역과 주식잔고 등의 일치여부를 검증하는 결제가능여부(프리매치) 과정에서 묵인한 셈이다.
HSBC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의 기간 동안 호텔신라 등 총 9개 국내주식에 대해 160억 규모의 무차입공매도 주문을 냈으며, 호텔신라 주가는 이 기간 동안 약 16% 감소했다. HSBC의 경우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스왑계약을 헤지하기 위해 공매도 주문을 내는 과정에서 차입이 확정된 주식수량을 제출해야 함에도 향후 차입가능한 수량을 기준으로 잡고 매도스왑계약을 체결한 뒤 이에 대한 헤지주문을 제출했다. 이후 체결된 공매도 수량을 기초로 차입계약을 사후확정하는 방식으로 위법행위를 방치했다.
금감원은 금번 사례가 개인, 기관투자자 등 고객들을 대상으로 증권 대여, 차입, 중개, 신용공여 등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IB의 관행적이고 장기적으로 행해져 온 불법공매도인 만큼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과징금 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며, 현재 이들 글로벌 IB 측에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 요구한 상태다.
금감원 측은 "적발된 두 곳의 글로벌 IB와 유사한 영업을 영위하는 주요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현재 장기간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정황이 발견돼 조사중이다. 필요시 해외감독당국과 긴밀한 공조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해외 소재 금융투자회사들의 불법 공매도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불법공매도 행위가 적발되면서 개인투자자 권익보호 비영리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도 목소리를 높이면서 발빠른 행동에 나섰다. 이날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소장은 A4 17장 분량이며, 21개의 증거자료가 담겼다.
정 대표는 "이번 소송은 금전 보상 목적이 아닌, 사회적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기에 소액(100만원)으로 결정했다"며 "이번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생생한 민심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의 위법 내지 과실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소송이며, 주요 내용은 공매도 금지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의 늑장 대응과 공매도 금지 보도자료 배포 시 과실로 인해 발생한 금전 피해, 금융위원회 설치법에서 정한 투자자 보호 의무 소홀로 발생한 정신적 육체적 피해에 대한 청구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투연은 지난 8월 2일 금감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매도 세력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보호대책 마련을 요구함과 동시에 공매도 개혁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공매도를 없애라는 것이 아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의 약 99%를 점유하고 있어 사실상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들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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