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엔 거짓 없는 환경서 편하게 살고파”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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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엔 거짓 없는 환경서 편하게 살고파”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1.01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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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다산·풍요 상징”
“거짓말에 무신경해질 때, 탈진실 세계로 갈 위험”
“윤석열 정부, 새해엔 ‘법과 원칙’ 되살리기 매진해야 ”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 연합뉴스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2022 서울 빛초롱'과 '서울라이트 광화' 행사를 찾은 시민이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2023년 불을 밝힌 토끼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 찍고 있다. ⓒ 연합뉴스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다산의 상징이며 번창과 풍요를 의미한다고 전해져왔다. 다산의 상징이라니 저출산으로 애먹는 한국에 좋은 기운을 가져왔으면 좋겠다. 풍요를 의미한다니 코로나와 불황으로 찌들었던 몇 년 동안에서 벗어나 풍족한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성적이 떨어진 아이에게 현명한 어머니가 힘을 불어넣어 주는 말이 있다. “트럭이 가려면 잠시 뒤로 움직이고, 토끼가 폴짝 뛰려면 먼저 몸을 움츠린단다“.

올해엔 토끼가 뛸 차례인가?

새해의 희망을 물어봤다

몇몇 젊은이들한테 새해의 꿈을 물어봤다. 대충 짐작했던 대답들이 나왔지만 간혹 예상 못 했던 바람도 들어볼 수 있었다.

“결혼? 관심 없고 돈이나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저주 인형’같은 게 사라지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만 한다. 일터가 많아졌으면…. 자식 취업 위해 자기 간을 내어주겠다는 부모가 있다는 게 정상적인 나라의 모습이냐?”

“정실 인사, 낙하산 인사 때문에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다. ‘하버드’ 나왔다고 무조건 대우받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눈치 안 보고 휴가를 충분히 쓰면서 히말라야도 가보고 북극에도 가보고 싶다.”

희망차게 소망을 말해야 할 젊은이들의 말의 뒤쪽에서는 그러나, 피곤함이 너무 많이 묻어 나왔다.

기성세대들의 답은 역시 스테레오 타입. 대충 짐작하듯이 건강, 가정 화목, 소확행 등이 많이 거론됐다. 특이한 건 “좀 편해지고 싶다”라는 사람들이 꽤 보였던 점. 나이 든 사람들이 편해지고 싶어 하는 거야 당연하지만 ‘그렇게 힘든가?’할 정도로 많았다.

하긴 몇 년 동안 코로나, 장기 불황, 정치권의 싸움질이 계속돼온 가운데 지난해엔 기록적 폭우,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이태원 참사까지 벌어졌으니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피곤해질 수밖에 없었던 한 해이긴 했다.

거짓말 범람으로 불신의 늪에

그것들이 우리를 피곤하게 한 직접적인 원인들이다. 거기에 매 건마다 예외 없이 그를 둘러싼 정치권의 싸움질이 벌어져 우리의 피곤함을 더하게 했다. 정쟁이나 싸움이란 말 대신 ‘싸움질’ 이란 상스러운 단어를 선택한 건 정치판의 싸움이 그만큼 저질로 흘러왔기 때문이다.

그 천박한 싸움질의 한 가운데엔 ‘거짓말’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각 당의 경선 과정에서부터 본격 대선전까지 거짓말이 난무하며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했다. 편을 먹은 사람들이 입을 맞춰 거짓말을 합창하는 바람에 국민들은 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선거철마다 되풀이돼온 거짓말 대회가 지난 대선판 내내 나라를 흔들어 나라 전체가 완전히 거짓말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최근에는 “대통령과 장관이 한밤중에 술집에서 변호사들과 술판을 벌였다”라는 어느 첼리스트의 거짓말이 또 나라를 뒤흔들었다. 정확하게는 그 첼리스트의 거짓말을 그대로 국회에서 반복한 국회의원의 거짓말이 국민을 헷갈리게 했다. 그 거짓말을 두고 민주당의 계속되는 의혹 제기에 많은 사람들이 ‘윤 대통령이 술을 좋아한다더니 혹시….’ 할 정도가 됐었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정치 지도자들의 영향으로 서민 일상에도 거짓말이 분명히 전염됐을 거로 본다. 특히 청소년들에 대한 악영향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님들도 그러는데 뭐…!”

정부의 통계 조작은 두 말이 필요 없는 큰 범죄, 큰 거짓말이다. 감사원이 전 정부의 소득, 고용, 집값 등에 대한 통계 조작 여부를 조사한다니 기다려볼 일이다. 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예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다.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조직범죄가 될 터이니 당사자에 대한 처벌이야 당연한 일이고, 우려되는 건 불신의 늪에 빠질 대한민국 전체의 모습이다.

2022년의 대한민국은 ‘거짓말 공화국’이었다. 굳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필요도 없다. 역사 속 우리 조상들의 삶과 비교해 봐도 우리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거짓말에 무감각해졌는지 금세 알 수 있다.

2022년 11월 27일 자 “가짜 뉴스는 없다” 제하의 이 칼럼 란(欄)에서도 지적했었다. 사회 구성원들이 거짓말에 무신경해질 때 그 사회는 진실의 영역조차 점차 모호해지는 ’탈진실의 세계’로 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에 바란다

국민이 초보 정치인 윤석열을 선택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평생 검사만 해온 초보 정치인이란 점 때문이었다. 기존 정치권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이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때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댄 그의 강직함과 뚝심, 그리고 든든한 맷집을 높이 샀었다.

취임 후 지난해 내내 계속된 저조한 지지율과 야당의 공세에 휘청거린 것은 그의 그런 강점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쭙잖게 거대 야당을 비롯한 정적들과의 타협을 모색하며 불법·탈법·비정상·억지 세력들을 용인하려 하는 듯한 애매한 행태를 보임에 따라 지지를 철회했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민생을 살펴야 하고, 수출도 늘려야 하고, 야당과의 협치도 추진하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유족들도 보듬어줘야 한다. 그리고 그 일들은 대통령 ‘원 맨 쇼’가 아니라 정부 각 부처와 대통령실 등이 합심해서 해나갈 일들이다.  그런 일들에 대한 현재의 국회 역할에 대해서는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걸림돌이나 되지 않았으면 다행이겠다.

그러나 윤 정부의 최우선적인 과제는 해묵은 과제인 법과 원칙을 되살리는 일에 매진하는 일이다. ‘정치’라는 가면 뒤에 숨으려는 불법을 가려내 엄하게 다스리고 거짓말과 무고 죄를 중벌하는 일이다. 최소한의 사회 규범인 법 규범부터 바로 세우는 일이 실은 가장 절실한 과제다. 새해엔 그 ‘혁명’을 차질 없이 수행, 국민의 피곤함을 덜어주고 진실이 자리 잡는 나라를 세워주기를 윤 정부에 바란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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