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가 쏘아올린 서민금융진흥원 탄생 이야기 [황선용의 In &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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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가 쏘아올린 서민금융진흥원 탄생 이야기 [황선용의 In & Out]
  • 황선용 APEC 기후센터 경영지원실장
  • 승인 2023.03.2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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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생활에 도움 되는 법안의 예, ‘휴면예금 개정안’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황선용 APEC 기후센터 경영지원실장)

동일한 법안의 개정을 두고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를 때, 또는 개정의 목표점이 상이할 때 흔히들 그 법안은 처리되기 어렵다고 쉽게 판단해 버린다. 아니 대부분 처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해가 합치되거나 합의되지 않는다면 해당 국회의원 임기에는 처리되지 못하고 임기만료 자동폐기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은 총 2만 165건(2023년 3월21일 기준)이며 이 가운데 처리된 안건의 수는 5779건으로 처리율이 28.6%에 불과하다. 처리되지 못한 안건들이 동일 법안의 이견이 있어서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상당수는 개정의견의 충돌이 대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개정의견의 충돌 속에서도 여야의 합의와 대승적인 양보를 통해서 서민생활에 도움이 되는 법으로 진화한 좋은 예가 있어서 소개해 본다. 17대 국회 1년을 넘긴 시점에 휴면예금의 활용에 대한 이슈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는 휴면예금이 무엇인지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은행에 종사하는 사람들 외에는 관심도 없었고, 내 명의로 된 휴면예금이 있는지 조차 궁금해 하지 않는 시기였다.

휴면예금을 수면 위로, 다시 말해서 제도권 위로 처음 띄운 이는 홍문표 의원이었다. 노인복지청 설립에 관심이 높았던 홍 의원은 노인복지를 위한 재원을 휴면예금을 활용하자는 주장을 처음 펼쳤고 노인복치청 설치를 위한 토론회(2005.7.5.)에서 구체화 했다. 이 당시 금융권 전체의 휴면예금 규모는 1조 708억 원이었다.

그러나 휴면예금 관련 법안(휴면예금 관리 및 재단 설립에 관한 법률안)을 처음 발의한 의원은 당시 남경필 의원이었다. 지난 2005년 8월 23일로, 당시 남 의원은 휴면예금을 노인 뿐만 아니라 미혼모, 저소득층 등 사회취약계층을 위해 쓰자며 대상의 범위를 확대했다.

이어 김현미 의원은 같은 해 9월 13일 ‘휴면예금의 처리 및 사회공헌기금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는데, 저소득층을 위한 금융지원사업에 활용하자며 휴면예금의 활용 범위를 더 확대했다.

마지막으로 휴면예금 이슈를 가장 먼저 띄운 홍문표 의원이 ‘휴면계좌의 활용에 관한 특별법안(2005.9.28.)’을 발의하며 노인, 청소년 및 장애인을 위한 재원으로 휴면예금을 활용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휴면예금이라는 공통 분모를 놓고 각각의 쓰임을 달리하는 법안이 3개가 발의돼 당시 휴면예금의 처리를 두고 재정경제위원회(현 기획재정위원회)의 법안 심사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때만 하더라도 휴면예금의 활용이 3가지 법안 중 하나의 법안으로 쏠림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왜냐면 각각의 법에 의해 수혜가 예상되는 계층의 어필과 관련 단체들의 민원이 봇물을 이뤘기 때문이다. 과연 어느 의원의 발의법안이 메인이 될 것인가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지난한 법리 공방 속에서 3개의 법안은 계류의 늪에 빠져들었고 이후 2년 가까이 제대로 된 심사를 하지 못했다. 저러다가 자동폐기 되는 것 아닌가 아는 우려와 걱정이 엄습할 때 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큰 틀에서 대승적으로 모든 변수를 상수로 만들고 위원회 대안으로 새로운 법으로 추진하자는 합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여기서 변수란 각각의 다른 지향점과 목표점이었으며, 상수란 이러한 변수들을 모두 수용해 일반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7년 6월29일 남경필, 김현미, 홍문표 의원의 법안 내용을 모두 수용해 재정경제위원회 대안으로 ‘휴면예금관리재단의 설립 등에 관한 법률안’이 제안되고 바로 의결됐으며 불과 며칠 뒤인 7월 2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법은 휴면예금을 관리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재단으로 이관된 후 5년이 경과되지 않은 휴면예금에 대해 원예금주의 요청이 있을 경우 반환하도록 하고, 그 나머지 휴면예금을 저소득층의 복지사업에 활용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노인, 청소년, 장애인, 미혼모 등 사회취약계층 모두를 지원 대상으로 하는 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 뒤 휴면예금관리재단(2007)은 소액서민금융재단(2008)과 미소금융중앙재단(2009)을 거쳐 저소득층을 위한 금융지원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서민금융진흥원(2016)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노인복지 재원의 마련을 위해 시작된 휴면예금 활용 이슈가 전 국민들을 위한 금융지원사업으로 확대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비록 법안의 시작은 달랐지만 함께 손을 잡고 결승전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이익의 부합점을 찾고 발의의원은 물론 이해당사자들 간 포기하기 어려웠던 법리논쟁의 불필요한 소요논리를 과감히 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금도 드러나지는 않지만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법리적 헤게모니를 갖기 위해 함께 결승전을 골인할 수 있는 기회들을 저버리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계류법안들을 보면 아쉬움이 적지 않다.

국회의원 임기만료로 자동폐기 되는 법안들을 다음 국회에서 부활시켜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생(현 국회회기)에서 환하게 빛을 발산하고 제도 속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계류되어 있는 주요 법안들에 대한 깊이 있는 관심과 신속심사를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울과기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국방대학원 안보정책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이북오도청 (이북오도위원회) 동화연구소 연구원과 상명대학교 산학협력단 초빙연구원을 역임했다.

국회의원 비서관, 보좌관 등을 지냈다. APEC기후센터(APEC Climate Center) 경영지원실장이다. 저서로 <대통령의 근위병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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