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SSG닷컴, 백화점 계열사 시너지 극대화에 역량 집중 예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쿠팡이 본격적인 패션·뷰티 영토 확장에 나서면서 경쟁업체들도 시장 공략에 분주한 분위기다. 온라인 패션·뷰티 시장이 이제 형성 초기 단계인 만큼 쿠팡과 버티컬(전문몰) 플랫폼들의 경쟁이 본격 막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거침없는 쿠팡…옷·화장품도 정복?
쿠팡이 공산품, 식품에 이어 옷과 화장품 분야에서도 ‘온라인 1인자’를 향한 채비에 나섰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론칭했다. 로켓럭셔리에는 에스티로더, 맥, 바비브라운, 크리니크, 헤라, 록시땅 등 총 16개 국내외 명품 뷰티 브랜드가 입점했다. 와우멤버십 회원들은 기존 로켓배송 제품과 동일하게 무료배송, 무료반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쿠팡은 지난 18~20일까지 성수동 쎈느에서 ‘메가뷰티쇼 버추얼스토어’도 열었다. 이는 쿠팡이 주최한 첫 번째 고객 참여형 뷰티 체험관으로, 에스트라와 이니스프리, AHC, 센카, 바닐라코 등 쿠팡 고객들로부터 지난 1년간 가장 인기를 누린 15개 대표 뷰티 브랜드가 참여했다.
입점 업체도 적극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번에 열린 버추얼스토어에서도 ‘K-뷰티 컨설팅 부스’를 마련해 아직 소비자 인지도는 낮지만 쿠팡에 관심 있는 중소 뷰티업체들의 신청을 받아 일대일 상담을 진행했다. 쿠팡 뷰티 전반에 대해 소개하고, 입점 안내 등 온라인 판로 개척 노하우를 담은 브랜드 컨설팅이 제공됐다.
패션 기획전도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대표적으로 여름 패션 아이템을 판매하는 ‘7월 패션위크’와 ‘8월 패션위크’가 연이어 진행됐고, 최근엔 여름 패션 상품을 최대 80% 할인 판매하는 ‘아울렛 클리어런스’ 행사도 실시됐다.
무엇보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의지가 강력하다. 김 의장은 올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로켓배송에 진출한 지 몇 년밖에 되지 않은 패션과 뷰티가 전체 비즈니스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패션·뷰티 사업의 빠른 성장세를 강조했다.
롯데온·SSG닷컴, 계열사 협업 성과 관건
쿠팡의 공격적인 행보에 패션·뷰티를 주요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이커머스 업체들에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패션·뷰티 전문몰을 생존 활로로 모색 중인 롯데온(ON)과 SSG닷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쿠팡의 공략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기 전에 충성고객 확보를 통해 입지를 다져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온과 SSG닷컴 모두 백화점 계열사를 같은 그룹사로 두고 있는 만큼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역량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백화점은 옷, 화장품 분야에 오랜 상품 소싱과 기획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온라인 채널인 쿠팡과 차별화를 이룰 수도 있다.
실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는 최근 롯데온 백화점몰 운영권을 백화점사업부로 이관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온이 출범하고 운영권을 넘겨받은 지 1년 8개월여 만이다.
이에 따라 현재 롯데온 백화점몰은 백화점사업부에서 직접 상품을 소싱하고 브랜드와 마케팅도 관리하고 있다. 백화점의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온라인몰에 프리미엄 상품을 강화하고, 오프라인 매장의 마케팅 전략에 맞춘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한 조치다.
SSG닷컴도 계열사 간 협업이 경쟁력 강화의 주요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세계는 온·오프라인 사업부 간 시너지를 높이는 작업을 그룹 공통 목표로 삼고 있다. 실제 SSG닷컴은 올해 상반기 신세계백화점의 온라인 선물하기 코너인 ‘신백선물관’ 기능을 강화하는 등 신세계백화점몰 상품을 적극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자회사인 패션플랫폼 W컨셉과의 협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SSG닷컴과 W컨셉은 이날부터 가을·겨울(F/W)을 앞두고 W컨셉의 자체 브랜드(PB) ‘프론트로우’ 패션 상품 알리기에 돌입한다. W컨셉은 지난 2021년 5월 SSG닷컴 자회사로 인수된 이후 신세계 관계사와 온·오프라인 협업을 강화해 입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을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온라인 패션·뷰티 시장 경쟁이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옷과 화장품은 상대적으로 식품류보다 유통이 까다롭지 않아 진입장벽이 낮고, 객단가가 높아 수익성 확대에도 유리한 카테고리로 꼽힌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제 쿠팡의 다음 목표는 버티컬 플랫폼 업체들로, 하반기에도 패션·뷰티 등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더 많은 브랜드를 로켓배송 상품으로 포함시킬 계획”이라며 “이미 로켓프레시(식품 온라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향후 화장품, 패션 카테고리 내 의미있는 점유율 상승이 가능할지 주목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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