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SSG닷컴(쓱닷컴)과 롯데온(ON)이 패션·뷰티 상품군을 적극적으로 강화하면서 존재감 키우기에 집중하는 눈치다.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성이 낮은 신선식품, 새벽배송 중심 사업 대신 비(非)장보기 부문을 키워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의 올해 주요 청사진 중 하나는 패션, 뷰티 카테고리의 전략적 육성이다. 프리미엄·럭셔리 브랜드를 기반으로 성장 중인 패션, 뷰티 상품군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강희석 SSG닷컴 대표는 지난 1월 27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열린 SSG닷컴 ‘오픈 톡’ 행사에서 “올해는 사업 모델의 본질적인 경쟁력 확보와 수익구조 개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체계를 구축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그로서리, 라이프스타일 등 핵심 카테고리에서 고객의 첫 번째 선택을 이끌어 내는 ‘고객 신뢰 기반의 프리미엄 플랫폼’으로 진화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관계사들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SSG닷컴은 최근 자회사인 패션 플랫폼 W컨셉의 전문관 시범 운영을 마치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W컨셉에서 검증된 인기 브랜드 200여 곳의 상품 약 3만 종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 실시한 ‘뷰티 쓱세일’ 기획전에서도 온라인 관계사인 G마켓, W컨셉 등이 별도의 기획전 페이지를 열고 행사 규모를 키웠다. 당시 일주일간 진행된 행사를 통해 뷰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5% 증가했으며, 누적 판매량 역시 약 20만 개를 기록해 1분당 20여 개의 상품이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도 활발하다. SSG닷컴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화장품, 향수 부문인 LVMH P&C와 협업해 14일 ‘LVMH 뷰티’ 공식 스토어를 열었다. 이 스토어에서는 5개 브랜드의 기초부터 색조까지 400여종의 다양한 뷰티 상품을 선보인다. 앞서 지난 2일엔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의 공식 스토어도 오픈했다. SSG닷컴 캐치패션 스토어에선 전 세계 50여곳에 달하는 캐치패션의 글로벌 파트너사들이 제공하는 1만5000여개 명품 브랜드의 15만종 상품을 선보인다.
롯데온도 패션, 뷰티, 명품 등 전문 분야를 키운다. 이 일환으로 각 상품군을 모은 서비스 ‘온앤더’를 전면에 내세우고 버티컬 전문몰로서 정체성을 다지고 있다. 롯데온은 2022년 4월 온앤더뷰티, 9월 온앤더럭셔리, 11월 온앤더패션 등 전문관을 론칭해 각각 화장품, 명품, 패션 상품을 모아 선보였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턴 첫 화면을 개편하고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변화를 본격화했다. 롯데온이 첫 화면을 바꾼 것은 론칭 이후 처음이다. 변화의 핵심은 상품 전문성 강화였다. 이를 위해 명품, 프리미엄 뷰티 등 특화 서비스를 첫 화면에 띄우고, 고객 소비 패턴에 따른 개인화 추천 영역도 대폭 확대했다.
롯데온은 이 같은 버티컬 커머스 중심의 손익 구조 개선을 통해 지난해 4분기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롯데쇼핑 IR 자료에 따르면 롯데온을 운영하는 이커머스 부문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4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적자폭을 250억 원 가량 개선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28.8% 증가한 360억 원으로 나타났다.
버티컬 서비스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12월까지 롯데온의 뷰티 카테고리 거래액은 536억 원에서 704억 원으로 31.4% 증가했다. 럭셔리 상품 거래액은 174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15.4% 상승했으며, 패션 카테고리도 1151억 원에서 1368억 원으로 18.9% 성장했다. 롯데온 내 버티컬 서비스 거래액 비중은 15.0%에서 19.7%로 4.7%p 올랐다. 온앤더뷰티 클럽 회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8만 명을 달성했으며, 버티컬 플랫폼 광고수익도 11억 원에서 16억 원으로 전년 대비 44.1% 증가했다.
이처럼 후발주자인 양사가 패션·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데는 이 분야엔 아직 온라인 절대강자가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은 식품, 공산품 위주의 성장을 이어왔고, 패션·뷰티·명품 상품군은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중심의 카테고리로 꼽힌다. 그만큼 향후 온라인 성장 가능성도 남아 있는 셈이다. 특히 SSG닷컴과 롯데온은 각각 신세계와 롯데라는 유통 대기업을 모태로 하고 있어, 해당 분야에서 상품 소싱과 기획력 등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행보는 종합몰보다는 소위 특화된 버티컬 몰로서 경쟁력을 키우는 셈인데, 그만큼 기존 시장 우위 업체들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아 특화 상품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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