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는 왜 지금 이스라엘을 공격했나 [정진호의 친절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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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는 왜 지금 이스라엘을 공격했나 [정진호의 친절한뉴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10.10 17: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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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가 집권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압박…중동 ‘해빙 무드’에 대한 하마스 측 우려도 원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현지시각으로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현지시각으로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습니다. 양자 간 군사적 충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무장대원들을 침투시키고 민간인까지 인질로 잡는 건 보기 드문 일인데요. 외신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선 하마스 측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차별적 조치를 공격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하마스 지도자 무함마드 데이프는 이번 작전을 ‘알 아크사 폭풍’으로 명명하면서 “2021년 10일 전쟁 이후 18개월간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도시 공습, 예루살렘 성지 분쟁 지역인 알 아크사에서의 폭력, 유대인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인 공격 증가, 16년간의 봉쇄정책 등 일련의 행동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최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총리는 지난해 12월 재집권한 뒤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릅쓰고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강행해 팔레스타인의 반발을 자초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라마단을 맞아 팔레스타인 무슬림이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 알 아크사 모스크에 몰리자 질서 유지를 이유로 경찰을 투입, 폭력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가 재집권을 위해 손잡은 극우파 출신 인사들도 팔레스타인을 자극했습니다.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Itamar Ben-Gvir)는 “이스라엘에 충성하지 않는 팔레스타인 사람은 추방해야 한다”고 했고, 재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히는 “팔레스타인 사람 같은 건 없다”며 서안지구를 이스라엘 영토로 합병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나아가 벤-그비르는 알 아크사 일대를 방문해 “성전산(이스라엘이 예루살렘 성지를 부르는 말)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며 유대교도의 성지 내 기도와 예배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알 아크사 모스크는 요르단이 관리하고 있고, 사원 경내에서의 기도는 이슬람 신자에게만 허용됩니다. 이에 이스라엘 정치인들은 알 아크사 모스크 방문이 정치적·종교적 도발로 해석될 것을 우려, 성지 방문을 자제해왔는데요. 벤-그비르가 그 금기를 깬 겁니다.

이런 이유로 해외 언론들은 이번 하마스의 공격 원인 중 하나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강경 정책을 꼽습니다. <가디언>은 “수개월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무장세력 간 공격이 증가하고 있었다”며 “이스라엘 극우파들이 팔레스타인 영토 합병을 거듭 촉구한 것도 이번 공세를 부추겼을 수 있다”고 진단했죠.

미국발 ‘중동 데탕트’를 막기 위해 하마스가 움직인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은 중동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구축을 계획해왔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 2020년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바레인·모로코와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약’을 이끌어냈죠.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국교 정상화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가 하마스의 고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았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이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란과 아랍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팔레스타인을 지원해왔고요.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거리를 좁혀가자 하마스가 무력 공세를 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전쟁이 벌어지면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 편을 들 수밖에 없고,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해빙(解氷) 무드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테니까요. 하마스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규모 공세에 나선 배경입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9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하마스의 공격이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확실히 그 점이 동기의 일부일 수 있다”며 “이스라엘과 사우디, 그리고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관심 있는 다른 나라들을 묶으려는 노력을 방해하려는 것이 동기의 일부라는 점은 놀랍지 않다. 그것은 분명히 하나의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동 평화협상 특사를 역임한 마틴 인디크(Martin Indyk)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도 <포린 어페어스>와의 대화에서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평화 협정이 자신들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을 것”이라며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거래를 방해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손에 있는 미국 무기가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중동 아랍인들의 강력한 반발을 촉발할 것”이라면서 “모하메드 빈 살만(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과 같은 지도자들은 그런 종류의 반대에 맞서기를 매우 꺼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의 추측대로, 빈 살만은 10일 “팔레스타인 편에 서서 갈등을 멈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보였죠. 자연히 미국과의 협상도 지연될 공산이 커졌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번 공격으로 인해 수많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다치는 불상사가 벌어졌습니다. 네타냐후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이스라엘군을 가자지구에 진입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양측의 사상자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여러 ‘정치적 이유’에서 촉발된 이번 전쟁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요. 아무쪼록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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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23-10-11 09:58:50
갈등과 충돌에 대한 세세한 배경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