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와 동일기능-동일규제 목소리 나와
혜택변경 3년간 금지…6개월전 고지 의무화
금소법 시행령 개정안 추진됐지만 무산되기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카드사의 주 수익은 신용카드로부터 발생하죠. 할부에 따른 수수료, 이자, 현금서비스 수수료 등 카드사 입장에서 신용카드는 효자와도 같습니다. 반면 체크카드를 통해 카드사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극히 미비합니다. 은행과 제휴를 통한 발급 수수료 정도 뿐이죠. 신용카드 혜택이 체크카드보다 풍부한 것도 이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내놓은 체크카드는 신용카드 혜택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는 인터넷은행의 짧은 역사 때문입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시중은행에 비해 인터넷은행은 10년도 채 되지 않습니다. 국내 첫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조차도 내년 4월이 지나야 출범 6년차를 맞이할 정도로 역사가 짧고,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는 내년 7월로 출범 6년차를, 토스뱅크는 이제 출범 2년 차에 불과하죠.
인터넷은행은 은행의 주요 수익원인 대출 사업을 확대하려면 예적금 등 수신 확보가 선제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고객 확보를 위해 시중은행보다 특별한 ‘무엇인가’가 필요했다는 말이죠.
인터넷은행이 주목한 건 ‘체크카드’였습니다. 체크카드는 은행과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집니다. 체크카드 발급을 위해서는 은행 통장을 만들어야하고, 사용하려면 예금을 넣어둬야하죠. 인터넷은행이 그토록 바라는 수신 자산 확보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셈입니다.
카카오뱅크는 ‘프로모션’이라는 방식을 통해 체크카드 사업에 집중했습니다. 이른바 시즌제를 통해 일정기간 동안 혜택을 제공하고 그 기간이 끝나면 다른 혜택을 제공하는 다음 시즌으로 넘어가는 방식이죠. 이어 토스뱅크도 유사한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케이뱅크는 기본 혜택이 있고 특별 캐시백 혜택을 프로모션 형태로 제공하고 있죠.
인터넷은행은 수신 규모를 늘리고, 체크카드 이용고객은 풍부한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 양쪽 모두 윈윈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이 발목을 잡습니다. 잦은 혜택 변화가 사실상 고객 미끼용 상품이라는 지적과 함께 신용카드처럼 제휴 혜택 변경시 제약을 둬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죠.
왜 이런 주장이 나온 걸까요? 신용카드가 받는 규제를 살펴보면 이유가 나옵니다. 신용카드가 이용고객에게 제공하는 연계 또는 제휴 혜택을 변경하려면 6개월 전에 사전 고지를 해야하죠.
또한 신용카드 혜택은 3년 간 바꿀 수도 없습니다. 미끼용 혜택을 막아 소비자 신뢰를 지키기 위한 방안이죠.
반면, 체크카드 시즌제는 짧으면 3개월, 길어도 반년이 넘지 않습니다. 사전고지 의무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이와 관련해 체크카드도 신용카드와 동등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개정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기존 금소법에서 빠져있던 선불·직불지급수단도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내용이죠.
금소법 개정안은 입법예고 과정에서부터 말이 많았습니다. 규제가 결국 체크카드 혜택 축소로 이어져 금융소비자 이익을 오히려 저하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죠.
입법예고 당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도 의견서를 통해 이 같은 취지로 반대를 표명했죠.
페이 서비스 등 선불업자 입장을 대변한 것이지만, 인터넷은행의 체크카드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기업협회는 선불업자가 규제 적용 여부를 당국에 확인해야 하므로 프로모션 적용 시점 지연, 기존 프로모션 성격의 장기 적립 혜택 점차 축소, 선불업자가 다양한 형태의 혜택 또는 서비스 확대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 현재에 비해 이용자 효용 감소 등을 우려했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시행하는 지금의 규제가 오히려 소비자 혜택 축소를 가져온다는 주장이죠.
인터넷은행 업계의 입장도 이와 유사합니다. 신용카드와 달리 체크카드는 프로모션 형태로 혜택을 제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말하죠. 연회비 여부도 주요 차이점 중 하나죠. 신용카드는 보다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연회비를 받고 있습니다. VVIP 신용카드의 경우 연회비가 250만 원에 달하기도 합니다. 반면 체크카드는 연회비가 없죠.
그럼에도 인터넷은행 체크카드가 풍부한 혜택을 제공하는 건 시즌제 형태를 취했기 때문입니다. 짧은 기간이라는 점을 내세워 제휴를 끌어들이는 거죠. 기간이 짧기 때문에 제휴사 입장에서도 혜택 제공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죠.
물론 금융당국에서는 ‘프로모션’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프로모션’의 정의입니다. 사실 신용카드의 ‘프로모션’과 체크카드의 ‘프로모션’은 그 의미가 다소 다릅니다. 신용카드에서 말하는 ‘프로모션’은 예를 들어 신규가입 고객에게 쿠폰을 증정한다거나 하는 형태입니다.
반면 체크카드 프로모션은 사실상 신용카드의 제휴 혜택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만약 금융당국이 ‘프로모션’의 정의를 엄격하게 좁은 의미로 해석한다면, 체크카드 역시 신용카드와 같은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생깁니다.
금융당국은 이 기준에 대해 단기적·일시적으로 제공되는 혜택을 프로모션으로 봤습니다.
프로모션 혜택 등에 대한 제공기간과 일시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을 명확히 고지하는 경우에는 금소법 규제 대상인 연계 제휴 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죠. 기간한정 할인행사나 가입 시 제공하는 쿠폰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모호한 부분이 있죠. 카카오뱅크의 프렌즈 체크카드와 토스뱅크의 체크카드는 프로모션과 제휴 혜택의 구분이 불분명합니다. 먼저 벌써 11번째 시즌을 맞은 ‘카카오뱅크 프렌즈 체크카드’ 설명을 보면 캐시백 혜택을 프로모션이라고 안내합니다. 기간은 올해 8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총 3개월입니다. 토스뱅크 체크카드는 이번이 에피소드3 입니다. 올해 7월 1일부터 시작해 연말가지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2월 28일로 기간을 한차례 연장했죠.
이들 체크카드만 놓고 보면 캐시백 혜택이 곧 프로모션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셈이죠.
신용카드도 프로모션 형태로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지만, 이 경우는 이벤트에 가깝습니다. 기간은 통상 1개월이고, 길어도 2개월을 넘기지 않죠.
인터넷은행업계 일각에서는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를 동일선상에 놓고 규제 대상으로 보는 건, 오히려 소비자 혜택 축소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이 같은 우려는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체크카드 규제는 없었던 것으로 됐죠.
다만, 논쟁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신용카드 수준의 규제를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어도, 어쨌든 체크카드 이용자들을 금소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와 보호를 해야하니까요. 앞으로의 논의 방향에 따라 인터넷은행 체크카드 시즌제의 운명도 결정이 나겠죠.
인터넷은행 체크카드 시즌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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